도정동정

몽유도원도 박연 시 외

몽유도원도는 비단 바탕에 수묵담채로 크기가 세로 38.7cm, 가로 106.5cm라고 한다.

몽유도원도에는 안평대군의 序詩와 跋文 그리고 박팽년 등 당대의 명사 21명의 시와 自筆書가 곁들여 있다. 명사 21명의 찬시 중 11째 찬시를 박연이 지었다. 안평대군이 서시를 지은 해는 세종 32년(1450)이다. 서시 다음에 21명이 지은 시가 차례로 나온다. 이들 21명은 계육정난과 사육신사건에서 생사를 달리하였다.

卍雨ㆍ崔脩는 졸년이 不明하나, 金宗瑞ㆍ李賢老는 단종 1년(1453)의 계유정난 때, 朴彭年ㆍ成三問ㆍ李塏는 세조 2년(1456)의 사육신 사건 때, 계유정난의 간당으로 몰린 朴堧은 유배 중인 세조 4년(1458)에 별세하였다. 그러나 나머지 13명 申叔舟ㆍ河演ㆍ宋處寬ㆍ金淡ㆍ高得宗ㆍ姜碩德ㆍ鄭麟趾ㆍ李迹ㆍ崔恒ㆍ尹子雲ㆍ李芮ㆍ徐居正ㆍ金守溫은 수양대군에게 살아남았다.

난계는 안평대군과 같이 ‘雙淸堂’이란 시를 지은 4년 뒤, 세종 29년(1447) 안평대군의 몽유도원도에 찬시를 남겼다.

夢遊桃園圖 / 박연의 찬시(讚詩)

어부가 찾아갔다가 길을 잃은 일 생긴 이후로 / 一自漁郞迷路行

이 세상에 비로소 도원이라는 이름 있게 되었네. / 寰中始有桃源名

고금의 이름난 그림들이 비바람 만난 듯 놀라고, / 古今名畵風雨驚

앞뒤 웅장한 문장들 출렁이는 파도처럼 기우네. / 前後雄文波濤領

언덕의 복숭아 숲은 몇 해나 꽃을 피웠던고? / 挾岸桃林幾歲榮

바위에 기대 엮은 집들은 제멋대로 생겼구나. / 架巖屋舍隨意生

흙섬돌 띠풀 집은 꽃 속에서 밝게 보이고, / 土砌茅茨花裏明

눈부신 노을 시냇가 들판에 가득 피어오르네. / 霞蒸綺灩川原平

마음 편하고 즐거워 다투는 이 없으니, / 熙〃皞〃絶紛爭

어찌 희ㆍ황 시대만 세상이 맑다 할 것이랴! / 豈獨羲黃世大淸

 

달인은 본디 스스로를 형체에 의지하지 않고, / 達人本自不依形

정신으로써 신선의 경지를 드나드는 법, / 其乃精神通仙扃

학 한 마리 흐르는 별처럼 긴 바람 몰아가니, / 一鶴星輅駕長風

세 신선의 말고삐가 영롱하게 반짝이네. / 三僊玉珂交玲瓏

우연히 서로 만나 기쁨을 나누는데, / 怡然草次偶相逢

대 그림자 사방으로 짙푸르게 둘러쌌네. / 竹影四座籠靑葱

이들의 감응 어디에서 오나까 헤아려 보니, / 料他感應是的傳

물 즐기고 산 즐기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라. / 樂水樂山其襟胷

세미한 생각, 고운 꿈은 반드시 징험이 있을 터, / 緬思佳夢必有徵

황제의 화서씨 이상사회도 믿을 만한 이야기. / 華胥瑞應聊可憑

그대는 모르는가? 형왕이 베개 밑 꿈속에서 / 君不見荊王枕上

부암으로 들지 않고, 무협으로 향하였음을. / 夢不入傅巖向巫

그대는 또 모르는가? 장주가 병풍 맡 꿈속에서 / 峽又不見蔣生屛

주공을 흠모 않고 호랑나비를 그리워하였음을. / 底夢不愛周公戀

구름이 되고 비가 되는 것은 필경 무슨 덕일까? / 胡蝶爲雲爲雨竟

너울너울 자유롭게 홀로 노니는구나. / 的德相蘧空自適

비해당 높은 곳에 매화와 대나무가 비쳐 있고, / 匪懈堂高映梅竹

주옥같은 만권 서적 빽빽이도 들어차 있네. / 瓊珠萬卷書連廛

문장과 도덕은 은하수 가에까지 뻗쳐있고, / 文章道德薄雲漢

제도와 경륜은 임금님의 정사를 보필한다네. / 制度經綸弼宵旴

 

세상 도리와 백성의 풍도는 못내 개탄스러우나, / 世道民風慨三嘆

주공의 마음과 공자의 뜻 한결같이 추구한다네. / 周情孔思求一貫

마음이 태연하여 형체를 수고롭게 하지 않으니, / 天君泰然不役形

세속의 잡된 생각 따위 파고들 틈조차 없어라. / 塵想無綠抵間隙

하늘과 땅에 뜻을 두어 거듭 순박하기만 하오며, / 有意乾坤再淳朴

온 백성 천수를 누리는 낙원에 오르기 바라네. / 且欲人民躋壽域

황제의 화서씨 나라 꿈 허황한 것 아니었나니,/ 軒轅準胥兆不成

비해당의 도원 꿈 어찌 헛된 꿈이라 말하랴! / 匪懈桃源豈虛得

비심이 초야를 갈망하니 언사가 순일하여지고 / 裨諶謀野辭命精

자천이 거문고 타나 정사는 절로 다스려지네. / 子賤彈琴治道成

초연히 물외로 나아가 성정을 기쁘게 지니니, / 超然物表怡性情

참으로 큰 저울대 절로 그 가운데 있다네. / 於中自有大權衡

쉽사리 단청을 의논하지 말지니, / 莫將容易議丹靑

내 이제 눈 비비고 천지의 편안함 보리라. / 我今刮目天地寧

詩에서 난계는 안평대군이 주공과 공자사상을 한결같이 추구하고 있다고 하였다. 형제들을 죽이고 어린 조카 단종의 왕위를 찬탈한 수양대군과 정반대의 인물인 주공에 대하여 알아보자.

주공은 공자가 흠모했고 또한 유가들에 의해 고대 중국의 최고 성인으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주공은 문왕의 넷째 아들이자, 주나라를 개국한 무왕의 동생이다. 문왕은 정비인 태사와의 사이에서 모두 열 명의 아들을 얻었다. 이 열 명의 아들 가운데서 주공은 가장 탁월한 능력과 비범한 자질을 갖춘 듯하다. 문왕이 강태공이라는 책사를 얻어 은나라 주왕의 마수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세력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것처럼, 무왕은 동생인 주공을 책사로 중용하여 비로소 은나라를 멸망시키고 주나라를 세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진시황의 생부로 알려진 전국시대 진秦나라 여불위가 편찬한 여씨춘추에 실려진 기록을 보더라도 그의 인품과 자질을 짐작해 볼 수 있다. 형만 한 동생이 없다는 말은 주공에게는 해당하지 않는다. 기원전 1122년 은나라를 멸망시키고 주나라를 세운 무왕은 그로부터 6년 후에 세상을 떠났다. 당시 무왕에게는 어린 아들 희송이 있었다. 개국 초기 정치적 불안정 속에서 어린 아들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세상을 떠나는 무왕의 심정을 알 수 있다. 무왕이 주공에게 왕위를 물려주려고 했지만, 주공이 이를 사양했다는 설까지 나온 배경 역시 이와 같은 무왕의 심정을 헤아렸기 때문이다. 하여튼 주공은 무왕이 죽자 어린 조카 희송에게 왕위를 잇게 했는데, 그가 바로 성왕이다. 어린 성왕에게 제국을 맡길 수 없어 주공은 섭정을 했다. 주공은 재상의 직을 맡아 무왕을 보좌하고도 또 성왕을 대신해 나라를 다스리는 동안, 이제 막 시작한 주나라를 반석위의 나라로 바꾸어 놓았다. 그것의 대표적인 것이 전시황이 천하통일하기 전까지 중국사회를 지배한 분봉제후제와 봉법제[봉건제도]이다. 110. “주공과 성왕” 주역高島易斷 [2012. 4. 18자 기사]

이렇게 난계 박연과 안평대군은 서로 시를 지어주는 받는 사이였다. 나이 차이는 많으나 이들은 예술혼이 통하는 친구 같은 사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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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권상호
몽유도원도 안평 대군 발문 (安平 大君 跋文) 중에서
....
徊徨竚立, 莫適所之, 遇 一人 山官野服.
머뭇거리고 방황하며 오랫동안 서성거리다가, 어데 로 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 하는데 산관야복 차림의 한 사람을 만났다.
장읍 이위여 왈 : 종차경 이북, 입곡즉 도원야.
長揖 而謂余 曰 : “從此徑 以北, 入谷則 桃源也”.
정중하게 인사를 하더니, 나에게 말하기를 “이 길을 따라 북쪽 골짜기로 들어가면 곧 도원입니다.” 라고 하였다.
....
嗚乎 ! 通都大邑, 固 繁華, 名宦之 所遊,
오호라 ! “도읍이나 큰 고을 번화한 곳은 이름난 벼슬아치가 노니는 곳이요.
궁곡단애, 내 유잠은자지소처.
窮谷斷崖, 乃 幽潛隱者之所處.
궁벽한 골짜기의 깎아지른 절벽은 이내 그윽하여 은자들이 거처하는 곳이다.
시고 우신 청자자, 적 부도산림,
是故 紆身 靑紫者, 迹 不到山林,
이런 연고로 몸에 푸르고 붉은 비단에 얽매여 있는 자는 자취가 산이나 숲에 이르지 않는다 하고,
도정 천석자, 몽불 상암랑,
陶情 泉石者, 夢不 想巖廊,
뜻을 자연에서 도야 하려는 자는 꿈에서도 솟을 대문이나 고대광실을 생각하지 않는다.” 하니,
개 정조수도, 이지 필연야.
蓋 靜躁殊途, 理之 必然也.
무릇 고요함과 시끄러움이 달리하는 길이며 이치란 반드시 그렇게 되는 것이다.
고인 유언 왈 : 주지 소위, 야지 소몽,
古人 有言 曰 : “晝之 所爲, 夜之 所夢,”
옛사람이 말하기를 “낮에 한 바를 밤에 꿈으로 꾼다.” 고 하였는데,
여 탁신 금액, 숙야종사, 하 기몽지 도어산림야 ?
余 托身 禁掖, 夙夜從事, 何 其夢之 到於山林耶 ?
나는 궁궐에 매인 몸이라서 밤 낮 으로 일에 쫓기고 있는 터에 어찌 산림에 이르는 꿈을 꾸고,
우 하도 이지어도원야 ?
又 何到 而至於桃源耶 ?
또 어찌 도원에 이를 수 있었던가?
권상호
김 종서 시 (金 宗瑞 詩)
 
도원 입몽혼, 몽혼 귀도원.
桃源 入夢魂, 夢魂 歸桃源.
도원이 꿈속 혼으로 들어오고,
꿈속에서 혼은 도원으로 돌아갔다네.
신변 호무단, 숙능 지화원.
神變 互無端, 孰能 知化元.
정신의 변화 서로 단서조차 없는데,
뉘라서 능히 조화의 근원을 알겠는가?
이보 계주공, 족섭 천지근.
尼父 繼周公, 足躡 天地根.
공자님은 주공을 계승 하시고자,
발로 천지의 근원을 밟으셨네.
전후 동일규, 몽견 하빈번.
前後 同一揆, 夢見 何頻繁.
앞과 뒤에서 법규가 동일하시니,
꿈속에서 얼마나 빈번하게 보았겠는가?
황량 여남가, 탄망 무족론.
黃粱 與南柯, 誕妄 無足論.
“황량”과 “남가”의 꿈 이야기는,
허망한 것이라며 족히 논할 바 없다하네.
달자 몽신선, 지재 위차언.
達者 夢神仙, 至哉 爲此言.
달 인 이라야 신선의 꿈을 꾼다 하는데,
지극 하도다 이 말씀이여 !
자진 다도기, 조세 염진훤.
子晋 多道氣, 早歲 厭塵喧.
“왕자 진”은 도(道)의 기(氣)가 많아서,
어려서부터 속세의 시끄러움을 싫어하였다네.
곤곤 물외념, 부귀 여부운.
袞袞 物外念, 富貴 如浮雲.
끊임없이 세상 밖을 염두에 두고,
부귀를 마치 뜬 구름 처럼 여겼다네.
만만 무릉로, 묘묘 진건곤.
漫漫 武陵路, 杳杳 秦乾坤.
희미하게 무능으로 가는 길,
아득하니 진나라 시절이라네.
우여 유몽회, 수색 자등건.
偶與 幽夢會, 搜索 恣騰騫.
우연히 그윽한 꿈속에서 만났는데,
시 공을 뛰어 넘어 찾아갔다네.
각래 명화공, 만상 득전혼.
覺來 命工畵, 萬象 得全渾.
깨어나 화공에게 명하여 그려진 그림,
온갖 모습 고스란히 담아냈다네.
천고 피세지, 일석 이고헌.
千古 避世地, 一夕 移高軒.
천고에 속세를 피했다는 곳,
하루 저녁에 매죽헌으로 옮겼다네.
경거 영사림, 일월 광토탄.
瓊琚 暎詞林, 日月 光吐呑.
주옥같은 시 문으로 비추었더니,
해와 달이 빛을 토하고 삼키는 듯...
.
피도 차독기, 낙이 궁조혼.
披圖 且讀記, 樂以 窮朝昏.
그림을 펴보고 또 기를 읽노라니,
아침부터 저녁이 다 되도록 이로써 즐기고 싶다네.
인생 비금석, 백세 여전분.
人生 匪金石, 百歲 如電奔.
인생 이란 무쇠나 돌이 아닌데,
백 년 이라야 마치 번개처럼 번쩍 한다네.
안득 발선도, 이종 자미원.
安得 拔仙桃, 移種 紫薇垣.
어찌하면 선도를 뽑아다가,
궁궐 안에 옮겨 심을 수 있다던가 ?
질피 삼투아, 만세 봉오군.
叱彼 三偸兒, 萬歲 奉吾君.
저것을 “삼 투아 (삼천갑자 동방삭)”에게 재촉하여,
만년토록 우리 님 받들었으면...
 
 
金 宗 瑞 (김종서): (1390~1453 } 字(자)는 國卿(국경), 號(호)는 節齋(절재), 諡號(시호)는 忠翼(충익), 癸酉靖難(계유정난)으로 禍(화)를 당함. 當年(당년) 58 歲(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