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동정

한옥에 관한 인터뷰 - 가회동 데이비드 킬번씨 댁에서

http://www.kahoidong.com/pov/pov08.html

Professor Kwon Sang-Ho, Calligrapher, explains his views about the value of hanoks in South Korea. Professor Kwon was filmed at a visit to David Kilburn's hanok in Seoul.

2010년 6월 3일 한국 서예의 대가 도정 권상호 교수님께서 한옥의 가치에 관하여 설명하십니다. 도정 권상호 교수님은 서울 가회동 데이비드 킬번씨의 한옥을 방문하여 영상 인터뷰를 하셨습니다.

www.dojung.net

서예 교수 권상호

갑습니다. 저는 우리 전통 예술 중의 하나인 서예를 취미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서예’란 말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한자어이기 때문이지요. 순우리말로는 ‘글씨’라고 하지요. 또 붓으로 쓰는 글씨라고 해서 ‘붓글씨’라고 하죠. 이 ‘씨’자라고 하는 것은 성경에 나오는 말처럼 ‘한 알의 밀알 곧, 씨알이 썩어야 많은 열매 맺나니.’처럼 문화 활동을 하는 저로서도 '붓글씨'를 무척 좋아합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 것에 대한 애착이 날이 갈수록 깊어집니다. 우리 것을 나타내는 한 음절 중에 ‘한’ 자가 있습니다. ‘한’이라는 것은 ‘하늘’의 의미도 있고 ‘한을 품는다’ 할 때의 한도 있습니다. 한이라는 것은 방향으로 치면 동방입니다. 우리 민족은 한이 많은 민족으로, 그것 때문에 끈질기게 생명력을 이어가고 그것을 풀기 위해 춤을 추고 노래하며, 어려움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습니다.

'한'이라 하면 한얼님, 한울님, 하늘님이라고 할 때의 원초적인 '한'입니다. 한얼이란 하나의 얼이란 뜻이요, 얼굴이이라면 얼이 들어있는 굴이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또 한옥, 한복, 우리가 먹는 한식, 세종대왕께서 지으신 것도 한글. 이처럼 입는 것 한복, 먹는 것, 사는 곳 우리 민족은 한을 참 좋아했습니다. 설령 노래를 하더라도 한이 붙지 않으면 제대로 된 소리꾼이 될 수 없다는 믿은 것이 우리 민족입니다.

한옥을 보면 위에는 둥글고 밑에는 좀 모난 모양입니다. 우리 민족은 전통적으로 하늘을 믿었기 때문에 한옥, 기와집도 하늘을 떠받드는 모양으로 용마루가 이루어져 있습니다. 우리 초가집도 보면 하늘을 담게, 우리 선조들이 사용하던 돈도 천원지방이라고 해서 밖은 하늘을 닮게 동그랗게 만들고, 안쪽은 땅을 담게 모나게 만들었죠 엽전도 그렇고 집도 그렇습니다. 형용사 중에 하늘하늘하다, 땅을 보면 다지다. 이런 말과 서로 상통하죠. 설령 자식을 낳아도 하늘, 아들, 땅, 딸 이렇게 음이 비슷합니다.

우리 한옥 전통 기와집을 보더라고 암기와와 수기와가 있죠. 음양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밑을 받치고 있는 것이 흙과 돌과 나무로 정말 자연적인 것입니다. 우리 선조들의 DNA에 보면 신명이 있다고 하는데 그 신명이 하늘과 땅이 만났을 때 생긴다는 것입니다. 하늘과 땅 사이를 다닐 수 있는 것이 새 이었는데요. 새를 200년 전만해도 ‘사이’라고 불렀습니다. 하늘과 땅 사이를 자유롭게 다닐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처럼 우리 선조들은 저 새처럼 자유롭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장군의 칼, 소떼의 기러기를 만들어 놓는다던가 늘 하늘에 대한 신앙을 놓지 못했던 겁니다. 그래서 애국가에도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늘 하늘이 우리를 돕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를 담당하던 양반이 살던 한옥 기와집은 하늘을 떠받들고 있는 형상이고, 서민들이 살던 초가집은 밑으로 둥그렇게 만들어서 하늘의 뜻을 받아들여서 그대로 땅에게 전달하려는 종모양입니다. 신비롭게도 이 종의 모양은 입을 아래로 벌리고 있고, 하늘에 제사 지내는 제기의 모양은 입을 하늘 향해서 올리고 있습니다. 지금도 학교에서 가르침을 줄 때 종을 울리죠. 오곡빛깔의 곡식을 주셔서 감사하다는 추수감사절, 즉 추석에는 향로에다가 감사의 뜻으로 네모난 그릇에다가 향을 피워서 감사의 뜻을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한옥 기와집의 지붕을 보면 암기와와 숫기와가 있어서 재밌습니다. 사람은 인간이라고 하는데 왜 ‘간’자를 쓰는가 살펴보면요. 우리가 살아가는데 절대로 피할 수 없는 것이 두가지 있습니다. 바로 시간과 공간입니다. 피할 수 없는 시간, 공간이기에 우리 인간도 시간, 공간의 ‘간’자를 쓴 것이지요. 요즘 환경 운동 많이 하는데 자연환경과 시간 환경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선조들이 한옥이라고 할 때 ‘한’은 요즘 한국이라고 한자를 씁니다만 원래 한글이었습니다. ‘옥’자는 집이라는 의미인데요. 집이라는 것의 동사형이 짓다, make 즉, 만들다 입니다. 새도 집을 짓고, 인간도 집을 짓는 것이지요. 명사 중심의 우리 선조들은 코를 옛말로 ‘고’로 사용했습니다. 그러니까 동사형은 ‘골다’. 무엇인가 베는 것은 옛말로 ‘갈’이었습니다. 즉 고를 골다, 갈로 갈다. 집을 짓다. 즉 집이라는 것은 무언인가 계속 창조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생각합니다. 집의 완성의 의미로는 ‘웅’ 지붕의 ‘웅’이라는 것은 사실 완성의 개념입니다. 얼마간 살다가 거기에 맞추어서 개조하고, 자식을 낳으면 옆에 또 짓고 하면서 우리 전통적인 두레사상, 공동체 의식이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마을이 이루어집니다. 한자에도 마을 리를 보면 밭’전’ 밑에 흙자가 있어서 흙을 일구어서 밭을 만들면 거기에 마을이 생기고, 마을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집이 생기는 것을 뜻합니다.

하늘, 땅 제가 거창하게 이야기 했습니다만, 사실 인간적인 면으로 봤을 때 요즘은 불편하다고들 하지만, 사실은 게으르지 않게 만들어 주는 것이 한옥입니다. 장점이야 너무 많지만, 우선 제 눈에 여기에서 보이는 것이 나무네요. 나무는 죽어서 까지 남을 위해서 산다고 해서 남그의, 남게, 남을 위해서 살고, 죽어서도 남을 위한다고 해서 나무가 되었다고 보거든요. 신명나는 것은 콘크리트나 철근보다도 수명이 더 깁니다. 나무는 살아서는 과일을 인간에게 주고, 그늘도 주고, 새들에게 집 지을 공간도 줍니다. 나무는 세번 죽습니다. 한번 죽으면 벌레 들의 아파트가 되고, 뗄감이 됩니다. 그리고 두번 죽으면 불에 타서 숯이 됩니다. 제가 늘 사용하고 있는 먹도 결국 그 입자가 숯과 같습니다. 요즘 숯의 효능에 대해서 과학자들이 매우 좋다고 말들을 하는데, 숯의 원자가 탄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것은 결국 다이아몬드와 같다는 의미입니다. 영원하다는 의미이죠. 제가 한지에 먹으로 글씨를 쓰면 그 먹도 한지와 함께 영원한 것입니다. 그 숯이 다시 한번 불을 만나면 나무는 원래 없던 것으로 돌아가죠. 농담으로 한옥은 불에 타서 숯이 되고 그 숯이 또 타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 쓰레기가 남지 않는 너무나 친자연적인 것이라고 말을 합니다. 제가 초등학교 5학년 때 학교를 다녀와 보니 집이 불이 타버린 겁니다. 제가 안타까워서 울고 하니까 아버지가 다가 와서 걱정하지 말라고 하더니 일주일 사이에 나무를 베어다가 다시 얹고 지붕을 이고 하니까. 원래 집보다 더 튼튼해 진 겁니다. 우리 한옥에 사용하는 흙은 열을 받으면 더 단단해 진다는 것입니다. 도자기는 어때요. 부스러기 흙이 열을 받아서 인조 옥이 된다는 생각을 같게 된 것이죠. 우리 한 민족도 많은 외침과 갈등을 겪으면서 5000천년 역사를 이어오듯이. 흙이 열 받으면 더 탄탄해 진다는 것을 선조들은 알았던 것입니다. 기와도 따지고 보면 열받은 흙이지요. 전돌도 열받은 흙입니다. 대궐에도 열받은 흙이 깔려있지요.

제가 서예를 해서 또 유난히 좋아하는 것이 이 한지 입니다. 종이라는 것이 원래는 조헤, 이 말이 원래는 깨끗하다는 뜻입니다. 이 한지는 세계적으로 정말 자랑스러운 겁니다. 이 한지는 여과기능이 있습니다. 그래서 겨울철에도 적당한 빛을 받아들이고, 나쁜 것은 스스로 흡수해 버리고, 좋은 것만 우리 인간에게 전달해 주고 합니다. 최고의 필터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한옥의 멋이 기와, 나무, 돌만 중요한 것입니다. 사실은 한지에도 매력이 있습니다. 한지는 한옥에서 우리 인간의 허파와 같아요. 사실은 이 한지 호흡하는 개인적으로 가장 자랑스럽습니다.

사실 부끄러운 것은 근 100년 동안 서구 문화에, 보지 못한 것에 대해 호기심이 많아서 너무나 밖의 것에 눈을 돌렸습니다만, 한 100년 지나니까. 남의 눈에 의해서, 특히 우리 앞에 계신 킬번 선생님의 눈에 의해서 한편으로는 기분 좋으면서도 또 부끄럽기도 합니다. 정말 내 것이 좋다는 것을 체험해 보지 않고서는 모릅니다. 저도 솔직하게 편리성 때문에 아파트에 살고 있습니다만, 앞으로는 불편하기 때문에 좋은, 그렇기 때문에 앉았다 일어나고, 일어났다 앉고 또 신발을 정갈하게 벗고 들어오고, 그런 와중에 예절이 있는데, (그렇게 살지 않으니까.) 우리 모두가 예절을 잊어버린 거예요. 그래서 어떤 학자들은 요즘 밥상머리 예절을 찾아야 한다. 라고 하는데, 밥상머리에 앉으면 한옥 안에서 가족들이 대화를 나눌 수 있고, 또 신발 가지런히 벗으라고 혼나면서 크고 화장실이 멀기 때문에 미리 준비 할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하는데, 요즘이야 강의시간에 화장실 가겠다는 학생들이 한 둘이 아닙니다. 한복 예절을 배웠다면 그렇지 않을 텐데 우리는 그런 것을 모두 잃어버렸습니다. 한옥에서 드나들자면 늘 돌아서서 문을 닫고, 다시 또 돌아서서 문을 열고, 또 다소곳이 앉는 자세며, 또 부엌에서 일을 해서 약간 불편은 하지만 안방까지 어르신께 상을 올리는 그 동작을 생각해보세요. 신발을 벗고 조용히 갖다 놓을 때 다소곳이 앉은 그 속에서 몸에 벤 어른에 대한 공경.그 모습을 보고 또 어른은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며느리든, 자식에게 덕담을 해주는 그런 아름다운 한옥 예절이 사라진 것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비록,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지만 오늘 선생님 만나서 너무 반가웠고요. 더욱 더 명심하고 우리 것에 대한 애착을 더욱 갖겠습니다. 선생님 멋진 수염을 보니까. 거기에 먹을 묻혀서 글을 쓰고 싶어지는 군요.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 네이버로 보내기
  • 텀블러로 보내기
  • 핀터레스트로 보내기

Comments

권상호
안녕하세요.
데이비드 킬번씨 부인입니다.
이번에 킬번씨는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으면…
하는 마음으로 새로운 프로젝트를 구상하였습니다.
여러분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모두 참여 하셨으면 합니다.
현재 www.kahoidong.com/pov/ 에 두 분이 이미 참여 해 주셨습니다.

David Kilburn’s Project 
주제 : 한국 문화유산인 한옥의 가치와  왜 한옥은 보존 되어야만 하는가
장소 : 서울시 종로구 가회동 31-79 번지, 전화: 02 765 2350, 킬번씨의 한옥

여러분들은 킬번씨의 차실에 앉아서 차를 마시며 자유롭게
5-10분 안으로 위 주제에 대해 말씀을 하면, 킬번씨가 동영상을 만들어
홈페이지에 올립니다.
우리들은 5월 24일 서울에 도착하여 6월 6일 다시 동경으로 옵니다.
이 동안에 약속을 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5월 26일은 선약이 있습니다.
그리고,
6월 5일 토요일 오후 3시경에는 “가회동 음악회” 를 엽니다.
자세한 정보는 곧 홈페이지에 올리겠습니다.
http://www.kahoidong.com/index k2.shtm
혹은 jade.kilburn@gmail.com 으로 연락 바랍니다.
대단히 고맙습니다.
권상호
헤럴드 경제 김명섭 기자님,

지난 5월 31일, 롯데백화점 시민의 광장에서 선보였던
부족한 저의 서예 퍼포먼스 '라이브 서예'에 관한
사진 기사(아래)를 아래와 같이 써 주시어 감사드립니다.
다름이 아니오라 제 모습을 너무나 멋있게 찍으셨기에 혹여 시간이 허락하시어
원본을 보내주실 수 있다면 큰 영광이겠습니다.
확대 출력하여 저의 또 다른 행사 때, 사용할 수도 있을 것 같고요...

혹여 제 솜씨가 필요한 기회가 생긴다면 불러주세요.
행사를 빛내드리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여불비...
-----------------------------------------
<포토뉴스>월드컵 16강을 위하여…서예 퍼포먼스
2010-06-01 12:04
2010 남아공월드컵을 열흘 앞둔 가운데, 한국 서예학회 도정 권상호 선생이 31일 소공동 롯데백화점 앞에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하는 서예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김명섭 기자/msiron@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