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동정

송대 동기회 가는 길

길이 길게 뻗혀 있었다.
고향 가는 길이다.

고향을 지키시던
부모님께서 돌아가시고
작은 아부지, 작은 어메마저 돌아가시고나선
뜸했던 길이다.

이제
40년, 37년 동안 잊었던
옛벗을 찾아가는 길이다.

신을 벗지 않고도 한강을 건너고
허리춤에 수건을 걸치지 않고서도
소백산맥을 넘었다.
강을 가볍게 뛰어넘고
산을 쉬이 뚫고 지나간다.
모두들 축지법 도사가 되었다.

주말의 고속도로는 저속도로이다.
길이 막힐수록 
장환기 친구와의 대화는 트여갔다.
죽음의 경계선까지 다녀온 
친구의 얘기를 듣으면
삶아 있는 것에 대해 경건하고 감사해야 한다.

어이, 저기 풍년가든이 보이네.
한 친구의 처갓집이 집합 장소란다.
이미 자리한 몇몇 친구들과 한 바퀴 돌며 악수하고
두어 순배 오갔을 때야 추억담이 오갔다.
시간적 거리가 너무나 먼 나머니
평소 자주 만나지 못하던 친구와는
무슨 얘기부터 풀어야 할지 어정쩡하기도 했다.

해는 뒷산에 뉘엿뉘엿
나무 밑에 앉았지만 모두들 햇살에 노출되었다.
어이, 한잔 더 받게나.
양념장 바른 삼겹살에 폭탄주 한잔씩 쭈욱,
된장 비빔밥은 입 안에서 굴리기 전에
이미 목을 넘어가고 있었다.
목구멍에서 도리깨질 소리가 난다.
도시 소음을 몇 겹 벗겨 낸
까묵룩한 시골마당에서나 들을 수 있는 소리.

어두움이 마당을 깔자
이층 연회장으로 올랐다.
나는 습관적으로 붓질을 시작했다.
티벳 음악을 배경으로
소나무 한 그루 그리고 큰 붓으로 바꿨다.
松臺十八會萬歲
사랑은 나눔으로 만남은 뭉침으로...
이어진 서예와 禪舞, 그리고 즉흥 시낭송
그 무엇으로도 40년의 세월을 매꿀 수는 없었다.

그룹마다 이어지는 건배사
18, 18, 에이18! 
웃음으로 입이 돌아가고 배꼽이 바닥에 떨어졌다.

권오종 회장의 축사
권오진 서울회장의 장학금 전달
쥑이는 팔도 춤과 노래
영욱이의 신발 장단
술잔과 접시가 이리가 깔렸던 풀처럼 어지러웠다.

시계가 열두 점 치자
휴-
권중섭 교감의 안내로
읍내에서 알탕에 소주 한병으로
속을 풀었다.

새벽 안개를 뚫고
원주 문박을 들러 
서울을 확인했을 때는 
여섯 시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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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권상호
* 벗님들의 좋은 뜻

이현준 - 경상북도의원(쌀값폭락 대책 고민)
권오종 - 경상북도교육위원
권중섭 - 대창중학교 교감
권영식 - 대창고등학교 교감
대중 18강성일
재미있었던 동창회을 참석못한 이마음 어짜할거나~~~ 오랜친구들도 만나고 도정친구의 포퍼먼스을 못 본것이 더욱 아쉽구만 내년에는 참석 해야갰네
권상호
그려므나. 내년을 기약해야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