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동정

바람길의 붓 노래 - 노원문화예술회관 초대전 / 작가의 말

바람길의 붓 노래
  
인생은 바람이다.
무풍(無風)이려니 했는데 미풍(微風)을 만나기도 하고
순풍(順風)이려니 했는데 폭풍(暴風)을 만나기도 한다.

인생은 소풍(逍風) 온 풍각쟁이와 같다.

뜻밖의 돌풍(突風)을 만나 고생할 때도 있지만

재수 좋으면 돌풍을 일으키는 수도 있다.

오늘도 바람 따라 길을 나선다.

미세먼지 몰아낼 청풍(淸風)은 어디 갔나.

바람을 거역하면 역풍(逆風)을 만나고
바람을 모독하면 중풍(中風)을 맞겠지.


풍속(風俗)이란 이름으로

예부터 불어온 귀한 바람은 유풍(遺風)이렷다.

남길 유()’ 자에 귀할 귀()’ 자가 들어있으니

아무것이나 남겨서는 안 되리.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라이브 서예란 이름으로

현장에서 흑풍(黑風)을 일으키는 붓 바람이다.

이 풍진(風塵) 세상에서 붓을 잡은 건 그나마 천행이다.

 

너나들이하며 한잔 기울이면 붓 잡은 손은 계절풍(季節風)

샛바람처럼 다사롭게 마파람처럼 뜨겁게

하늬바람처럼 상큼하게 높새바람처럼 매몰차게


바람길에서 불러보는 붓 노래
바람결에 필흥(筆興)을 얻는 붓 놀이
붓 바람은 붓 길이 되고 붓 노래가 되고 붓 춤이 된다
질풍(疾風)만 바람이랴 필풍(筆風)도 바람이다
훈풍(薰風)에 보리알 익듯 내 글씨도 익어갈까.

먼 훗날 
도정서풍(塗丁書風)이 슬몃슬몃 불어오길 바라지만
붓 바람은 결코 수월하게 노래하지 않는다.

 

내 글씨가 또 하나의 추풍낙엽(秋風落葉)임을 알기에 
차라리 태워서 냉가슴에 불을 지핀다.

불씨가 글씨가 되고 글씨가 다시 불씨가 된다.

바로 이때 붓 가락의 에너지, 열풍(熱風)이 인다.

그 누가 알아주나 기막힌 내 사랑을

울어라 열풍아 밤이 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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