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동정

허경무 박사 지은 『한글 서체의 이론과 실제』 엿보기

허경무 박사 지은 한글 서체의 이론과 실제엿보기

 

권상호 (서예가. 칼럼리스트. 문학박사)

 

()한국서체연구회 이사장, 허경무 박사가 지은 이 책(2014.12.초판, 2021.1.재판)의 내용을 보면, 지금까지의 한글 서체와 관련하여 단편적으로 다루었던 글이나 저서들과는 여러 면에서 다르다.

우선 한글 서체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각각의 특징을 실제 작품으로 제시하여, 독자들이 올바르고 쉽게 이해하고 체계적인 사고로써 한글 문자 예술의 길을 찾을 수 있게 하였다. 이처럼 체계화된 이론을 바탕으로 실제 작품을 대입하여 저술함으로써, 개념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정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바꾸어 말하면 한글 서체에 대하여 합리적이고 체계화된 사고와 개념으로 파악하지 않고서는 어떠한 한글 서체라도 종합적 판단에 의한 객관적 이해는 어려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아가 저자는 이 책을 읽은 이는 한글 서체에 대한 바른 인식을 바탕으로 올곧은 한글 서체 안내자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한글 창제 600년을 바라보지만, 아직도 대다수의 국민은 한글 문자 예술의 흐름과 명칭에 대한 속 시원한 답을 얻지 못하고 있다.

저자는 40년 이상 한글과 한문의 여러 서체를 익히거나 때론 지도를 통해 얻은 경험치를 바탕으로, 외로운 서체 탐험을 계속해왔다. 한글의 태동에서부터 오늘날 일상에 널리 쓰이는 가로쓰기, 띄어쓰기, 폰트 활용에 이르기까지 저자는 한글 서체의 바른길을 연구, 검토, 착안하여 마침내 캄캄한 동굴 속에서 한 줄기 빛을 찾아내었다. 그 결과 저자는 자신만의 뚜렷한 목소리로 논리적인 체계와 합리적 근거를 바탕으로 이 책을 당당하게 세상에 상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이 책은 한글 서체의 전반에 걸쳐 네비게이션 역할을 할 것이고, 여기에 실린 150여 점의 예시 작품은 신호등이 될 것이다. 많은 예시 작품들은 한글 창제에서 지금까지의 시대별 대표성을 지니고 있어서, 한글 서체의 역사적 특징을 살피는 데에 도움을 준다. 따라서 이들 작품은 한글 서체 이론을 체계적으로 엮어낼 수 있는 보조 자료로서, 한글 서체 이해에 도움을 주고, 한글에 대한 심미안을 높여 주며, 한글 창작 의욕을 고취함은 물론 나아가 예술적 성취감까지 얻을 수 있게 한다.

돌이켜보면 국내에서는 간헐적으로 한글 서체와 관련하여 이론적 접근의 필요성을 피력한 경우도 있긴 하나, 그때마다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더구나 한글 고유의 본질을 비켜나가 정작 한글 서예에 대한 원초적 접근이 어려울 수밖에 없었던 것도 우리의 현실이었다. 이는 호리지차가 천 길 만 길의 거리를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지금까지는 한글 서체 자료 설명이나 원작자 소개, 어려운 고어의 현대어 풀이, 글쓴이의 생애와 작품 탄생의 배경 등 대개는 한글 서예술의 외적 측면을 주로 다루어 왔다. 이런 점은 서예를 전문으로 하지 않은 국어학자들이 더 잘할 수도 있기에, 도움을 받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하지만 그들이 한글 서체의 본질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여러모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곧 한글과 한문의 여러 서체를 탐구하지 않고서는 한글 서체를 종합적이고 입체적으로 분석 연구하기란 쉽지가 않다. 그러나 저자는 한글과 한문 서체를 오랫동안 깊이 탐구해왔고, 이를 바탕으로 20종의 국한 서체 교본 시리즈를 일시에 출간한 사실을 보더라도 한글 서체 이론에서만은 독보적이고 또한 충분한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이 책 한글 서체의 이론과 실제는 한글 서체를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있다. 각 서체의 이름을 붙임에는 객관적 기준과 시대적 배경을 밝히고 있으며, 서체의 미묘한 특성까지 천착하여 서체 명명에 대한 뚜렷한 이유를 들고 있다. 이 책에는 저자가 오랜 세월에 걸쳐 발표해왔던 국한문 서예작품 150여 점을 골라 예시 작품으로 보여주고 있는데, 이러한 작품의 다양성과 예술적 깊이도 그의 학설에 설득력을 더해주고 있다.

한마디로 이 책은 한글을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과 한글에 관심한 외국인에게는 교양서적으로 가치가 있고, 서예에 관심이 있거나 전업 작가에게는 서체 이론 전문서적으로서 일익을 담당할 것이다.

한글은 자질문자로서 인류 문자 역사상 가장 쉽고 편리하며 과학적인 문자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한글 서체 연구에 있어서는 성과가 너무나 미약하다. 이는 남북한을 합하여 범국가 민족적 문제이기도 하다. 아무쪼록 한글 예술의 새 지평을 엶에, 이 책이 반석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원한다. 나아가 이 책이 한글 서체가 나아가는 길을 뚫고 다지고 넗히는 지도리 역할을 하리라 믿는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으로 보더라도 한글 서체 연구는 다른 방면에 비해 상대적으로 너무나 못 미치고 있다. 기존의 제한적이고 즉흥적인 사고를 떨치고, 열린 마음으로 한글 서체와 관련한 학술적 연구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우리의 서예 인구는 타 분야보다 결코 적지 않다. 그런데도 한글 서체의 미래를 개척하기 위한 실마리조차 찾지 못함은 온전히 서예인들의 책임으로 돌아온다. (한예술사 발행. 330. 양장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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