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먹탱이의 문자로 보는 세상-유쾌한 유식 해학의 즐거움/권상호 지음/푸른영토/1만2800원
“생각과 느낌의 씨앗인 말, 글에서 빛바랜 이성과 감성을 되찾고 느림의 미학인 서예를 통하여 잃어버린 감각을 되찾아야 한다. 발음과 어원 속에 숨어 있는 스토리텔링을 통하여 철학의 싹을 틔워야 하며 서예 퍼포먼스 라이브 서예를 통하여 붓꼴림 전설의 봉인을 풀어야 한다.”
‘라이브 서예(live calligraphy)’를 창시하고 국내외에서 300여회 공연을 펼친 도정(塗丁) 권상호(사진)교수가 ‘유쾌한 먹탱이의 문자로 보는 세상-유쾌한 유식 해학의 즐거움’을 펴냈다. 라이브 서예는 예술의 실천과 공유를 위하여 음악·무용 등과 함께하는 퍼포먼스를 의미하고, 먹탱이는 서예가·붓쟁이를 뜻하는 저자의 별명이다.
책은 어렵다고 여겨지는 한자와 문자를 가지고 놀며 인생을 노래하는 책이다. 정통 문자학은 아니지만 그렇기 때문에 어렵지 않고, 또 그렇기 때문에 유쾌하다. 그러면서도 충분히 그럴듯해서 읽는 독자로 하여금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기도 한다. ‘예술에 풍덩’이란 코너를 보자.
권상호 지음/푸른영토/1만2800원“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속은 예술에 풍덩 빠지는 일이다. 그렇다면 예술이란 무엇인가? 이목구비(耳目口鼻)에다 촉각(觸覺)을 더하여 오감(五感)으로 마시는 황홀한 술이다. 이를테면 미술(美術)은 눈으로 마시는 아름다운 술이요, 음악(音樂)은 귀로 마시는 즐거운 술이라고나 할까. 그렇다면 서예(書藝)란 어떠한 술인가? 음악적인 운필의 결과로 회화적 조형이 나타나니 폭탄주 아니면 칵테일 정도가 되겠다.”
경북대 사범대학을 나와 고등학교 국어교사, 수원대 미술대학원 서예 겸임교수를 역임한 입심이 만만치 않음을 금세 느낄 수 있다. 수많은 한자가 등장하는 책으로 저자는 서예가로서 예술에 대해, 국문학도로서 문자라는 학문에 대해, 인생 선배로서 일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도정의 유희를 통해 서예와 문자 속에 숨어 있는 인생살이를 깨닫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