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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에서 얻는 여유
무봉 김용복
내 고향은 말이 느리기로 소문난 멍청도(忠淸道) 스산(瑞山) 구수한 사투리에서 고향의 정(情)이 느껴온다.
아버지는 이른 새벽에 사랑방 가마솥 쇠여물 데쳐 익히고 뒷마당 두엄더미 속의 덜 익은 봄을 파헤쳐 캐낼 때 외양간 누렁이 여물 익는 냄새에 되새김 멈추고 콧구멍 벌렁거린다. 시장기가 도는지 없는 쇠파리 쫓듯 머리저어 방울소리 낸다. 아버지는 누렁이 에게 여유 있는 말투로 "그려 알았다. 좀만 기다려."
스산에서 길을 물으면 턱으로 방향을 가리키며 "조기-유." 가까운 거리라 생각하면 큰일이다. 조기는 4킬로 이상이다. 1차선 도로에서 뒤 따르는 서울 사람이 빨리 가라 경적을 울렸다. 못 들은 척 그대로 가는 앞차에 전조등을 뻔쩍이었다. 신호대기 중 스산사람 차에서 내려 서울 사람에게 창문내리라 손짓하며 점잖게 이르는 말 "그렇게 바쁘면 어제 오지 그랬슈." 했다.
바쁜 요즘 세상 느림에서 여유를 찾는 고향사람들이 때로는 그립다.
말이 느리기 때문에 의사소통에는 말을 짧게 한다. 개고기 먹어, 안 먹어 물을 때 "개혀! 안혀!"하면 통한다. 속담에 이 콩깍지 깐 콩깍지냐 안 깐 콩깍지냐를 간단히 "깐 겨! 안 깐겨!" 박 서방이 어제 밤에 죽었다는 말을 간단히 "박씨 갓슈."하면 통한다. 노부부가 부부관계를 했다. 할아범이 할멈에게 "웠뎌!" 하면 할멈은 "은제 헌겨!"한다.
밤새 만리장성을 쌓고도 힘들지 않게 사는 여유 있는 고향 사람이 그립다.
2011.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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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호
그 진실의 깊이와 높이를 알 수 없어요.
가끔 선생님의 유머에 피로 회복을 넘어
생기를 얻습니다.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