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게시판

사모곡... / 세실리 인사드립니다 ~~



思母曲 - 루시아를 위한 戀歌
The love song for Lucia 1.jpg 엉겅퀴, 어머니 닮은 꽃을 그리며 나는 그림을 그리고자 정규교육을 받아 본 적이 없다.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수채화 몇 개월, 동네 도서관에서 유화 몇 개월, 사회교육원에서 한국화 몇 개월…, 마치 들 여문 이 빠진 옥수수 같은 내 그림 인생이 시작되었을 땐 이미 내 나이 40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나마 생활의 안정이 없었던 나에겐 중간 중간 붓을 놓고 아프신 어머니를 돌봐야 했다. 그래서 꾸준히 어느 한 스승 밑에서 수학할 수도 없었고 그 숱하게 많은 공모전에도 그림 한 점 낼 수 없었다. 어머닌 마지막 생애였던 8년을 갑상선암과 뇌종양으로 고생하셨다. 어머니와 함께 살았던 나는 그 힘든 마지막 동행에서 그녀와 함께 울고 웃고 미워하며 사랑했다. 그 와중에도 나는 시간만 허락되면 그림에 매달렸는데 어머닌 그런 나를 미대를 보내지 못한 미안함으로 늘 애처롭게 바라보셨다. 나 역시 마음 한 편으로는 이루지 못한 꿈이 마치 어머니 때문인 양 서운함을 애증으로 증폭시켰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당시 내가 무엇 때문에 그려야 하고 확연히 무엇을 그려야 할지도 몰랐던 것 같다 . 단지 가지 못한 길에 대한 집착과 아집이었으리라…. 9.jpg 나의 어머닌 내가 태어나던 그 해에 이혼하시고 평생을 청상(靑孀)으로 삼 남매를 키우셨다. 모두가 가난했던 60년대에서 노안으로 바늘 귀 잃으실 때까지 삯바느질로 생계를 이어가셨는데 어머니의 남다른 솜씨와 성실 때문에 먼 곳에서도 찾아오는 손님으로 잠시 일손 놓고 쉬는 날이 거의 없으셨다. 그래서 내 어릴 적 어머니에 대한 기억은 낮이나 밤이나 일만 하셨던 모습이다. 그 추운 엄동설한 겨울밤에도 어머닌 밤을 지새우며 시린 손으로 한복을 지으셨는데 비록 생계를 위해서 일하셨지만 한 치도 성기거나 대충 마무리하는 일이 없었다. 어머닌 입어 편안하면서도 맵시 있고 우아한 옷을 만들기까지 그 대쪽 같은 깐깐함을 부리셨는데 손님이 옷을 입고 흐믓해 서야 모든 피곤함을 내려놓으셨다. 2.jpg 기억에 어머닌 그 빈한한 살림에서조차도 완벽을 추구하셨는 데 맛있는 김치를 담고자 김장철이면 그 당시 귀했던 배와 잣을 꼭 챙겨 양념으로 넣으셨다. 어느 음식엔 어떤 맛과 색의 궁합을 다 헤아리셨고 가위 밥으로 남은 자투리 천으로 현대 추상화보다 더 기막힌 색색의 조합으로 밥상 보와 이불 보를 만들어 우리를 덮여주셨다. 나는 비싼 기성복은 입지 못해도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망사치마와 반짝이 블라우스는 늘 입을 수 있어서 동네 친구들의 부러움을 샀다. 최상의 재료가 없더라도 어머닌 늘 최선을 다해 만드셨고 그녀의 손길이 닿은 것이면 늘 맛있고 맵시 있고, 정갈하고 풀 먹인 옥양목처럼 항상 푸르게 빛이 났다 내 어린 눈에는 마치 엄마의 손끝엔 사물을 변신시키는 마술봉이 숨겨져 있는 듯 신기하기만 했다 3.jpg 어머닌 생활 속에서의 진정한 장인이셨다. 구태여 예술을 말하지 않아도 삶에서 보여준 그녀의 모든 행위 속에서 나는 무엇이 아름다움이고 무엇이 최선인가를 배울 수 있었다. 예술을 꿈꾸었던 나에게 이보다 더 큰 스승이 세상 어디에 있었으랴…. 그러나 어머니에게서 홀로 살아온 천 길 같은 여인의 고독을 이해하기엔 철없는 딸로서 많은 세월이 필요했다. 여자로서의 어머니를 이해하며 바라볼 수 있었을 땐 나 역시 어머니의 전철을 밟아가는 외로운 중년이 되어서였고 어머닌 이미 파뿌리 같은 흰머리 성성한 노인으로 변하셨다. 8.jpg 고독이 인간의 폐부를 얼마나 썩힐 수 있고 긴 생의 바지랑대에 홀로 선다는 것이 얼마나 슬픈 일 인지를 고왔던 두 눈이 초점을 잃어가고 어린애처럼 울고 웃었던 어머니의 마지막 시간들을 바라보며 나는 깨달을 수 있었다. 또한, 나는 내가 무엇을 그려야 하고 또 무엇을 위해서 그림을 그려야 하는지 그 추웠던 12월 어머니를 마지막으로 가슴에 묻고서야 확연히 알 수 있었다. 1-1.jpg 엉겅퀴, 나의 어머니를 닮은 꽃 밟혀도 눕지 않고 강인하면서도 순수한 꽃 아픔도 사랑도, 숨겨 놓은 정열을 가시로 키워내는 꽃 모진 세상을 향해 약초로 희생하는 꽃 그러나 늘 품위를 잃지 않는 위풍당당 도도한 꽃…. hola%20my%20hand.jpg 나는 엉겅퀴를 그리면서 이름없는 장인匠人으로 살다 가신 어머니를 추억하며 기리고 싶었다. 어쩌면 어머니의 초상 속에 또 윤회처럼 그녀를 닮아가는 나의 초상 나의 이야기를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불우한 시대와 불행한 인연만 아니었어도 세상에 이름 석 자 하나 남길 진정한 예술가였을 나의 어머니, 루시아…. 그 분은 떠났지만 내 삶이 그녀를 기념하고 나의 예술이 그녀를 향한 노래이기를 긴긴 밤 그리움 지피며 엉겅퀴를 그렸다…. going%20home%201.jpg 집으로 아침이면 새들이 하늘에 길을 내고 밤이면 별들도 내려와 처마 밑에 몸을 숨겼던 곳 하늘이 울타리였기에 빗장도 대문도 없었지만 지나던 바람도 쉬어가며 목 놓아 울 수 있는 곳 going%20home%203.jpg 나 이제 나이 들어 내 가슴 마른 젖만 남았지만 마냥 그리워지는 내 유년의 둥지여 going%20home%202.jpg 인생의 모진 폭우에도 나 견딜 수 있었던 것은 해 지면 깃털 접고 돌아갈 수 있는 둥지가 있었기에 나도 바람처럼 목 놓아 울 수 있는 어머니의 품이 있었기 때문이다 집으로 가는 길 그것은 모든 유랑자의 꿈이길래 세상의 모든 둥지는 참으로 아름답다 star%201.jpg 별로 피어나 ... star%202.jpg 저 하늘 수 많은 별 중에 가장 뼈 아픈 별이 그대인 줄 몰랐습니다 star%203.jpg 모진 풍랑에도 눈물 한방울 흘릴 줄 모르는 독한 이가 그대인 줄 알았는데 철없는 딸 섭한 말 한마디에 어린애처럼 우는 저 별이 정말 그대인 줄 몰랐습니다 star%204.jpg 연분홍 스웨터 손 구르마 연지 없어도 한번도 부족타 하지 않을 이가 당신인 줄 알았는데 거울 앞에 돌아와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고픈 저 별이 정녕 그대인 줄 몰랐습니다... star%205.jpg 님은 떠났지만 나 역시 뼈 아픈 별이 되어 그대 가슴에 피어났습니다... star%206.jpgstar%207.jpgstar%208.jpgan%20eager%20desire.jpg 갈망 동짓달 하얀 밤에 그만 울고 말았어요 젖 부른 가슴처럼 그리움이 부어올라 문지방 걷어 차고 들길로 나왔어요 삭풍이 허리를 에두르고 서리가 발가락을 핥아도 허기진 갈망은 식을 수가 없어요 세상은 하얗게 얼어가는데 삭정이 같은 허벅지 사이로 어느새 검푸른 풀 싹이 돋아나네요 핏기 머금은 달이 들판을 달리면 멀리서 개 짓는 소리에 나도 따라 컹컹 울어댔어요... warm%20winter.jpg 어머니, 그해 겨울은 참 따뜻했어요 평생 청상으로 살아오신 무 속 같이 흰 어머니의 발엔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렸다 복 중 한여름에도 무명 양말에 버선을 신으시고 시렵다 시렵다 하시며 이불 속 잠자리에서도 두 발 비비셨는데 어머니 먼 길 떠나신 마지막 밤에도 발이 시렵다 시렵다 하셨다 언제부터인가 새벽이면 엄동설한 삭풍이 아니더라도 내 무딘 발에도 서리가 내렸다 정수리에 흰머리 하나씩 봄 둔덕 새순처럼 솟고나서야 이제서 시려움이 외로움이란 것을 깨달았다 지금도 눈이 오면 새벽 길 눈 쓸고 들어오시는 아련한 어머니의 모습 금방이라도 따뜻한 물대야에 당신 발 한 번 녹여 주고 싶은 것이 마음만 되뇌이는 이룰 수 없는 소원이 되었다. flying%202.jpg 비 행 어머닌 임종의 병상에서 우표처럼 가벼워진 육신으로 말씀하셨지요 삶은 잠시 발품 쉬어가는 간이역 죽음은 生이 혼불로 타오르는 가장 멋진 마지막 飛行이라고 flying%201.jpg 그 마지막 飛行을 위해 어머닌 生을 종이처럼 사셨네요 별도 뜨지않는 회색의 도시 부평동 756번지 길목가엔 그래도 노란 꽃 보자기 연처럼 날아다녀요 flying%203.jpgbecome%20a%20bird%202.jpg 산이 좋아 산새 되리라 어머니 늘 말씀하셨어요 폭설로 하늘도 주저앉은 12월 하얀 밤에 흰 눈꽃 축포 맞으며 그토록 원하시던 산새 되셨네요 become%20a%20bird%201.jpg 봄이면 배꽃 같은 꽃 비 속에서 가을이면 메밀 지는 언덕 위에서 나 항상 당신 그리워 울고 있지요 오늘처럼 온 세상 꽃 비 내리면 나도 가비엽게 훌쩍 날아올라 당신 계신 산언덕 어린 방울새 되어 엄마 찌지 내달라고 마냥 마냥 울고파요. blanket%201.jpg 이불보 <자장가>... blanket%202.jpg 가위 밥에 잘려진 조각 천이라도 어머니의 손길이 닿으면 멋진 추상화가 되었다 밤 새 다듬질 방망이 두드려 푸르디 하얀 옥양목에 이불보를 꿰매시면 나는 그 위에 벌러덩 누워 개잠자리처럼 꿈만 꾸었는데 잠결에 들리는 고운 가락, 어머니의 자장가.... blanket%203.jpgdreaming.jpg 회장 저고리... pregnancy.jpg 어머니는 양철조각으로 된 섶과 깃의 다양한 도안을 갖고 계셨다 더구나 섶은 저고리의 생명이고 섶의 짧고 길음에 저고리의 얼굴이 달라진다 하면서 마지막 섶과 깃을 올려붙일 땐 마치 애첩을 다루듯 달군 인두로 우아한 곳선을 만드셨다 어머닌 옷이란 첫째가 편해야 하고 둘째는 맵시가 있어야 한다고 늘 말씀하셨다 그 맵시라는 면에서 어머니의 손길은 가히 예술가이셨다 그 예술적 모든 기지를 어머닌 고스란히 삶 속에서 나에게 물려주신 것이다 love.jpgtraveling%20together.jpg 동행 꼭 같은 시선이 아니라도 좋아요 내가 달을 이야기 할 때면 그대는 구름 속의 별을 헤아렸죠 빼앗긴 그대의 시선에 늘 아파 온 가슴이지만 가끔은 내 검은 눈동자에 당신의 별을 띄워주세요 꼭 가슴이 아니어도 좋아요 살다가 문득 서러움이 찾아오면 그냥 그 서러운 등어리 내밀어만 주세요 물살 거친 개울가 징검다리처럼 나도 외로움에 희어진 민 등어리 그대 발아래 놓아 줄께요 꼭 같은 삶의 여정 아니어도 좋아요 푸른 대양 원 없이 항해하고 자유로운 물살로 다른 꿈을 키워내도 마침내 고향산천 냇가에 몸을 묻는 연어처럼 단지 그대의 마지막 연인이면 족해요 꺼져가는 눈동자 서로 감기우고 생의 마지막 붉은 노을 기억하는 그런 최후의 동행이면 족해요 그뿐이에요 self-portrait.jpg 바람 불어 좋은 날 하늘 공원에 어서 가요 억새가 춤을 추고 붉은 해가 손짓해요 sky%20park%201.jpg 별들이 창을 열기 전에 저 갈 숲 모퉁이 돌아 내게 키스해줘요 하늘 바람, 하늘 꽃, 하늘 향기 내 자궁 속 가득히 그댈 잉태 할래요 sky%20park%202.jpginvitation%201.jpg 어머닌 늘 기다리셨다 집 밖을 나간 자식을 보자기 들고 찾아 올 손님을 행여 한번쯤은 들러 줄 마음속의 님을... invitation%202.jpg 그러나 내 기억 속 어머니는 항상 촛불 지피며 기도하는 모습이다 아마도 그녀는 하늘이 아끼는 딸이였나 보다 어머니 루시아는 바로 성 루시아 축일 날 눈을 감으셨다. M e m o r y ... on%20sunday.jpgto%20the%20church.jpg 유년시절 내가 살았던 금호동 달동네는 뚝섬이 훤히 내려다보이고 바로 그 앞에 한강이 유유히 흘렀다. 한강을 더 가까이 보기 위해선 바로 옆 응봉동 산동네나 옥수동 꼭대기에 올라갔는데 그곳은 한강을 더 멀리 볼 수 있어서 좋았고 올망졸망한 판잣집이 이웃하면서 마치 능선을 따라 강을 내려다보는 나무들처럼 자리 잡고 있었다. 매일은 아니었지만 난 친구들과 함께 그 판잣집 능선을 따라 산동네 맨 꼭대기에 올라 나도 나무처럼 한강을 내려다보곤 했다. returning%20home.jpgviewing%20the%20moon.jpg 지금은 오히려 작게 느껴지는 한강이 그 어린 눈에는 마치 큰 배로 항해해야 할 대양처럼 보였는데 사실 그 당시 한강에 배가 다녔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이미 내 마음은 배를 타고 먼 수평선까지 내달리고 있었다. life%201.jpglife%202.jpg 그 어린 나이에 유진 오닐의 <지평선 넘어>를 알 수 없었지만 나는 <지평선 넘어>의 주인공처럼 마치 저 수평선 넘어 어딘가에 내 희망이 섬처럼 자라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그렇게도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산언덕 꼭대기를 집착했는지 모르겠다 over%20the%20hill.jpgentertain%20a%20hope.jpg 어머니가 아프시거나 친구와 다투어서 우울하거나 오빠나 언니가 중요한 시험을 치러 가는 날이면 그래서 어머니가 초조한 하루를 보내시는 날이면 난 어김없이 산동네 꼭대기에 올라가 한강을 바라다보았다. 그러면 강은 나에게 위안이고 신념이고 희망처럼 내게 흘러들어왔다 firework%201.jpgfirework%202.jpg 이미 배를 타고 고향을 떠나온 자는 항상 회귀를 꿈꾸리라 그러나 한 번도 울타리 밖을 떠나보지 못한 자는 집 밖의 모든 풍경이 수평선이고 꼭 넘어보아야 할 지평선이리라 그렇다면 내 인생은 어디쯤 와 있는 것일까… faith.jpgcherished%20desire.jpg 인생을 오직 일과 신앙 하나로 저 유유히 흘렀던 한강변 소나무처럼 일생을 한 길로 걸어오셨던 어머니 어머니 ! coming%20out.jpgnew%20year.jpg 그녀는 영원한 나의 회귀이며 돌아가야 할 집이고 또한 새로운 출발이다. 저 유년의 추억 속에 그려진 수평선 너머의 쪽배를 타고 그 어느 날의 회귀를 꿈꾸며 나는 또다시 낯선 길 위로 나설 것이다… birthday%20present.jpgwaiting%20for.jpg 꽃살에 실은 루시아 연가 Lucia%201.jpgbridal%20night.jpgLucia%203.jpglucia%20artist.jpgLucia%202.jpglucia%20previous.jpg나의 모든 그림을 어머니 영전에 바칩니다... - 감사합니다 - Ceci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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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세실리
인사동 친구 명주의 전시에서 우연히 옆자리에 앉았던 세실리입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가슴에 밀려오는 행복한 만남이었습니다.
저물어가는 한해 선생님의 모든 계획과 일상이 사랑으로 결실되길 기원드립니다.
권상호
반갑습니다.
인사동 차명주님의 전시회 뒤풀이는 아주 특별한 만남이었습니다.
우연이란 없고, 필연이라고 생각합니다.
강열하면서도 신비로운 작품 세계에 다시한번 나를 확인하게 됩니다.
오늘 일요일 하나의 전시회를 마치고(노원문화예술회관)
또 하나의 초대 전시회가 열립니다.(서울메트로갤러리- 경복궁역)
다음 기회에 차분히 그리고 깊이 있게 세실리님의 작품 세계에 다시 유람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