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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해야 산다 *
- 동강 조수호
21세기는 문화예술의 시대다 우리는 우리나라 특유의 문화적인 전통과 예술혼을 깊이 있게 검증하여 정체성을 재평가하고 전통을 창조적으로 계승, 21세기를 열어 나아가야 한다.
1. 변해야 산다.
'변해야 한다. 변하지 않으면 어느 누구도 승인받지 못한다.' 이것이 우리시대의 예술사조다.
千古의 師表로써 절대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서성 왕희지와 안진경을 비롯 구양순, 저수량, 소동파, 황산곡, 미불, 동기창, 왕탁, 등완백, 유석암 등 어느 一家나 一派의 서법을 붙들고 이를 宗法으로 하는 서학이 흔들리고 있다. 현대 국제사회의 학서방법과 예술정신은 한마디로 古典에 대한 宗法 개념이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고전에 대한 好尙의 시야가 넓어지고 서법의 탐색이 정밀하게 깊이를 더하고 있다. 그리고 고전의 학습은 자기풍격을 세우기 위해 양식과 아속을 선별하여 학습할 뿐이다. 법첩을 중심으로 학습하여도 고의를 추구하는 고전의식이 변하고 있다. 즉 어떠한 서법을 절대시하거나 이에 묶이는 法縛의 경향이 사라지 고 있다. 이르테면 유파라든지 양식이라든지 하는 전대의 학서와 표현정신에 대해 부정적인 비판의 소리가 높다.
즉 「왕희지나 안진경의 예술적 가치는 어디까지나 고전적 가치일 뿐 현대적인 가치일 수는 없다.」라는 철학으로 서법의 창신에 있어 너무나 지당한 명언이다.
이리 동양 문화사를 관통하고 있는 전통의 하나는 師組에 다한 존숭의 전통이다. 이는 우리들의 미풍이지마는 때로는 권위에 대한 맹신으로 맹종과 自己喪失을 초래하게 된다.
황희지나 안진경이 처음부터 위대한 서예가는 아니었다. 비판적인 안묵을 가지고 창신을 추구하였기 때문이다. 우리는 왕희지와 안진경의 창신의 작가정신을 배워야 한다.
모두가 밝은 눈을 달고 있지마는 아는 것만큼 보이고, 모두가 미래를 외치지마는 꿈이 있을 때 미래가 보인다. 우리는 미래를 열기 위해 자기 創新을 위해 古典觀을 바로 세워야 한다.
일반적인 창신의 생리는 부정을 전제로 하지마는, 부정을 위한 부정이 아니고 긍정을 위한 부정이다. 따라서 권위에 대한 맹신이나 자기과신에 대한 편견을 먼저 불식하여야 한다.
南齊의 高帝때의 이야기다. 王은 仕官 張融 에게「경의 書는 骨力은 있으나 안타까운 것은 왕희지, 왕헌지의 필력이 없다.」라고 하였는데 대하여 融은 대답하기를 "그렇지 않습니다. 臣의 書에 왕희지, 왕헌지의 필력이 없는 것이 어찌 안타깝다 하겠습니까. 다만 왕희지와 왕헌지의 書에 저의 筆法이 없는 것이 유감입니다."라고 했다는 고사가 있다. 이 고사는 서의 우열을 떠나 바른 서가 의식으로 높이 평가를 받아야 할 것이다.
2. 天下唯一의 서법은 없다.
예술의 창조에 있어서 그 가치세계는 무궁무진하다. 그리고 창조의 적은 표현양식에 대한 집착이고 고정화다. 예술의 표현양식과 기법은 도처에 있다. 작가는 자기 자신의 편견으로 자기 구속을 자초해서는 안된다. 독자의 창작정신고 표현양식을 과신하여 한 평생 고정되어 버리는 사례가 많다. 王法과 顔法은 분명 우수한 서법으로 서예사를 장식하고 있다. 그렇다고 王法과 顔法의 가치를 굳게 믿고 한평생 이를 버리지 못하는 자는 작가가 될 수 없다.
진정한 작가는 자기가 수립한 양식과 가치에 대하여 잠정적으로 집착할 뿐 이를 붙들고 오래 머물지 않는다. 예술가의 창조정신은 끊임없는 변신으로 새로운 가치, 새로운 법을 개발해 나가는 것이다. 창조세계에 있어 「至人은 法이 없다.」라고 하였다. 이 말은 法이 없음이 法이며, 그것이 바로 지극한 법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法이 있으면 반드시 「化」가 있고, 「化」가 있는 후에는 무법이 된다. 「入於有法, 出於無法」이 그것이다. 書를 거론할 때 「이 字形이 좋다」라고 고집할 일정한 字形이없고, 아울러 「이 필법이 좋다」라고 고집할 절대적인 筆法 또한 없다. 그리고 書品의 雅俗을 구분하는 객관적인 잣대도 없다. 따라서 서의 可否나 雅俗을 판별하는 것은 書家 자신이다. 高帝와 張融의 대화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書家마다 自己筆法이 절대적이고 自己글씨가 제일이라고 고집할 수 있다. 이로 인하여 百無一取의 書論도 많고 별 볼일 없는 글씨도 많다.
이러한 처지에서 서가의식이 더욱 문제가 된다. 글씨가 用筆, 結字, 章法 등 서법의 삼요소의 과정을 거쳐서 이루어 지지마는 法과 理致, 理致와 法의 근본정신을 구분하여야 한다. 즉 서법예술을 구성하는 필법, 결자, 장법 등은 법칙내에 존재하고 예술로서의 품격과 雅韻의 美는 법칙밖에 존재한다.
3. 自我作古
"어리석은자는 한 平生을 두고 어진 사람을 섬길지라도 참다운 진리를 깨닫지 못한다. 마치 숟가락이 국맛을 모르듯이" 법구경에 나오는 말이다. 그리고 이 말의 뒷 구절에는 "지혜로운 사람은 잠깐이라도 어진이를 가까이 섬기면 곧 진리를 깨닫는다. 혀가 국맛을 알듯이"라고 하였다. 書法은 이해하는 것이 아니고 깨달아야 한다. 審美이상을 높이고 自我意識을 深化하여 핵심을 깨달아야 한다. 美는 감동의 세게로 온갖 생명력과 접촉하는 것이다. 숟가락과 혀, 비정과 유정, 生과 死, 自我와 非我의 차원을 혼돈해서는 안된다. 어느 書家든 자기 글씨가 제일이라고 자부한다. 작가의 「開眼悟覺」이란 쉬운 경지가 아니다. 그리고 書法의 古典은 너무나 방대하고 深遠하다. 고전의 정습이 없이는 기초가 서지 않고, 기초가 서지 않으면 성가를 못한다. 그렇다고 古人의 뒷 꽁무니만 따르다 보면 奴書에 빠지게 된다.
왕희지의 自我作古(옛일에 얽메이지 않고 나부터 처음으로 표본이 될만한 예를 들어 냄)의 한 단면을 살펴보자. 중국서예사상 不朽의 공적을 남긴 서성 왕희지는 필법을 衛夫人으로부터 전수받았으나 묘경에 이르지 못하여 苦惱를 거듭한 끝에 天下의 名山 大川을 노닐면서 北으로는 李斯, 曺喜의 전서를, 許下(魏초의 도읍, 河南의 現名)에서는 鍾繇, 梁鵠의 전적을, 종형 王洽한테 가서는 張旭을 華岳를 陽으로 가서는 蔡邕의 石經三體書를 비롯 韓繇의 뭇 名家의 명적을 두루 證驗, 衆法을 스승으로 自我作古의 王法을 대성하였는데, 황희지의 한마디 고백이 떠오른다. 즉, "衛夫人 밑에서 허송세월만 했다"는 고백이다.
4. 結語
어떻게 하면 自立을 하고 一家를 이루느냐? 「병을 만드는 것도 나요, 병을 고치는 것도 나다.」 동의보감에 나오는 문구다. 독자의 신의를 창출하려면 古法에 구애받지 말고 속태를 경례하여야 한다. 끊임없이 새로운 양식과 필법을 개발하고 사상적으로 전대의 의식을 초월해야 한다. 예술은 하나의 생각을 절대화하는 것을 배제한다. 무감각적으로 군중심리에 부화뇌동 하거나 어느 유파나 유행에 따라 지각없이 상습에 흘러서는 안된다. 특히 자중할 것은 자기한테 없는 것을 무리하게 자의작으로 시도하거나 기대해서도 안된다. 생명력의 순리를 따라 우리시대의 향수와 애환이 담긴 진솔한 독자적인 서풍을 창출해 나가야 한다. 끝으로 에술가의 정신적 노력의 창작경지는 인생의 표현으로 永生할 수 있는 藝道를 지켜 自己를 살리는 글씨, 성격이 있는 글씨, 人間이 있는 글씨로 전개되어야 한다. 그리고 「서법에서 至高의 창작 形姿는 필묵으로 天地의 조화를 경영하는 것이다.」라고 부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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