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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손가락 사용에 따른 집필법
글씨를 쓸 때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은 執筆(집필)의 방법이다. 붓을 잡는 방법은 크게 나누어 세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單鉤法, 雙鉤法, 撥登法 이 그것이다. 단구법은 엄지손가락(拇指:무지)와 食指 사이에 붓을 쥐고 긴 손가락으로 받쳐주며 나머지 손가락은 자연스럽게 하고, 붓대의 중간보다 아래를 쥐며 지면에 대하여 수직으로 하여야 하며, 엄지손가락과 食指는 앞으로 당기는데 이용하며, 긴손가락은 미는데 사용한다. 쌍구법은 식지와 가운데 손가락은 나란히 한 후 관절을 꺾어 붓의 오른쪽 위에 대고, 엄지는 붓의 왼쪽 아래를 힘있게 잡은후 小指는 안으로부터 받치며, 붓대의 중간쯤을 쥐고 역시 지면에 수직이어야 한다. 발등법은 다섯 손가락의 특징을 활용해서 집필하는 것으로, 특히 이 방법은 각 손가락의 역량이 고루 발휘된다는 의미에서 五指齊力法이라고도 하는 것으로, 집필요령은 먼저 엄지와 식지의 관절을 꺾어서 붓대를 잡은 다음 중지는 식지에 붙여 나란히 대고 無名指와 小指는 붓대 안쪽에 대어준다. 이때, 다섯 손가락의 관절은 모두가 꺾이게 되며, 그래서 엄지와 식지가 이루는 공간은 둥글게 된다. 특히 엄지의 관절은 반드시 꺾여져야한다. 왜냐하면 이에따라 다른 손가락의 관절작용에도 직접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이다. 집필할 때 손가락의 위치에 대해서는 대체로 두가지 주장이 있다. 즉 엄지, 식지, 중지의 손가락 맨 끝부분으로 잡아야 한다는 주장과, 筆管(필관)이 다소 식지의 안쪽으로 들어가도 무방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양자는 모두가 손가락의 굴신을 자유롭게 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일치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원리에 있어서는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집필의 요체로서 虛掌實指(허장실지)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五指齊力으로 필관을 잡았을 때 손바닥 안에 달걀하나가 다소곳이 들어갈 만한 상태의 집필을 가리키는 것인데, 즉 손바닥 안은 비고 손가락의 힘은 충실하다는 의미이다. '書訣(서결)'이라는 문헌에 의하면 '指實이 되지 않으면 흔들려서 힘이 나오지 않는다. 虛掌이 아니면 굳어져서 勢가 생기지 않는다.'고 하였다. 허장실지는 몸의 힘을 손끝에 모으는데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기 때문에 어떠한 집필법에 있어서도 이 원리만은 공통적인 것이 되어있다. 그런데 이 손가락의 작용이라는 것도 실은 손가락 그 자체의 힘이라기 보다 팔과 온몸에서 생기는 것임은 말할 나위도 없는 일이다. 글씨도 원칙적으로 팔의 역량으로 쓰게 마련이다. 물론 작은 字를 쓸 때 손가락, 손목이 작용하는 것은 사실이나 운필하는 근본은 어디까지나 팔을 활용해야 하는 것이다.
2. 팔의 자세에 따른 집필법
집필은 팔의 자세에 따라 다음 세 가지로 구분이 된다. 첫째로, 枕腕法(침완법)은 왼쪽 손을 붓을 잡은 오른쪽 손목에 받치고 쓰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팔의 힘이 필봉까지 충분히 미치지 못하는 것이어서 작은 字를 쓸 때 적용이 된다. 둘째로 提腕法(제완법)은 오른쪽 팔뚝을 책상에 대고 팔목 부분을 들어서 올리고 쓰는 방법이다. 이것은 작은 자와 중간정도의 크기의 글씨를 쓸 때 적용이 된다. 셋째로, 懸腕法(현완법)은 팔을 완전히 들어 올리고 쓰는 방법이다. 이것은 팔이 사방으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온몸의 힘이 손가락을 통해 붓끝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어서 아무리 큰 字라도 소화할 수가 있게 된다. 결국 글씨는 이 懸琬法을 통해서 활달하고 기백이 넘치는 필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처음 글씨를 연습할 때는 모름지기 이 방법으로 운필을 익혀야만 이상적이라 할 수 있다. 懸腕과 관련해서 回腕法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팔을 둥글게 돌린다는 뜻으로 이미 말한 提腕이나 枕腕이 주로 손목이나 손가락의 운용인데 비해, 팔 전체를 활달하게 움직이는 방법이다. 이 回腕法에는 단구법과 쌍구법에 의한 것이 있으나 어느 경우에나 팔모양을 둥글게 하고 쓴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3. 집필시 유의사항
다음 집필전반에 관해 유의해야 할 사항을 기술해 본다. 첫째, 손가락은 일단 붓을 잡은 다음에는 고쳐 잡는 것이 아니다. 특히 붓을 잡은 손가락으로 붓대를 돌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둘째, 운필은 팔이 행하는 것이다. 팔이라고 하면 上膊部(상박부)와 이른 바 腕(완)의 두 부분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가 있겠는데, 여기서 말하는 붓을 움직이는 부분은 상박부이기 때문에 상박부야말로 힘의 가감이 자유스러워야 한다. 셋째, 손목은 팔을 통해서 오는 상박부의 움직임에 따라서 동작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자칫잘못하면 腕(완)이나 上膊部(상박부)는 움직이지 않고 손목만으로 붓을 움직일 수가 있으나 이는 옳지 않은 것이다. 넷째, 등은 곧게 유지하지 않으면 안된다. 등이 곧바로 펴져 있지 않으면 팔에도 영향이 오게 마련이다. 등을 바로 펴지 않으면 직선으로 세로획을 쓸 수가 없으며, 行을 곧바로 맞추기도 어렵다. 다섯째, 등이 바르면 허리가 안정된다. 이것은 단전에 힘이 들어가 호흡이 쉬워지기 때문이다. 즉, 등을 곧바로 한다는 것은 여러면에서 바람직한 영향을 주는 것이다. 여섯째, 머리는 다소 앞으로 자연스럽게 숙인다. 좌우 어느 한쪽으로 머리를 기울이는 것은 좋지 못하다 . 머리가 한쪽으로 기울어지면 눈에 맺힌 영상에서 거리를 느끼는 감각이 틀려지므로 글씨를 기울어지게 쓸 수가 있다. 일곱째, 종이는 자기몸의 정면에 놓는 것이 이상적이다. 그러나 한자를 쓸 때마다 종이를 옮기는 것은 그리 좋은일이 못된다. 글씨는 전체의 마무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전체를 일관해서 볼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좋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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