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교실

한국의 전통 문양

 

한국의 전통 문양


1. 전통 문양의 특성

  문양은 의식의 반영이며 정신 활동의 소산임과 동시에 창조적 미화 활동의 결과이다. 이런 점에서 문양에는 조형 미술의 일반 원리가 내재되어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주제의 성격이나 표현의 내용으로 볼 때는 순수 감상용 미술과는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다. 곧 순수 감상용 미술이 작가 개인의 주관적 사상과 정서를 표현한 것인 반면에 생활 미술로서의 문양은 항상 집단적인 가치 감정의 상징형으로 일반화되어 있다.

  문양 표현의 두드러진 특징 가운데 하나는 되풀이 그림으로 상투적 양식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것은 제작자가 예술적 욕심 없이 소박한 생활 욕구에 따라 전해 내려오는 조상의 틀을 존중하면서 그린 것이라 고 할 수 있다.

  문양은 그것을 향유하는 집단 사이에서 약속된 부호와 같은 성격을 지녀 사람들은 문양만 보고도 어떤 적절한 반응을 보이게 된다. 이러한 반응은 문양을 그린 사람이나 그것을 보는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공통된 인식 세계를 바탕으로 두고 있다. 그리고 이 문양들은 우리 민족이 공통적으로 소망하던 부귀, 다남, 강령, 성애 또는 일상적 윤리 덕목 같은 현세적 가치들을 담고 있다. 예컨대 활짝 핀 모란꽃을 그린 문양은 부귀에 대한 소망을, 여성의 생활공간에 석류나 포도 문양을 장식하는 것에는 많은 아들을 얻고 자 하는 주술적인 심리를 표현한다. 다시 말해 전통 문양은 우리 민족의 집단적인 가치 감정이 통념에 의해 고정되고 표상된 제2의 자연 또는 상징적 기호에 의해 표현된 미술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문양은 생활 미술의 한 부분으로 자리하고 있지만 단순히 감상의 대상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욕망과 기원을 담은 주술적 대상으로 또는 그런 정서를 표현하고 전달하는 매개체 구실을 하고 있는 상징적 조형물이라고 볼 수 있다.


2. 전통 문양의 배후 세계(상징성)

  옛사람들의 정신세계를 살펴보면 바깥으로는 우주의 본성 또는 시원성을 모색하고 안으로는 인간 자 신의 행복과 평화를 도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우주라는 절대적인 존재는 말이나 형상으로 표현하기가 어려운 것이어서 절대적 존재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는 자연물이나 인간의 모습을 초월한 어떤 의미를 지닌 상징물로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울주 천전리 암각화를 보면 서너 개의 동심원으로 되어 있는 기하학적인 문양이 나타나 있는데 이것은 우주의 모습을 형상화하거나 태양을 상징한 것으로 추측된다. 고대 청동기 문양이나 고분 벽화에 자주 등장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구름이 부동하는 기체이면서 千變萬化의 형태를 지니고 있어 무한히 유동하는 우주의 환상적 경지를 표현하기에 적합하기 때문일 것이다.

  고대 동양의 사람들의 자연관의 특징은 자연물을 존재 그 자체로 보기보다는 속성이나 생태를 인간 중심으로 관찰하고 그것을 인간사와 관련지어 해석하였다는 점이다. 예컨대 사군자에 속하는 매화, 난, 국화, 대나무의 생태적 특성을 군자의 도덕적 심성이라든가 절개와 연관시켜 관념적인 대상물로 보았다. 또 한 물, 돌 등 무생물의 경우에도 그것을 객관적인 존재로 보기보다는 쉼 없이 흐르고 세월을 두고 변하지 않는 永遠不變하는 이념의 표상으로 보았던 것이다.

  동물의 경우에도 예외가 아니다. 짝을 지어 날아가는 기러기들에서 부부 화목과 남녀간 애정의 묘리를, 헤엄쳐 다니는 물고기에서 삶의 여유와 풍요로움을 보았다. 이처럼 우주 자연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자연물들은 사람의 심령이나 정감과 긴밀하게 연결되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들이 바라던 이상적인 세계를 이야기 속에서 찾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런 세계를 현실에 구현하려는 욕망을 지니고 있었다. 많은 문양들이 전설이나 설화의 내용에서 도출해 낸 소재를 다루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인간적 욕구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앞에서 간략하게 살펴본 것처럼 전통 문양의 배후에는 자연과 우주에 대한 외경심이 깃들어 있는가 하면 한편으로 자연의 생태를 인간 중심으로 관찰하고 해석하는 인간 중심주의도 함께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제약된 현실을 벗어나 보다 풍요하고 복된 삶을 추구하는 이상주의 정신과 그 이상적인 세계와 가치 기준을 옛것에서 찾으려는 복고주의 정신이 문양의 배후에 폭넓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3. 문양의 분류

  문양은 그 소재가 무엇인가에 따라 짐승, 조류, 어패류, 곤충, 양서류, 식물, 광물, 기물, 기하 문양 등으로 구분해 볼 수 있고 의미하는 바에 따라 자연 현상, 길상 벽사, 다산 기자, 수복 장수, 공명 출세, 부귀 유여, 부부 화합, 가내 평안을 상징하는 것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또 문양이 어떤 특별한 상징성을 부여받게 된 원인이 무엇인가에 따라 자연을 인간적으로 해석한 것, 고사나 전설과 관련된 것 또는 고전이나 성현들의 언행에서 연유된 것으로 분류해 볼 수 있고 또 대상물의 명칭과 관련되어 상징성을 부여받은 것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 소재별 분류

  짐승: 용, 거북, 기린, 사슴, 원숭이, 토끼, 박쥐, 호랑이, 사자, 백호, 청룡, 해치(해태), 고양이, 코끼리

  조류: 봉황, 공작, 닭, 까치, 학, 기러기, 삼족오, 주작, 오리, 백로, 원앙, 꿩, 금계, 가릉빈가

  어패: 잉어, 물고기, 메기, 대합, 새우, 조개

  곤충: 매미, 나비

  양서류: 개구리, 두꺼비

  식물: 모란, 연꽃, 소나무, 대나무, 매화, 난초, 국화, 석류, 복숭아, 불수감, 영지, 호박, 호로, 박, 땅콩, 인동, 당초, 보상화, 파초, 참외, 가지, 오이, 포도, 버드나무, 느티나무

  광물: 바위, 산

  기물: 여의, 보병, 돈, 기와, 청동기, 악기

  문자류: 만자문, 수복자문, 아자문, 쌍희자, 백수자, 방승, 거치문, 원문, 뇌문, 여의두문(如意頭紋), 연환문, 구름, 팔보, 암팔선, 흉배문, 귀면, 산호


  * 상징별 분류

  자연 현상: 삼족오, 두꺼비, 토끼, 뇌문, 동심원문, 칠성문, 화염문, 구름문, 우점문

  길상 벽사: 용, 봉황, 거북, 기린, 팔보, 팔길상, 쌍희자문, 구름문, 세한삼우, 사군자, 만자문, 여의, 돈, 원보, 삼다, 까치, 원앙, 귤, 코끼리, 경, 호랑이, 사자, 방승, 버드나무, 복숭아, 팔괘문

  다산 기자: 포도문, 석류문, 백동자문, 연밥, 동자문, 참외, 호박, 오이, 난초, 가지

  수복 장수: 송죽문, 호로박, 수자문, 복자문, 박쥐, 파도, 나비, 반장문, 사슴, 소나무, 영지, 복숭아, 땅콩, 만자문, 바위, 불수감, 대나무, 백수자, 백복자, 거북, 덩굴식물, 고양이, 부용

  공명 출세: 수탉, 맨드라미, 파도, 원숭이, 잉어, 서책, 공작, 사슴, 느티나무, 청동솥

  부귀 유여: 모란, 물고기, 부용, 사슴, 봉황, 돈, 팔보

  부부 화합: 원앙, 기러기, 연꽃, 썽어, 오리

  가내 평안: 보병, 여의


내용출처 : [전통 문양] 허 균, 대원사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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