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교실

천전리 암각화에 식물그림 있다

“천전리 암각화에 식물그림 있다”…김호석화백 “기하무늬서 꽃·곡식 등 발견”
[국민일보 2004-11-22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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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147호인 울산 천전리 서석(書石)에 그려진 암각화에 농경시대의 생활상을 반영한 식물그림이 다수 포함돼 있다는 연구결과가 처음으로 나왔다. 선사시대 암각화에 식물그림이 그려져 있는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한두곳을 제외하고는 유례를 찾기 힘들다.

수묵화가 김호석 화백은 20일 울산대에서 열린 한국암각화학회 주최의 추계학술대회에서 ‘천전리 암각화의 도상해석’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하고 암각화의 기희무늬에서 곡신(穀神),꽃,콩,복숭아,밤,도토리 등의 그림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김 화백은 몽골과 중앙아시아,중국과 대만 등의 암각화 유적 등을 직접 찾아다니며 방대한 분량의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해 온 암각화 전문가다.

김 화백은 논문에서 중국과 대만 등지의 선사시대 도기(陶器)에 나타난 식물그림과의 비교연구,천전리 암각화가 그려질 당시 울산 지역에 농경이 활발했음을 보여주는 고고학적 발굴성과,암각화의 기하무늬와 실제 식물의 형태적 비교 등을 근거로 이들 기하무늬가 대부분 식물그림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김 화백의 연구에 따르면 새로 발견된 식물무늬는 식물을 인격체로 표현한 곡신,꽃,구근류 식물,밤·도토리 등의 열매,수목 등 크게 다섯가지로 분류된다. 이밖에 새로 개간한 밭이나 콩나물을 형상화한 문양도 일부 발견됐다. 김 화백의 연구성과가 받아들여질 경우 천전리 암각화는 선사시대인들의 생할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천전리 암각화의 기하무늬에 대해서는 다산과 풍요를 기원하기 위한 성기(性器) 그림이라거나 신(神)관념의 추상화된 표현이라는 추정 등만 단편적으로 제기됐을 뿐 본격적인 연구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특히 학계에서는 선사시대 암각화에서 식물그림이 발견된 적이 거의 없다는 점을 근거로 선사시대인들은 식물그림을 그리지 않았다고 생각해왔으며 이 때문에 천전리 암각화가 식물그림일 가능성은 한번도 거론된 적이 없다.

김 화백은 이에 대해 “초기 농경시대 농민들에게 식물은 인간만큼 중요하고 친숙한 것인데도 식물 그림이나 조형물이 없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식물그림이나 유적이 나온 적이 없다고 해서 존재가능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속단”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학계는 지금까지 지나치게 암각화의 목적성에만 치우쳐 제작자의 심미적 동기에 대해서는 제대로 고려하지 못했다”면서 “모든 표현 뒤에는 그리는 사람의 그림자가 숨어있는 만큼 그리는 사람의 입장에서 형상해석을 시도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화백은 이밖에 천전리 암각화의 동심원과 기하추상형 문양은 몽골 시베리아 카자흐스탄 지역의 암각화와 구별되는 독특한 것으로 오히려 대만 홍콩 마카오 북·남미서해안 등지의 암각화와 공통점이 많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이는 ‘한반도의 선사·고대문화는 북방유목민족으로부터 전래된 것’이라는 학계의 통설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송화섭 원광대 한국문화학과 교수는 “김 화백의 글은 기하무늬를 사실주의적 관점에서 보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신선하다”면서 “일부 동의하기 힘든 부분도 있지만 이번 글은 암각화 연구의 편협한 시각을 극복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송세영기자 sysoh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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