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교실

다시 찾아야 할 우리글씨(펌)

 

다시 찾아야 할 우리글씨

 

* 프로그램 성격

문자는 그 나라 문화의 그릇이다. 문자가 동양3국만의 예술로 승화한 서예로 우리 민족의 예술혼을 담아왔고 현대의 글꼴에도 실용성과 함께 심미적인 아름다움을 담겨져 우리 정신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다. 이 프로그램은 예술 글씨인 서예에서부터 생활 글씨인 글꼴에 이르기까지 우리 문자환경이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사대주의에 물들어가는 잘못된 관행을 지적하고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글씨를 통해서 파악해본 다큐멘터리이다.


이 프로그램은 우리 글씨의 소중함을 역사적 유물과 현대 문자환경을 통해 알아보기 위해 기획되었다. 우리 글씨가 갖고있는 독창성과 우수성을 중국과 일본 글씨와의 비교와 객관적인 각국 전문가의 작품 및 인터뷰로 증명했고 젊은 세대로 갈수록 외면당하고 있는 손글씨, 서예가 왜 되살아나야 하는지 그 이유를 정신적 측면 이외에 글씨와 글꼴과의 연관성을 통해 제시했다. 예술서인 서예에서부터 실용서인 글꼴에 이르기까지 우리 글씨 전반에 걸친 국내 최초의 종합 영상보고서이다.


* 프로그램 요약


제1부

고대이래 서예가 예술장르로 정착한 근대에 이르기까지 우리 글씨는 법을 중시하는 중국과 기교위주의 일본과는 분명한 차이점을 보인다. 한자가 한반도에 전래된 이후부터 우리 선조들은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문자생활을 해왔고 삼국통일을 계기로 문화의 중국화가 시작되었지만 통일신라의 최치원, 김생, 고려의 이환추, 탄연, 조선의 안평대군, 한석봉, 허목, 이광사, 이삼만, 김정희로 이어지는 한국적 서체의 명맥이 이어져왔다.


그러나 일제시대 시작된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추사체와 같은 우리 글씨가 배제되고 중국글씨를 우대하는 일제의 문화정책으로 우리 글씨는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 그 이후 일본의 문화정책에 따라 일본화된 한자를 쓰여만했고 해방 이후에는 문자의 일제청산 와중에 중국고전에 지나치게 집착해 소위 "동국진체"라 일컬어질 만큼 독창적이었던 우리글씨는 지금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 글씨에는 자유정신이 강했다. 틀에 박힌 구속에서 벗어나 중국법첩에도 없는 서체를 구사했던 미수 허목, 왕희지를 뛰어넘어 파도치는 역동적 글씨를 만들어낸 한석봉, 입체적 추상미의 극치를 보인 추사 김정희 등 한국서체의 원형을 보여준다. 우리가 알고있는 "한석봉천자문"은 지금까지 잘못 알려져 왔으며 일본이 소장하고 있는 "한석봉천자문" 초간본을 통해 그런 사실이 여실히 증명된다.


추사체는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일본, 중국 심지어 독일 등 유럽에서 더 많이 알려져 있으며 같은 글자도 쓸 때마다 달랐던 예술적 서체의 극치를 보인다. 오늘날 되살려야할 우리 글씨는 어떤 것이며 그 속에 담겨있는 자유정신의 의미를 추적한 프로그램이다.


제2부

한글은 소리글자이지만 기하학적인 조형성도 많이 고려된 문자다. 동양정신의 모체로 등장한 서예에서도 한글 창제당시의 직선적 기호를 곡선미의 극치로 표현한 궁체는 우리 조상들의 예술성을 유감없이 보여준 대표적인 한글서체이다. 근대이후 갈물 이철경, 일중 김충현 등 선구적인 서예가들에 의해 그 명맥을 이어온 궁체는 말과 글조차 빼앗긴 암울했던 식민지시대에 나라 잃은 설움을 달래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또 궁체는 근대이후 궁서체로 활자화되어 요즈음 컴퓨터글꼴 바탕체의 원형으로 지금 우리가 접하는 생활 글씨가 되었다. 해방 이후 소전 손재형, 평보 서희환은 궁체일변도의 한글서예에서 벗어난 "한글전서"라는 새로운 한글서체를 개발해 한글서예의 미학적 수준을 한단계 올려놓았다. 그러나 그 이후 그 정신이 이어지지 못하고 대다수의 한글서예가들은 새로운 창작 대신 영정조대에 이미 서체의 완성을 이룬 궁체로 되돌아가 더 이상 예술적 발전이 없는 상태다.


조선시대 사대부들이 자유롭게 적은 한글편지글에 나타나는 자유롭고 개성있는 서체와 창제당시의 판본체는 한글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현대의 예술서는 정형화되고 판에 박힌 "잘 쓴 글씨"가 아니라 개성있고 조형성있는 "좋은 글씨"를 원한다.


신영복의 "어깨동무체", 여태명의 "민체" 등 새로운 시각으로 한글을 재해석하여 한글서예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는 작가들을 통해 예술적 측면에서 한글의 가능성을 알아본다. 또 연변 조선족동포들의 서예가 북한의 영향을 받은 청봉체 위주에서 개방이후 한국과의 교류로 변모하는 현실을 예술의 다양성 측면에서 소개한다.


딱딱한 기호를 붓으로 표현하는 한글서예의 뿌리는 훈민정음, 그 본래의 모습에서 파생되는 미래 한글미학의 원천을 찾아보는 프로그램이다.


제3부

현대 활자체인 글꼴의 시작은 서예에서 비롯되었다. 세계최고의 목판인쇄본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을 인쇄하고 구텐베르크 보다 훨씬 앞서 금속활자를 발명했지만 구한말 근대활자를 일본에서 제작, 수입하면서 일제침략 이전에 이미 문화식민지화는 시작되었다. 그 부끄러운 역사는 지금까지 이어져 요즈음 우리가 가장 대중적으로 사용하는 '바탕체' '돋움체'가 '명조체' '고딕체'란 이름으로 일본에서 만들어졌고 글꼴의 모양도 일본의 기계적인 미감으로 개발되어 우리의 문자살이는 아직도 일본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개발된 2000여종의 한글 글꼴중에서 우리 한글의 창제정신에 맞는 글꼴은 손에 꼽을 정도로 우리 한글은 초기 한자의 영향에서 일제시대에는 일본 가나문자, 최근에는 영어라는 공룡을 만나 한글 스스로의 순수성이 심각하게 위협받고있는 실정이다. 글꼴은 정형화되고 규칙적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탈네모꼴 글씨를 처음 시도한 공병우박사에서부터 최근의 글꼴연구가에 이르기까지 한글 글꼴의 새로운 시도와 표정있는 글꼴을 만드는 판화가 이철수의 글씨체를 통해 한글 글꼴의 가능성을 알아본다.


글꼴은 생활속에서 가독성을 결정짓고 정보를 담아내지만 우리의 정신을 황폐화하기도하고 정서를 아름답게 하기도 한다. 역사적으로 우리에겐 조선시대의 "오륜행실도"처럼 현대에 응용할만하고 훌륭한 한글꼴 유산이 있었다. 그러한 손글씨에서 컴퓨터글꼴까지의 변화과정과 서예와 글꼴의 상관관계를 통해 실용성과 예술성을 함께 갖춘 우리 글꼴을 찾아보는 프로그램이다.


제4부현대문명이 발달하면서 서예는 케케묵은 구시대의 유물로 치부되고 우리 곁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일본은 2차대전 패전 후 연합국이 서예를 금지하자 서예를 서구미술과 접목시켜 "전위서도"라는 장르를 개발하고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중국은 문화혁명때 부르조아적인 예술로 금기시했던 서예를 수 천년동안 내려오는 역사적 유물을 무기로 새로운 예술로 발전시키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추사 김정희는 우리보다 일본과 중국에서 더 인정받고 있다. 그 이유는 현대적 감각으로도 뒤떨어지지 않는 추사체의 역동성과 입체적 조형성 때문이다. 한국의 서예작품을 미래지향적 모델로 삼고 제3의 예술로 재창조해 세계 미술계를 놀라게 한 일본의 예를 보며 우리 스스로를 반성하는 기회로 삼는다. 동양3국의 독특한 문자예술로 발전한 서예가 현대에 와서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침체된 원인을 교육과 생활디자인에서 분석하고 서예의 21세기 예술로서의 가능성을 진단한다. 인류 초기의 상형문자에서 원초적 미감을 모색하는 도곡 김태정, 끊임없는 파격과 실험적 시도로 한글의 새로운 조형을 창조하고 있는 숨결새벌 등 서예의 대중화를 위해 그 범위를 넓혀가는 작가들을 통해 우리 현대서예의 미래지향적인 방향을 알아본다.


21세기에 왜 글씨가 중요한가? 서예가 예술작품에만 그친다면 우리 글씨는 몇몇 서예가들의 전유물에 그치고 대중과는 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 글씨가 새로운 예술과 생활속 디자인으로 다시 태어나 영원한 생명력을 확보할 수 있는 사례를 찾아보고 예술과 생활의 벽을 허무는 서예의 의미를 21세기 화두로 던진다.


(경묵회에서 퍼옴)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 네이버로 보내기
  • 텀블러로 보내기
  • 핀터레스트로 보내기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