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교실

집필(執筆)

 

  3. 집필(執筆)


                                              원전 : 閔祥德 <書法百問百答>
 

예로부터 집필(執筆) 방법에 대하여서는 여러 견해와 주장이 있는데, 발등법(發鐙法), 단구법(單鉤法), 쌍구법(雙鉤法), 회완법(回腕法), 봉안법(鳳眼法) 등이 있다.


오지집필(五指執筆)의 위치(位置)


① 발등법(發鐙法)


글씨 쓰기에 가장 순하고 이롭게 하기 위해 손가락의 생리적 특징을 근거로 하여 합리적으로 오지(五指)를 구사하는 방법을 말한다. 저명한 서가(書家)들은 오지(五指)의 역할에 대해 '엽(擫), 압(壓), 구(鉤), 격(格), 저(抵)'를 말해왔다. 이것을 간단히 풀이하면 다음과 같다.


㉠ 엽(擫) : 누르고 버틴다는 뜻으로, 이 방법은 엄지(第 1 指)의 상절(上節)을 끝으로 붓대의 왼쪽, 곧 후방을 누른다는 것을 말한다.

㉡ 압(壓) : 식지(食指, 第2指)의 상절(上節) 끝으로 필관(筆管)의 오른쪽인 전방을 누른다는 뜻.

㉢ 구(鉤) : 이것은 중지(中指, 第3指)의 상절(上節)을 꺾어서 필관(筆管)의 전방에 머무르도록 하는 것.

㉣ 격(格) : 무명지(無名指, 名指라고도 하는 第4指)의 손톱과 살이 서로 접하는 곳에 힘을 주어 필관(筆管)의 뒤인 오른쪽을 버튕기는 방법

㉤ 저(抵) : 소지(小指, 第 5 指)를 무명지(無名指)에 바싹 붙여서 무명지의 힘을 더하게 한다는 뜻이다.



그림 1. 오지집필(五指執筆)


이 '엽(擫), 압(壓), 구(鉤), 격(格), 저(抵)'는 집필상의 '오자결(五字訣)'이라 하여, 가장 중요한 요체로 삼는 것이기에, 명확한 이해를 위해 설명을 부연해 본다.


엄지는 안쪽에서 식지는 바깥쪽에서 필관(筆管)을 단단히 잡는다.

중지는 식지 밑 그러니까 필관의 외변에서 식지를 도와 필관을 잡는다.

무명지는 필관 내측에 위치하여 붓대를 내밀어 준다.

소지는 무명지 밑에 바짝 붙여서 무명지의 작용을 도와준다.

다섯 손가락의 마디(關節)는 한결같이 꺾는다.

특히 엄지의 관절은 꺾느냐 안느냐에 따라 다섯 손가락의 관절작용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그럼으로써 다섯 손가락의 관절은 모두 평직(平直)할 수 있으며, 너그러운 감각과 함께 영활(靈活)한 운동을 자유로이 유지할 수 있다.

식지, 중지, 무명지, 소지는 긴밀하게 손가락 끝을 모아야 하며, 엄지는 필관에 손가락 끝을 밀착시켜 밀어 올려야 한다. 그리하여 다섯 손가락의 손가락 끝은 모두 필관에 밀착되어 역량이 집중된다. 이 역량의 집중을 가리켜 '지실(指實)' 또는 '오지제력(五指齊力)'이라 하여 서(書)의 요체로 삼는다.

호구(虎口, 집필했을 때 엄지와 식지가 만드는 공간)는 극한으로 넓혀야 한다.

엄지가 필관을 옆으로 밀어 올릴 때, 관절을 밖으로 향해 돌출케 하기만 하면, 호구(虎口)는 자연히 닫혀 지지 않을 것이니, 호구(虎口)의 장개(張開)야 말로 운필(運筆)할 때, 긴장에서 풀려 나오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손바닥(手掌)은 비어야 한다.

수장공허(手掌空虛), 혹은 허장실지(虛掌實指)란 운필(運筆)할 때 근골(筋骨)과 기육(肌肉)을 너그럽게 펴서 원전(圓轉)을 자유롭게 하고, 통창(通暢)하고 상쾌(爽快)한 운용(運用)이 거침없이 되게 하려는 것이다.

다섯 손가락은 힘 있고, 긴(緊)하게 붓을 잡아야 한다. 맥없이 잡았을 때 오지(五指)의 세(勢)는 굳세지 못하다. 따라서 온몸의 기력이 팔, 팔뚝, 팔목, 손가락을 통하여 필봉(筆鋒)에 쏠릴 리 없다. 온몸의 기력이 집중되지 않았을 때의 글씨는 연약하고 경박하여 정신이 없는 것이 되어진다. 흔히 말하듯 머리카락이 엉킨 듯하다거나 죽은 집필이란 말은 이런 것을 가리키는 것이다. 힘이 있게 잡는다고 해서 숨도 못 쉴 만큼 긴장해서 융통성 없이 움켜잡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긴(緊)하게 잡는다는 것은 적당한 용력(用力)으로 집필하여 침착하고 힘 있는 필획(筆劃)을 만드는 데, 가장 좋은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필관(筆管, 붓대)은 정직(正直, 수직 垂直)해야 한다.

곧 수직(垂直)이어야 한다는 것은 철필류(鐵筆類)를 잡는 방법과 확연히 다른 것으로, 모필(毛筆)은 부드럽고 필두(筆頭)가 원추형(圓錐形)인 까닭에 집필의 생명인 중봉용필(中鋒用筆)을 위해서는 필관이 수직이어야만 비로소 '만호제력(萬毫齊力)'과 '사면세전(四面勢全)'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단구법은 엄지와 식지로 필관을 잡는 방법을 말하며, 쌍구법은 엄지와 식지 및 중지의 세 손가락으로 잡는 방법을 말한다. 이들은 모두 손가락 끝을 움직이는 것이어서 운필(運筆)할 때 팔을 움직여야 한다는 본령(本領)에 비추어 탐탁한 방법이라고는 할 수 없다. 따라서 온몸의 힘을 완전히 발휘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특히 단구법은 꺼리는 방법의 하나이다.



단구법(單鉤法)


쌍구법(雙鉤法)

그림 2. 단구법(單鉤法)과 쌍구법(雙鉤法)


회완법(回腕法)


현완(懸腕)이나 침완(枕腕)이나 제완(提腕)일 때를 막론하고, 손목을 둥글 게 하여 손이 가슴 앞에 오도록 하는 방법이다. 이 경우에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은데다, 법에 구애되는 나머지 자연히 긴장이 되고, 힘만 드는 것 같은 감이 들기도 하지만, 배우는 당초에 철저를 기할 일이다.


봉안법(鳳眼法)


집필했을 때의 손가락의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식지의 끝 마디와 엄지 뼈의 관절을 안으로 꺾어 필관을 잡는 방법이다. 이때 엄지와 식지의 공간이 타원형(楕圓形)을 이루어 마치 '봉안(鳳眼)'과 같다 하여 '봉안법(鳳眼法)'이라 일컫는 것으로, 앞에 말한 오지제력(五指齊力)의 방법인 경우를 '용안법(龍眼法)'이라 하는 것에 대하여 이렇게 대칭한다.


봉안법(鳳眼法)은 관절이 향외(向外)에 돌출하는 용안법(龍眼法)에 반해 향내요곡(向內凹曲)하기 때문에 손가락 끝이 굳어져서 운필(運筆) 때에 회선전절(廻旋轉折)에 이롭지 못하고, 운필(運筆)에 기세가 약하고 취할 바 못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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