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교실

운완(運腕)

 

  4. 운완(運腕) 

                                            원전 : 閔祥德 <書法百問百答>


글씨를 쓰는 것은 팔과 관절의 역량에 따라 운용되는 것이니만큼 운완(運腕)은 매우 중요하다. 크고 작은 것을 막론하고 운완(運腕)이 주된 구실을 하는 까닭은 팔의 힘이 손가락의 힘보다 크고, 그 활동 범위도 넓기 때문이다.


운완(運腕)으로써 글씨를 쓸 때, 제필(提筆)인 경우 힘찬 탄력으로 기필(起筆)하여 걷어 들이게 되니, 비록 실처럼 가는 필봉(筆鋒)이라 하더라도 거기서 이루어지는 선조(線條, 점획)는 알차고 힘있는 것이 되지 않을 수 없으며, 돈필(頓筆)에 있어서도 호(毫)가 힘차게 퍼져 나가게 된다. 이 반면에 만약 손가락의 움직임을 위주로 해서 쓴다고 할 때 역량이 미약하고 그 범위가 협소해지기 때문에, 작은 글씨일 경우라면 혹 적당할런지 모르나, 조금이라도 커지면 움직이지 못하게 됨은 당연하다. 그렇기 때문에 팔과 관절을 충분히 운용(運用)해서 손가락의 역량이 더해지도록 해야만, 하필(下筆)에 힘이 있어 혈육이 풍실하고, 근육은 부드러우면서도 굳세어져, 그 필조(筆調)가 유창해지고 체세 또한 펼쳐진 글씨가 되는 것이다.


역대 서가(書家)들이 실천한 운완(運腕)방법으로서는 '침완(枕腕)', '제완(提腕)', '현완(懸腕)'의 세 가지가 있다. 이밖에 '회완(回腕)'은 이상 3가지의 완법(腕法)에 모두 활용되는 것으로서 앞에 지적한 바와 같다. 다음 3가지의 완법(腕法)에 관하여 설명한다.



① 침완법(枕腕法) : 이 법은 글씨를 쓸 때에 왼손을 오른 손목 밑에 놓거나 대든가 혹은 나무로 만든 완침(腕枕) 위에 오른 손목을 얹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이 방법은 파을 운용해야할 경우 많은 제약을 준다. 대체로 팔 밑이 눌리는 경우 팔의 운용에 제한을 받게 되어 팔이나 팔뚝의 역량이 도저히 필단(筆端)까지 이를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크게 쓰려고 해도 필력(筆力)이 부족하여 필세(筆勢)가 뜻대로 펼쳐지지 않는다. 그렇기 떄문에 침완법(枕腕法)은 소자(小字)를 쓰는 경우에나 그런대로 적용이 된다.



② 제완법(提腕法) : 오른쪽 팔뚝을 책상 위에 얹고 팔목(腕部)만을 올리는 방법을 말한다. 이 방법은 침완(枕腕)보다 낫기는 하나, 소자(小字) 및 중자(中字)에는 적당해도 대자(大字)에 있어서 힘을 내기 곤란함은 침완이나 다를 바가 없다.



현완법(懸腕法) : 오른쪽 팔을 책상에 대지 않고 허공에 들어 올리는 방법이다. 이 경우 전신의 기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게 되어, 팔, 팔뚝, 팔목, 손가락이 모두 움직여 온 힘이 붓끝에 도달할 수 있다.



결국 이상 3가지의 완법(腕法)에서 미루어 보아, 작거나 중간정도 크기의 글씨에는 '제완법(提腕法)'이 합당하고, 큰 글씨에는 '현완법(懸腕法)'이라야만 하고, '침완법(枕腕法)'은 작은 글씨에도 적합하지 않다. 그러나 일정한 서법(書法)의 기초를 거친 후에는 , 중간정도 크기의 글씨를 쓸 때에도 현완법을 사용하는 것이 더욱 좋을 것이다. 사실 팔을 들어올리고 글씨를 쓴다는 것이 어찌보면 오히려 힘이 들고, 까다로운 것 같은 감이 들지 모르나, 이것이 가장 기본적이고도 합리적인 것이니, 소흘히 해서는 안된다. 이 기본이 되는 현완법에 공을 들여 성공만 한다면, 그때에는 사면팔방으로 흥감(興感)이 오가면서 뜻대로 용필(用筆)이 되어 휘호의 묘를 다할 수 있는 것이다.


글씨를 쓸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필력이 팔을 통해 와야 한다는 사실이다. 위와 같이 하면서 서법을 연습하는 과정에 만약 팔목이 아픈 것을 느끼지 못하고, 손가락의 아픔만을 느꼈다면 완력(腕力)을 운용하지 못하고, 다만 '지력(指力)'으로써 글씨를 썼다는 증명이 된다. 이와 반대로 팔목의 피로를 느낄 수 있다면, 말할 것도 없이 이것은 완력으로 굳센 글씨를 썼다는 것이 되겠다. 이러한 예를 볼 수 있다. 여기 지력(指力)에 의해 제법 그럴 뜻한 글씨를 쓰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가 어쩌다 현완법(懸腕法)을 알 게 되어 비로소 이 법으로 글씨를 써보니 아주 서투른 글씨가 나왔다. 이때 비록 외형상 글씨가 좋지 않다고는 하더래도, 사실은 그 글씨야 말로 내면이 충분하고 힘이 차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외형에 구애됨이 없이 현완법으로써 착실히 연습을 지속하면, 반드시 손과 팔이 너그러워 지면서 심기가 평화로워져 필획이 후실(厚實)을 더해 갈 것이다. 그러노라면 힘이 종이를 뚫고(철지배, 徹紙背), 먹은 그 속을 파고들어 큰 진전을 보게 된다.


결국 현완(懸腕)을 하고 글씨를 쓴다는 것은 운완(運腕)의 기본 훈련 과정으로서 필력(筆力)을 단련하는 것이 된다. 필력의 증강을 꾀하는 방법으로서 '서공(書空)'이라하여 공중 운필을 연습하는 것이 있는데, 이것도 완력(腕力)을 훈련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이다.


다음에는 글씨를 쓸 때의 필력과 영활의 문제이다. 사실상 비첩(碑帖)을 임모(臨摹) 한다는 것은 필획의 형상을 사실하는 데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겨진 천변만화의 이치와 섭리를 이해하는 것이다. 그러자면 다종다양한 필획에 대해 깊은 관찰과 연구를 거듭하고, 필법은 운완(運腕)의 문제에서 나아가 용필(用筆)의 묘를 체득하도록 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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