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교실

힘들어하는 서예인에게. 계명대 졸전을 보고

      도정 권상호 (ksh1715@nownuri.net)

'힘든 서예인'에게 올리는 글 

 방명록에 '힘든 서예인'이란 명의로 글을 올린 분이 있었습니다.

 그분을 위하여 동호인의 한 사람으로서 동감하면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하여 이 글을 올립니다.

   논어에 이르기를

  "마음에 없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으며, 먹어도 그 맛을 모른다"고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서예도 힘들다고 생각하면 그 순간 써도 쓰여지지 않고,

   읽어도 읽혀지지 않으며, 서예로 먹고 살려고 한다면 더욱 앞길이 막막해 집니다.

   그래도 오늘 아침 안개처럼 온 세상이 화선지빛이 되어 심금을 유혹할 때면,

   질펀한 먹을 찾지 않고는 못배기겠지요.

   져며오는 순백색 위의  먹울림!

   순수한 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환장지경일 것입니다.

   몸서리치는 충격, 환상, 그리움, 아쉬움... 

   그런데 현실은 물질주의, 이기주의, 권위주의, 인기주의, 상업주의...

   차라리 농부처럼, 배짱편하게 논밭 갈아 먹고 사는 편이 속 쉬원할지도 모를 일이죠.

   쉽게 말해서 다른 직업을 하나 가지는 편이 훨씬 수월할 수 있습니다.

   역대 유명한 서예가 중에 서예가라는 직업으로 살아간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니까요.

   왕희지, 구양 순, 안진경, 미 불, 동기창, 제백석, 이 용, 한석봉, 김정희.

   그들의 직업을 조사해 보세요.

   물론 까마득한 옛날엔 사농공상의 네 가지 직업밖엔 없었던 것이

   오늘날엔 3만 가지나 되는 현대인의 직업의 종류를 생각하면,

   전업 서예가가 나오지 말라는 법은 절대 없습니다.

   스스로 전업 작가라고 말하는 분도 있죠.

   그렇게 하여 먹고 살 수만 있다면 오죽이나 좋겠습니까?

   까짓거 먹고 사는 것이 문제냐?

   어차피 한 평생, 피박을 쓸지언정 못 먹어도 'GO!'라고 외칠 수 있는

   그런 위인이 있다면 심약한 저로서는 솔직히 부러워 할 겁니다.

   아직도 제 생각엔 서예만으로 목숨을 걸면 마음에 상처받기가 십상입니다.

   P.R. 해야죠, 학원이라도 경영하면서 제자 키워야죠,

   제자를 수월하게 모을려면 공모전에서 쓸만한 상이라도 받아야죠,

   눈치껏 주위 사람들에게 부담 줘 가며 작품 팔아야죠,

   마음을 비우지 못했는데 어찌 좋은 작품이 나오겠습니까?

   차라리 낮 동안 고추, 배추를 팔더라도 밤에 눈 비비며 글씨쓰는 일이 훨씬 마음 편할 것입니다. 

   인생이라는 영화의 감독은 다름아닌 당신 자신입니다. 신중히 생각하여 결정하십시오.

   애인을 구할 때는 한번의 기도, 벗을 구할 때는 두번 기도, 직업을 택할 때는 세번 기도를 해야합니다.

   서예의 최고 미는 역시 흑과 백의 격조높은 앙상블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충분히 사람을 매료하기에 충분합니다.

   죄송하지만  격려의 답장을 쓰신 분께서 '선'이라고 하셨는데,

   서예는 선이라는 평면적인 단어보다도, 입체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획'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것입니다.

   거두절미하고 좌우지간 인생은 충분히 도전해 볼만한 가치가 있는 것,

   현실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일단은 뜨겁게 부딪혀 보는 게 중요합니다.

   화이팅!  꾸우~~~~벅. ^v^.


                   도정 권상호 (ksh1715@nownuri.net)  Access : 15 , Lines : 30 

 

계명대학교 졸업작품전을 보고 

계명대학교 제5회 졸업작품전을 서컴의 소개로

첨단 매체인 인터넷상의 영상 빛으로나마

감상하고 느낀 바 있어 몇 자 올린다.

물론 졸업 작품의 일부만 소개되었겠지만 한결같이

삶의 다양한 유혹에서 벗어나

진지한 자신과의 싸움에서 남긴 작품이란 점을 높이 사고 싶다.

서예전이라니까 그런가 하고 여기게 되지만

길을 막아놓고 세속인들에게 물으면

사뭇 대답이 다르게 나올 수도 있으리라.

우선 형식과 권위에서 벗어나

단순하면서 소박한 작품 세계가 돋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서예의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과거 전통의 쇠사슬에 묶일만도 한데

제도권에 들어가 인습의 휴게실에

안주하고 싶기도 할 터인데

그냥 제 장단과 가락에 맞추어

자기만의 춤을 추려고 애쓰는 모습이 아름답다.

혹여 세상에 나와 세파에 시달리다가 보면

강풍과 회오리 바람에 부화뇌동하지나 않을까 염려된다.

부디 자기만의 싹을 길러,

자기만의 예술의 맛과 향기를 피우기 바란다.

물론 저들에게 4년동안 다양한 자양분을 제공하여

각자 알아서 자기에게 필요한 영양분을 흡수하게 한

여러 교수님께도 감사드린다.

우리 모두 아름다운 영혼으로 폼을 잡도록 노력하자.

새 세기에 한국의 서예 마을을 이끌어 나갈

동량들의 먹 묻은 손을 잡고 싶다.

http://my.netian.com/~ksh1715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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