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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 김초혜
모정-초저녁
어머니1
한 몸이었다 서로 갈려
다른 몸 되었는데
주고 아프게 받고 모자라게
나뉘일 줄 어이 알았으리
쓴 것만 알아 쓴 줄 모르는 어머니
단 것만 익혀 단 줄 모르는 자식
처음대로 한몸으로 돌아가
서로 바꾸어 태어나면 어떠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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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등불
어머니 2
우리를 살찌우던
당신의 가난한 피와 살은
삭고 부서져 허물어지고
한생애 가시에 묶여 살아도
넘어지는 곳마다 따라와
자식만 위해 서러운 어머니
세상과 어울리기
힘든 날에도 당신의 마음으로
이 마음 씻어 고스란히
이루어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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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정의 세월
어머니4
겨울 가고 봄이 와도
텅 비인 한나절
거친 삼베 옷에 흙덩이 베고
홀로 누운 어머니
새 살로 돋아난
무덤의 들꽃
울면 울음이되고
웃으면 웃음이 되어주고
언 가슴 메어놓고
그곳에서는 봄으로 지내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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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정
어머니 5.
앉지도 눕지도 않고
한평생 서서 지내던 어머니
당신 살에 머물러 있는
눈물은 흐리고 햇볕 나고
춥고 더운 것을 다스리는 해입니다.
해를 싣고 떠나신 지
일년 삼백 육십 일이
스무 번은 지났어도
다숩던 당신의 가슴이 아파 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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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정 - 어머니의 촛불
어머니6.
빈천도
고단하지 않은 당신의 의지는
미운 것 고운 것
삭임질하여 웃음으로 피우고
작은 몸뚱이 힘에 부쳐도
가녀린 허리 닳지 않는 살로
우리의 담이 되어주고
인생의 무게 그날그날이
첫날처럼 무거워도
자식 앞에선 가볍게 지는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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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는 평화를
어머니7
하늘과 땅은 갈라져 있어도 같이 있듯
저승에 계신 어머니는
자식의 가슴에서 이승을 함께 하시고
아플 일 아니어도
아프고 아파도 아프지 않은 마음
저가
어머니 되어 알고
깊이 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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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열다
어머니8.
안 감기는 눈 감으시고
감은 체 떠난 어머니
골수가 흐르게 아파와도
약으로 나을 병 아니라시며
약 없이 천명(天命)으로
견디신 어머니
어머니 떠나신 후
생명 안에서 죽음을
죽음 속에서 생명을
풀어가며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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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향하여
어머니11.
꿈에 울고 난 새벽
가슴에 묻힌 어머니 무덤에
무슨 꽃이 피었던가.
뒷 산곡(山谷)에 부엉이 울다 가면
그 산에 가득한
어머니 얼굴 동생들의 울음
현(絃)이 끊기고 말았던가.
하늘빛이 변했던가.
꽃 필 날
다시 없을
뿌리가 뒤집힌 나무들은
생명이 병(病)보다
더 아프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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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향하여
어머니13
홀로 삭이어 보내신 일월
마디마다 고여 오는
피멍든 그리움에
천추(千秋)의 길목에 서서
울고 계시던 어머니
차곡차곡 접어둔
옷 갈피 사이에
하얗게 바래진 당신의 멍에
임 없던 빈 자리에
묻어둔 고통이
싸늘한 체온 되어
임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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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33 - 김초혜
다른 이의 몸을
아끼면
좋은
빛 속에 살고
내 몸을
아끼면
어둠 속에서 산다던
어머니
다른 이의 몸
아끼기
어려운 줄
내 몸을 아끼며
알게 되었다는
당신의 말씀
나도 모르게
내 안에
꽃으로 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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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43
형제와
우애롭지 못하며
어찌
친구와는 사귈 수 있느냐고
먼 데 사람
가까이하려 말고
가까운 형제와
구순하게 지내라던
말씀 그리워
우애하고자 해도
그 형제 흩어져
못 미침이니
불효와 버금가는 괴롬
삶을 아프게 하고
한 몸으로 나뉘인 형제
정의 깊기로 하자면
더 무엇 있으리
나와 같은 너를
너와 같은 나를
어머니는 한 몸으로
사랑하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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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우리의 신앙이다 - 김초혜
나에게 있어 어머니는 눈물이었다.
돌아가시어 눈물이 된 것이 아니고 살아 계실 동안에도
어머니는 눈물일 수밖에 없었다.
조물주는 인간 모두에게 神이 하나씩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신을 그렇게 많이 만들 수가 없어 그 대신 어머니를 주었다고 한다.
어머니는 우주이며 생명을 있게 한 근원이고, 우리의 안식이며
위안이며 희망이며 신앙인 것이다.
어려운 세상 복잡한 생활,
삶의 흔들림과 고통 앞에서 문득문득 떠오르는 얼굴,
어머니는 영원한 마음의 고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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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김초혜-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모진 일은
하지 말라시던
어머니
자식을 사랑하되
결점을 알아
나무람 주셨고
나무람하되
장점을 알아
대견하다
꽃피워 주시던 어머니
오십사년 지탱하신
생명을
후하게 벗으시고
자식의 가슴에서
길게 사시는
우리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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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곡
86. 사랑굿(33) (김초혜 시, 1989년)
87. 사랑굿(89) (김초혜 시, 1989년)
88. 사랑굿(1) (김초혜 시, 1989년)
89. 사랑굿(14) (김초혜 시, 1989년)
90. 어머니(1) (김초혜 시, 198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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