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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류, 이춘원, 홍서봉의 한시
김류(金瑬,1571,선조4∼1648,인조26)는 조선 중기의 문신이다. 자는 관옥(冠玉)이고 호는 북저(北渚)이며 본관은 순천으로 김여물(金汝岉)의 아들이다. 1596년(선조29) 문과에 급제하여 부정자, 소모사(召募使) 종사관이 되었다. 1601년 검열, 대교, 이듬해 주서, 봉교 등을 거쳐, 1604년 형조좌랑, 충청도사, 전주판관이 되었다. 1609년(광해군1) 직강, 이듬해 사서, 수찬, 부교리, 다음해 강계부사가 되고, 1615년 동지사, 이듬해 성절사로 명나라에 다녀왔다. 1623년 이귀(李貴), 신경진(愼景禛) 등과 인조반정을 일으켜, 병조참판, 병조판서, 대제학, 승평(昇平)부원군에 봉해졌다. 이듬해 이괄의 난에 왕을 호종하고, 좌찬성을 거쳐, 1625년(인조3) 이조판서, 원접사로 가도의 모문룡(毛文龍)과 명나라 사신을 회유하였다. 1627년 정묘호란에 강화로 왕을 호종하고, 우의정, 도체찰사가 되었다. 1628년 좌의정으로 정원군 추숭에 반대하여 1631년 면직되었다가, 1633년 우의정, 1636년 영의정이 되어, 병자호란에 주화파의 뜻에 따라 청나라에 항복했다. 1644년 심기원(沈器遠)의 역모를 평정하여 영국(寧國)공신이 되고 순천부원군에 봉해졌다. 이듬해 봉림대군이 왕세자가 되자 세자사가 되었다. 1646년 강빈(姜嬪)의 옥사가 일어나자 이에 반대하다가 사직했다.
춘천 유배지의 상공 신흠에게 드림 (寄申相公春川謫所)
버들개지는 날리고 풀은 푸른데
귀양객은 이별이 서러워 마음이 쓸쓸하네.
일 년 중 좋은 절기인 한식이 지나는데
어지러이 겹친 산에 자규가 우는구나.
우번(虞飜)은 나라를 떠나 몸이 늙었고
왕찬(王粲)은 누에 올라 등루부를 지었네.
생각하면, 하늘 끝에서 흰 머리를 돌리며
소양강 가의 저녁볕이 뉘엿하겠지.
楊花落盡草萋萋
楚客傷離思轉悽
佳節一年寒食過
亂山千疊子規啼
虞飜去國身全老
王粲登樓賦幾題
想得天涯回白首
昭陽江上夕陽低 (箕雅 卷10)
이 시는 1616년(광해군8) 유교칠신(遺敎七臣)이라 하여 춘천에 유배된 신흠에게 부친 칠언율시로 제(齊)운이다. 같은 서인의 선배인 신흠이 선조로부터 영창대군의 보호를 부탁받은 유교칠신이라 하여 전리방축(田里放逐) 되었다가 춘천에 유배되자 이 시를 지어 위로하였다.
수련은 귀양객의 계절감이다. 봄날의 버들개지도 다 흩어지고 봄풀이 푸르러지는데 귀양객의 마음은 쓸쓸할 것이라고 하였다.
함련은 신흠의 충성심을 흥(興)의 수법으로 드러내었다. 한식은 진문공(晋文公)에 충성을 바친 개자추(介子推)를 추모하는 날이고, 자규는 잃어버린 나라를 그리워하는 두우(杜宇)의 화신이다. 동지 후 105일째인 한식과 선왕에 대한 충정을 암시하는 자규를 들어 그의 심중을 헤아려 보았다.
경련은 고사를 이용한 대구다. 우번은 삼국시대 오나라 손권에게 바른말을 하다가 교주(交州)로 귀양 가서 죽은 사람이고, 왕찬은 삼국시대 위나라 조조를 도와 문명(文名)을 날렸던 사람이다. 이들을 들어서 비록 귀양 간 몸이지만 산천을 즐기며 좋은 시를 지으라는 뜻이다.
미련은 귀양지의 모습이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흰머리를 날리며 저물녘 소양강 가를 거닐 선배의 모습을 상상해 보면서 건투를 비는 것이다.
선천 군수 김응하를 조상함 (金宣川應河挽)
이야기가 심하 싸움에 이르면 눈물이 흐르고
흉노가 죽지 않아 장성을 잃었네.
백년의 예의를 지킨 우리나라에서
출전한 한 사내가 온 세상에 소문을 내었네.
컴컴한 언덕 나무에 혼이 돌아오려 하고
출렁출렁 강물이 흘러 한이 사무치네.
해를 이어 군사들은 모두 전사하였는데
또한 홀로 남은 이소경의 마음은 어땠을까.
說到深河涕自橫
匈奴未滅失長城
百年禮義三韓土
一箇男兒四海聲
壟樹冥冥魂欲返
江流衮衮恨難平
延年戰死師全沒
亦獨何心李少卿 (箕雅 卷10)
1619년(광해군11) 3월 명나라의 요청으로 강홍립(姜弘立)이 거느린 1만3천명의 군사가 명군과 연합하여 요동의 심하(深河) 부차령(富車嶺)에서 청군과 싸워 패하였는데, 이 시는 그때 청나라 군사와 싸우다가 장렬하게 전사한 좌영장(左營將) 김응하의 죽음을 조상한 칠언율시로 경(庚)운이다.
수련은 심하지역(深河之役)의 회상이다. 심하의 싸움을 생각하기만 하면 통분하여 눈물이 절로 흐르고, 그 싸움의 패전으로 인해 흉노족인 청나라는 강성해졌고 명나라는 망하게 되었다는 탄식이다.
함련은 김응하의 출전이다. 명나라의 요청에 의해 만3천의 군사가 출병했는데 이는 명나라가 임진왜란에 구원군을 보내준 데 대한 예의이자 의리이며, 이때 김응하가 출전하여 휘하 3천명과 함께 청나라 군사에 대항에 싸우다가 전사했다는 것이다. 이 용감한 전투에 대해 명나라 조정에서도 그에게 요동백(遼東伯)을 추서하고 제사를 지내주었다.
경련은 추모의 정이다. 그는 큰 버드나무에 의지하여 화살을 날려 청군을 쓰러뜨리고 화살이 다하자 칼로 적을 죽이다가 적의 창에 찔려 죽었다는데, 그가 의지했던 언덕의 장군류(將軍柳)에 그의 혼백이 돌아오고 심하의 강물에 그의 한이 서려있어 출렁거릴 것이라고 하였다.
미련은 패전의 책임이다. 도원수 강홍립과 부원수 김경서, 우영장(右營將) 이일원(李一元) 등은 광해군의 밀명을 이유로 청나라와의 전투를 피하다가 결국 심하의 싸움에서 패한 후 항복하였는데, 김응하의 요청을 거절하고 도망갔던 순천군수 이일원은 나중에 강홍립을 원망했지만 그의 마음은 어떠했겠느냐고 물어서, 패전의 책임이 강홍립에게 있었음을 추궁하였다. 그때 청군의 예기를 꺾었더라면 훗날의 국난을 면할 수도 있지 않았겠느냐는 아쉬움이 씩씩한 어조 속에 숨어있다고 하겠다.
일이 있어 (卽事)
서리바람에 푸른 오동나무 우수수 흔들리고
쓸쓸한 빈 뜰에 새가 절로 우네.
석양에 꿈을 깨니 작은 집이 밝은데
담 모퉁이 담쟁이덩굴에 가을빛 가득하네.
霜風摵摵動靑梧
寥落空庭鳥自呼
夢罷夕陽明小閣
薜蘿秋色滿墻隅 (箕雅 卷4)
이 시는 가을날의 쓸쓸한 심회를 표현한 칠언절구로 우(虞)운이다. <북저집(北渚集)>의 편차로 보면 병자호란 후에 지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무겁고 쓸쓸한 심사가 시의 주된 분위기다.
기구는 가을이 오는 기미다. 푸른 오동나무 잎에 우수수 차가운 서리바람이 일고 있다. 국방에 힘을 써서 산성을 정비했으나 후금[淸]군이 한양으로 바로 공격했기 때문에 남한산성에 고립되어 항복할 수밖에 없었던 비통한 일을 겪고 난 후, 가을날에 느끼는 감회가 침중하다.
승구는 외롭고 쓸쓸한 심사다. 빈 뜰에서 울부짖는 새를 내세워 가슴 속에 울음이 끓고 있는 자신의 심회를 부친 것이다. 전구는 꿈을 깬 후의 광경이다. 낮잠에서 험악한 꿈이라도 꾸었던지, 아니면 병자호란의 굴욕이 마치 고약한 꿈을 꾼 듯이 몽롱한 가운데, 석양빛 비친 작은 정자가 밝게 빛난다고 하였다.
결구는 가을빛이 완연한 담장이다. 담쟁이덩굴에 가을볕이 비치어 벌써 가을이 왔음을 실감한다는 말이다.
그의 시는 당시(唐詩)를 본받아 정련되고 씩씩하다고 했는데(李景奭, 北渚集序. 詩不作長慶以下語 意與境會 文質彬彬 氣豪而程古 調諧而造理.) 여기서는 분위기가 침잠되어 있다.
심양에 글을 부침 (付書瀋陽)
높은 오동나무 잎은 지고 비는 쓸쓸한데
북쪽 길 삼천리에 꿈 또한 어지럽다.
멀리 가는 사람에게 소식 전하려 하니
한 줄을 쓰면서 또 만 줄의 울음이네.
高梧葉落雨凄凄
塞路三千夢亦迷
欲向征人寄消息
一行書又萬行啼 (箕雅 卷4)
이 시는 1640년(인조18) 김상헌이 청나라 심양에 잡혀간 후에 지은 칠언절구로 제(齊)운이다. <북저집(北渚集)> 권1에서 ‘김상헌이 심양에 들어감(淸陰入瀋陽)’ 바로 뒤에 나온다. 청나라에 항복한 후 두 왕자와 척화파 신하들이 붙잡혀 가고, 또 김상헌이 명나라를 치기 위한 출병에 반대한다는 상소를 올렸다가 청나라 심양에 붙잡혀 갔다. 이런 상황에서 청나라 심양에 편지를 쓰는 참담한 심정을 토로한 것이다.
기구는 쓸쓸한 가을비다. 높이 솟은 오동나무에 잎은 지고 가을비가 처절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높은 오동나무는 조선의 자존심을 상징하는 상관물이기도 하다.
승구는 청나라에 대한 감정이다. 한양에서 심양이 삼천리 떨어져 있고, 심양으로 향하는 길이 굴욕스러운 길이기에 꿈에서마저 심사를 어지럽게 한다.
전구와 결구는 편지를 쓰며 느끼는 통분한 심정이다. 심양으로 가는 사람에게 편지를 부쳐 보내려고 글을 쓰면서 분하고 원통한 마음에 눈물범벅으로 편지를 쓴다는 것이다.
인조반정을 주도하고 새로운 정치를 펼치려 했으나 청나라의 침입에 굴복하여 처참한 지경에 이르렀으니 그 통분한 심정이 말로 다할 수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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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원(李春元,1571,선조4∼1634,인조12)은 조선 중기의 문신이다. 초명은 신원(信元)이고, 자는 원길(元吉)이며 호는 구원(九畹)이고 본관은 함평(咸平)으로 박순(朴淳)의 문인이다. 1596년(선조29) 문과에 급제하여 정자가 되고, 이듬해 정유재란에 내전을 모시고 수안으로 호종했다. 1599년 병조좌랑, 해미현감이 되고, 홍문록에 들었다. 1601년 예조좌랑, 정언, 1603년 문학, 직장, 병조정랑, 이듬해 사예, 다음해 장흥부사가 되었다. 1607년 동래부사, 이듬해 강원도관찰사가 되었으나, 1610년 모친상을 당했다. 1612년(광해군4) 좌승지, 이듬해 계축옥사에 폐모론을 반대하다가 파직되었다. 1614년 병조참의가 되어 이듬해 가선대부(嘉善大夫)로 승진하였다. 1617년 공홍도 관찰사가 되어, 이듬해 진상단자에 서궁(西宮)의 존호를 적어 올렸다가 파직되었다. 1620년 성절사로 명나라에 다녀오고, 이듬해 영위사로 안주에 나갔다가 중풍에 걸려 돌아왔다.
가을날 원북의 높은 언덕에 올라 (秋日登園北高岡)
가을 산이 좋아서 가다가 앉아
둥근 부채를 쥐고 가을바람을 막아본다.
들에는 사람들이 석양에 벼를 거두고
아이는 서리 맞은 잎 속에서 배를 따네.
모든 게 그냥 저리 사라져 가니
인생도 명이 있어 어찌 끝이 없겠는가?
서둘러 돌아오니 숲의 정자는 어둡고
저녁 까마귀 무리지어 모여 있네.
自愛秋山行復坐
手持團扇障西風
野人穫稻夕陽裏
稚子得梨霜葉中
萬事無機看向盡
百年有命豈終窮
翛然獨返林亭暝
已見昏鴉集一叢 (箕雅 卷10)
이 시는 그의 문집인 <구원집(九畹集)> 맨 처음에 실려 있는 것으로 보아 초기작으로 보이는 칠언율시로 동(東)운이다. 같은 제목의 세 수 중 둘째 수로 가을날의 풍경과 인생에 대한 감회를 거침없이 풀어놓았다. 정두경(鄭斗卿,1597∼1673)은 <구원집> 서문에서 “그의 시는 맑고 아름다우며 꾸밈이 없지만 기운과 격조가 높고 가락은 정제되었다.(鄭斗卿, 九畹集序, 公詩沖澹雅健 不假雕飾 氣格之高 律度之整.)”고 하였다. 그리고 그가 혼조에 벼슬하면서도 꿋꿋하게 살았다고 칭찬하였다. 이 시에도 꾸밈없고 꿋꿋한 그의 태도가 투영되어 있다.
수련은 가을날 높은 곳에 올라 느끼는 상쾌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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