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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감

心手雙暢(심수쌍창)

 心手雙暢(심수쌍창)

 

  흔히 많은 사람들이 글씨를 잘 쓰려면 어떻게 하면 되느냐고 묻는다. 그때마다 나는, 이 淺書도 잘 쓰지는 못하지만, 구태여 깨달은 바가 있다면 ‘心手雙暢’ 네 글자라고 대답한다. 마음과 손이 함께 통달해야 한다는 뜻이다.

 

孫過庭의《書譜》에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信可謂 智巧兼優 心手雙暢 翰不虛動 下必有由 一畫之間 變起伏于鋒杪 一點之內 殊衄挫于毫芒.(진실로 지혜와 기교가 아울러 뛰어나고, 마음과 손이 함께 통달하며, 붓은 헛되이 움직이지 않고, 하필을 하는 데는 반드시 이유가 있으니, 일획의 사이에도 붓끝에서 기복이 변화하고, 일점 안에서도 필봉에서 육좌-필봉을 꺾음-를 달리한다고 이를 만하다.)

 

  그렇다면 心의 상태는 어떠해야 하는가. 忘形(망형-내 자신의 형체를 잊음), 澄懷(징회-생각을 맑게 함), 我忘吾(아망오-내가 나를 잊음)와 같은 경지가 되어야 한다. 秋水처럼 맑은 생각으로 투명해야 하며, 잔잔한 湖水처럼 되어야 지나가는 잠자리 한 마리라도 다 비출 수 있는 것이다. 거울처럼 잔잔한 호수 위에 떠 있는 찌를 바라보고 있는 낚시꾼의 마음이어야 한다. 澄(맑을 징)자를 보라. 물이 증발할 때, 맑은 것이다. 필봉 속의 먹물도 필압에 의하여 붓머리로 올라가도록 할 수 있어야 한다. 懷(품을 회, 생각 회)자를 보면 마음에 한이 쌓여 눈물이 옷을 적시는 형상이다. 적어도 눈물을 자아낼 정도의 회포라야 禪定에 들었다 할 수 있다.

  그리고 좋은 글씨를 쓰기 위한 手는 어떠해야 하는가. 한 마디로 氣合이어야 한다. 온 우주의 기를 붓 끝에 모아야 한다. 그리하여 붓끝으로 지구를 들고 있는 기분이 들어야 한다. 이 氣를 훈련하는 최고의 방법은 우산이나 막대기를 손바닥이나 손가락 끝에 올려놓고, 기의 흐름에 따라 중심을 잡아나가는 것이다. 한쪽 발로 선 내 몸이 쓰러지지 않는 이유는 몸에 기가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붓끝의 萬毫가 화선지의 萬空을 만날 때도 기의 흐름 때문에 붓이 쓰러지지 않는 것이다. 붓끝으로 지구를 들었다는 생각으로 글씨를 써 나가야 한다.

  心이 忘形이요, 手가 氣合일 때 비로소 雙暢이 가능한 것이다. 그러면 寧靜致遠(영정치원-마음과 몸이 편안하고 고요해야 멀리 다다를 수 있다.), 翰逸神飛(한일신비-단 붓을 대면 거의 생각하지 않고 빨리 쓰더라도 필세와 서세가 이에 따라 변화를 나타냄)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

  독립운동가 안중근 의사도 아래와 같을 글귀를 쓴 바 있는데, 감정가가 2억 원이었다.

 

  澹泊明志 寧靜致遠(담박명지 영정치원- 욕심 없이 마음이 깨끗해야 뜻을 밝게 가질 수 있고, 마음이 편안하고 몸이 고요해야 원대한 포부를 이룰 수 있다.)

 

  그래 붓 잡아 글씨 쓰자. 무슨 내용을 쓸까?

  天道無親, 常與善人 천도는 사사로이 친함이 없으니, 언제나 착한 사람과 함께한다.(노자 79장)

  二心不得一人 一心可得百人

  大河無聲

  天下爲公 천하는 私보다 公으로 다스려야 한다.

  爲善最樂

  居安思危

  先憂後樂

  壺中天地 ‘별천지’ 또는 ‘선경(仙境)’을 뜻하는 말. [옛날 호공(壺公)이라는 사람이 항아리 안에서 살았는데, 비장방(費長房)이 그 속에 들어가 보니, 옥당(玉堂)이 화려하고 술과 안주가 가득하였다는 데에서 유래함.]

  憂道不憂貧 도를 이루지 못함을 근심하고 가난함은 근심하지 말라.

  澹泊明志

  與民同樂 백성과 함께 괴로워하고 즐거워하여야 한다.

  心閑手敏 마음은 한가하게 손은 민첩하게.

  鸞舞蛇驚 난새가 춤추고 뱀이 놀란 듯. 생동하는 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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