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감

한국인의 애송시조(조선 전기2)

 

29. 천만리 머나먼 길에-왕방연


천만리 머나먼 길에 고운 님 여의옵고

내 마음 둘 데 없어 냇가에 앉았으니

저 물도 내 안 같아야 울어 밤길 예놋다.


(주) 1)안; 마음 속. 2)같아야; 같아서 3) 예놋다; 가도다. '....놋다'는 감탄형 종지형.

*이 시조는 노산군으로 강봉된 어린 단종을 영월 땅에 호송하고 돌아올 때의 심정을 노래한 시조.


30; 장검을 빼어들고-남 이


장검(長劍)을 빼어들고 백두산(白頭山)에 올라보니

대명천지(大明天地)에 성진(腥塵)이 잠겼세라.

언제나 남북풍진(南北風塵)을 헤쳐 볼까 하노라.


(주) 성진; 더러운 먼지. 싸움으로 인한 소란.


*남 이(南 怡);1441(세종 23)-1468(예종 즉위). 조선의 무신. 17세로 무과에 장원. 세조의 총애를 받았음. 이시애의 난 때 우 대장으로 이를 토벌하고, 서북 면의 건위주를 정벌한 다음 27세의 나이로 병조판서가 되었으나, 이를 시기한 유자광의 모함으로 죽음을 당했음.


31.추강에 밤이 드니-월산대군


추강(秋江)에 밤이 드니 물결이 차노매라.

낚시 드리우니 고기 아니 무노매라.

무심(無心)한 달빛만 싣고 빈 배 저어 오노라.


*월산대군(月山大君); 1454(단종 2)-1488(성종 9).성종의 형. 이름은 정. 문장이 뛰어나 그의 시가 중국에까지 널리 애송되었음.


32.삿갓에 도롱이 입고-김굉필


삿갓에 도롱이 입고 세우 중에 호미 메고

산전을 흩매다가 녹음에 누웠으니

목동이 우양을 몰아 잠든 나를 깨와다.


(주)1) 세우 중에; 가랑비 속에. 2) 흩매다가; 흩어 매다가. 3) 우양; 소와 양.

4)깨와다; 깨우도다.


*김굉필(金宏弼); 1454(단종 2)-1504(연산군 10). 조선의 학자. 호는 한훤당(寒暄堂), 본관은 서흥(瑞興). 김종직의 문하에서 '소학'을 읽고, 스스로 '소학동자(小學童子)'라 일컬었음. 사마시에 합격, 행의(行誼)로 천거되어 형조좌랑(정6품)에 이르렀으나, 무오사화 때 김종직의 일파로 몰려 뮤배, 갑자사화 때 사사되었음. 성리학에 통달했으며, 문하에 조광조, 김안국 등의 학자가 배출되었음. 우의정에 추증.


33. 있으렴, 부디 갈따-성 종


있으렴, 부디 갈따, 아니 가든 못할소냐.

무단히 싫더냐, 남의 말을 들었느냐.

그래도 하 애닲고나, 가는 뜻을 일러라.


(주)부디 갈따; '꼭 갈 것인가?' 의 옛말

오산설림초고(五山說林草藁)에 의하면, 유호인의 집이 남중(南中)에 있었는데 노모를 봉양하기 위해 외관직으로 나가려하자, 성종이 허락하지 않다가 마침내 이별하는 자리에서 술잔을 내리며 이 시조를 불렀다고 함.


*성종(成宗); 1457(세조 3)-1494(성종 25). 조선의 제9대 왕. 13세에 즉위하여 재위 기간 중 문운이 극성하고, 조선 초기의 문화가 비로소 개화했음. 경사백가와 성리학에 정통하였으며 사예(射藝)와 서화에도 능했음.


34. 굽어는 천심 녹수-이현보


굽어는 천심녹수(千尋綠水) 돌아보나 만첩청산(萬疊 靑山),

십장홍진(十丈紅塵)이 얼마나 가렸는고.

강호(江湖)에 월백(月白)하거든 더욱 무심하여라.


(주) 1)굽어는; 굽어보면. 2)천심 녹수; 아주 깊고 푸른 물. 3)십장홍진; 열 길이나 솟은 붉은 티끌, 곧 속세를 말함.


*이현보(李賢輔); 1467(세조 13)-1555(명종 10). 조선의 문신. 호는 농암(聾巖), 본관은 영천(永川). 식년문과에 급제, 벼슬이 지중추부사(정 2품)에 이르렀음. 자연을 노래한 많은 시조를 지었고, 10장으로 전하던'어부사(漁父詞)'를 5장으로 고쳐 지은 것이 '청구영언'에 실려있다.


35.저 건너 일편석이-조광조


저 건너 일편석(一片石)이 강태공의 조대(釣臺)로다.

문왕은 어디 가고 빈 대(臺)만 남았는고.

석양(夕陽)에 물차는 제비만 오락가락하더라.


(주) 1)일편석; 한 조각 돌. 2)강태공의 조대; 강태공위수에서 낚시질하던 곳. 3)문왕(文王);주(周)나라의 문왕(文王). 위수에서 강태공을 처음 만나 스승으로 삼은 왕.


*조광조(趙光祖); 1482(성종 13)-1519). 조선의 학자, 문신. 호는 정암(靜庵), 본관은 한양. 진사를 거쳐 알성 문과에 급제, 벼슬이 대사헌에 이르렀으나, 도덕적 이상 정치를 꾀하여 급진적인 개혁을 단행하다가 훈구파의 반발을 야기, 무고로 유배되었다가 사사(賜死)되었음. 김종직의 학통을 이은 사림파의 영수로서 선조 초에 신원되어 영의정에 추증되었음.


36.창랑에 낚시 넣고-송인수


창랑(滄浪)에 낚시 넣고 조대(釣臺)에 앉았으니

낙조청강(落照淸江)에 빗소리 더욱 좋다.

유지(柳枝)에 옥린(玉鱗)을 꿰어들고 행화촌(杏花村)으로 가리라.


(주)1)창랑; 푸른 물. 2)조대; 낚시터. 3)낙조청강; 저녁놀이 어리는 맑은 강. 4)유지; 버들의 가지. 5)옥린; 옥 비늘. 즉 비늘이 번쩍이는 물고기. 6)행화촌; 살구꽃 핀 마을. 술집이 있는 마을.


*송인수(宋麟壽); 1487(성종 18)-1547(명종 2). 조선의 문신. 호는 규암(圭庵), 본관은 은진(恩津). 별시 문과에 급제, 벼슬이 대사헌(종2품)에 이르렀음. 윤원형, 이기 등의 미움을 받던 중, 을사사화 때 한성부 좌윤에서 파직, 청주에 은거하다가 그들에 의해 사사되었음. 성리학의 대가로 선비들의 추앙을 받았음,


37.오리의 짧은 다리-김 구


오리의 짧은 다리 학의 다리 되도록애

검은 까마귀 해오라기 되도록애

향복무강(享福無彊)하사 억만세(億萬歲)를 누리소서.


(주) 되도록애; 될 때까지. '애'는 힘주는 말씨. 2)해오라기; 백로. 3)항복무강; 끝없이 복을 누림. 4)지은이가 수직을 할 때 중종 임금의 요청에 의해 즉석에서 지어 부른 노래.


*김 구(金 絿); 1488(성종 19)-1534(중종 29).조선의 문신. 서예가. 호는 자암(自庵), 본관은 광주(光州). 김굉필의 문인. 생원, 진사를 거쳐 별시 문과에 급제, 벼슬이 부제학(정3품)에 이르렀음. 글씨에 뛰어나 조선 초기 4대 서예가의 한 사람으로 손꼽힘. 선조 때 이조참판에 추증.


38. 마음이 어린 후니-서경덕


마음이 어린 후니 하는 일이 다 어리다

만중 운산(萬重雲山)에 어느 임이 오리 마는

지는 잎 부는 바람에 행여 긘가 하노라.


(주) 1)마음이 어린 후니; 마음이 어리석고 보니. 2)만중운산; 구름이 겹겹이 싸인 깊은 산중.

*이 시조는 화담에게 글을 배우러 오던 황진이를 생각하며 지은 시조라고 함.


*서경덕(徐敬德);1489(성종 20)-1546(명종 1). 조선의 학자. 호는 화담(花潭), 본관은 당성(唐城). 가세가 빈한하여 독학으로 공부해서 13세에 '서경'을 해독했으며, 18세에는 '대학'에 통달했음. 어머니의 요청으로 생원 시에 합격했으나, 벼슬에 뜻이 없어 학문에만 전심했음. 박연폭포, 황진이와 함께 송도삼절(松都三絶)로 불림. 우의정에 추증.


39.풍상이 섞어 친 날에-송 순


풍상(風霜)이 섞어 친 날에 갓피온 황국화를

금분(金盆)에 가득 담아 옥당(玉堂)에 보내오니

도리(桃李)야 꽃이온 양 마라 임의 뜻을 알괘라.


(주) 1)옥당; 홍문관의 별칭. 2)도리; 복숭아꽃과 오얏꽃.

*어느 날 명종이 국화를 옥당 관원들에게 내리며 노래를 지어 올리라고 했으나 즉시 짓지를 못하자, 참찬 벼슬에 있던 송순이 당직으로 있다가 대신 이 시조를 지어 올렸음. 명종이 가상히 여겨 송순에게 많은 상을 내렸다고 함.


40꽃이 진다 하고-송순


꽃이 진다하고 새들아 슬퍼 마라

바람에 흩날리니 꽃의 탓 아니로다.

가노라 희짓는 봄을 새워 무삼하리오.


(주) 1)희짓는; 휘젓는, 희롱하는. 2)새워; 미워하여.


*1545년(인종 1) 을사사화 때 희생된 인재들(윤임 일파)을 꽃에 비유, 새는 세상 사람들, 바람은 가해자인 윤원형 일파, 봄은 민족의 운명을 뜻함.


*송 순(宋 純); 1493(성종 24)-1583(선조 16). 조선의 문신. 호는 면앙정(傘仰亭), 본관은 신평(新平). 별시 문과에 급제, 벼슬이 우참찬(정2품)에 이르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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