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감

한국인의 애송시조(조선 전기3)

41.지아비 밭 갈러 간데-주세붕


지아비 밭갈러 간데 밥고리 이고 가

반상(飯床)을 들오되 눈썹에 맛초이다.

진실로 고마우신 이 손이시나 다르실까.


(주) 1)간 데; 간 곳에. 2)밥고리; 밥 담는 그릇. 3)반상; 밥상. 4)들오니; 들되. 5)맞초이다; 맞춥니다. 6)손이시나; 손님이나.

*이 시조는 '오륜가' 6수중의 네 번 째 작품으로 부부유별을 노래한 것임. 손님을 대접하듯 남편을 공경하는 아내의 마음씨를 그렸음. 중장은 후한 때 양홍의 처 맹광이 남편을 지극히 섬겨, 밥상을 들되 눈썹과 가지런히 되게 하여 들었다는 고사를 인용한 것임.


*주세붕(周世鵬); 1495(연산군 1)-1554(명종 9). 조선의 문신. 학자. 호는 신재(愼齋), 무릉도인(武陵桃人), 본관은 상주(尙州). 생원으로 별시에 급제, 벼슬이 동지중추부사(종2품)에 이르렀음. 우리나라 최초의 서원인 백운동서원(소수서원)을 창설했음. 청백리에 녹선 되었고, '육현곡(六賢歌)' '태평곡(太平曲)' 등 장가와 '군자가(君子歌)' 등 단가 8수가 전함.


42. 전원에 봄이 오니-성 운


전원(田園)에 봄이 오니 이 몸이 일이 하다

꽃남근 뉘 옮기며 약(藥) 밭은 언제 갈리.

아희야 대 베어 오너라, 삿갓 먼저 결으리라.


(주) 1)하다; 많다. 2) 꽃남근; 꽃나무는 3)결으리라; 엮으리라.


*성 운(成 運); 1497(연산군 3)-1579(선조 12). 조선의 학자. 호는 대곡(大谷). 속리산에 은거했으며, 이지함, 서경덕, 조식 등과 교유하며 학문에 정진했음.


43. 유벽을 찾아가니-조 욱


유벽(幽僻)을 찾아가니 구름 속에 집이로다.

산채(山菜)에 맛들이니 세미(世味)를 있을노라.

이 몸이 강산풍월(江山風月)과 함께 늙자 하노라.


(주) 1)유벽; 한적하고 궁벽한 곳. 2)산채; 산나물. 3)세미; 세상 맛. 4)강산풍월; 자연의 풍취.


*조 욱(趙 昱); 1498(연산군 4)-1557(명종 12). 조선의 학자. 호는 용문(龍門), 본관은 평양(平壤). 용문산에 은거했으며, 명종 때 성수침, 조식 등과 함께 현사로 뽑혀 벼슬이 장수 현감에 이르렀음. 이조참의에 추증.


44.이런들 어떠하며-이 황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료.

초야우생(草野愚生)이 이렇다 어떠하료.

하물며 천석고황(泉石膏 )을 고쳐 무엇하료.


(주) 1)초야우생; 시골에 묻혀 사는 어리석은 사람. 2)천석 고황; '천석'은 자연, '고황'은 불치의 병, 곧 자연 속에 살고 싶어하는 마음의 고질병. 도산12곡 중 전육곡(前六曲)의 첫째.


45. 청산은 어찌하여-이 황


청산(靑山)은 어찌하여 만고에 푸르르며

유수(流水)는 어찌하여 주야(晝夜)에 긋지 아니는고.

우리도 그치지 말아 만고상청(萬古常靑)하리라.


(주) 만고상청; 만고에 변함 없이 푸르름. 도산 12곡 중 후육곡(後六曲)의 다섯째.


46. 청량산 육륙봉을-이 황


청량산(淸凉山) 육륙봉(六六峰)을 아는 이 나와 백구(白鷗).

백구(白鷗)야 헌사하랴 못 믿을 손 도화(桃花)로다

도화(桃花)야 떠나지 마라, 어주자(漁舟子) 알까 하노라.


(주) 1)청량산; 경북 봉화군에 있는 산. 2)육륙봉; 열 두 봉우리. 3)헌사하랴; 야단스러우랴. 4)못믿을 손; 못 믿을 것은. 5)떠나지 마라; 떨어져 물에 흘러가지 마라. 6)어주자; 배를 타고 고기잡이하는 사람.


*이 황(李 滉); 1501(연산군 7)-1570(선조 3).조선의 학자, 문신. 호는 퇴계(退溪), 본관은 진보(眞寶). 진사시를 거쳐 식년 문과에 급제, 벼슬은 우찬성, 양관 대제학에 이르러 은퇴했음. 주자학을 집대성한 대유학자로, 율곡 이이와 함께 쌍벽을 이루었으며, 시문은 물론 글씨에도 뛰어났음. 영의정에 추증. RM의 많은 저서는 '퇴계전서'에 수록되어 있음.


47. 두류산 양단수를-조 식


두류산(頭流山) 양단수(兩端水)를 예 듣고 이제 보니

도화(桃花) 뜬 맑은 물에 산영(山影)조차 잠겼세라

아희야 무릉(武陵)이 어디뇨, 나는 옌가 하노라.


(주) 1)두류산; 지리산의 딴 이름. 2)무릉; 무릉도원, 선경.


48. 삼동에 베옷 입고-조 식


삼동에 베옷 입고 암혈에 눈비 맞아

구름 낀 볕뉘도 쬔 적이 없건마는

서산에 해 지다 하니 눈물겨워 하노라.


(주) 1)암혈; 바위 구멍. 2)볕뉘; 햇볕의 일단. '뉘'는 대단치 않은 것. 작은 것.


*이 시조는 산중에 은거하던 조식이 중종의 서거 소식을 듣고 읊은 것이라 함.


*조 식(曺 植);1501(연산군 7)-1572(선조 5). 조선의 학자. 호는 남명(南冥), 본관은 창녕. 지리산에 은거하며 성리학을 연구, 당시 유학계의 대학자로 추앙되었음. 조정에서 여러 차례 높은 벼슬을 내렸으나 모두 사퇴, 문하에서 김효원, 김우옹 등 저명한 학자들이 배출되었음. 죽은 후 영의정에 추증.


49.동짓달 기나긴 밤을-황진이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둘에 내어

춘풍(春風)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어른 님 오신 날 밤이면 굽이굽이 펴리라.


(주) 1)한허리; 한가운데. 2)어른 님; 임의 존칭


50.내 언제 무신하여-황진이


내 언제 무신(無信)하여 임을 언제 속였관대

월침(月沈) 삼경(三更)에 온 뜻이 전혀 없네.

추풍(秋風)에 지는 잎 소리야 낸들 어이하리요.


(주) 1)무신하여; 신의가 없어. 2)월침 삼경; 달이 진 한밤중. 3)온 뜻이; 올 생각.


51.청산리 벽계수야-황진이


청산리(靑山裏) 벽계수(碧溪水)야, 수이 감을 자랑마라.

일도(一到) 창해(滄海)하면 다시 오기 어려워라.

명월(明月)이 만공산(滿空山)하니 쉬어 간들 어떠리.


(주) 1)청산리; 푸른 산 속. 2)벽계수; 푸른 산 속으로 흐르는 골짝 물. 3)일도 창해하면; 한 번 바다에 흐르면. 4)만공산; 아무도 없는 산에 가득하게 비침.


*이 시조는 송도를 찾아간 벽계수라는 어느 왕손을 임으로 섬기고자 산골짝에 흐르는 물과 명월(밝은 달. 황진이의 기생 명)에 비유하여 부른 노래라고 함.


52.어져 내 일이여-황진이


어져 내 일이여, 그릴 줄을 모르더냐.

있으라 하더면 가랴마는 제 구태여

보내고 그리는 정(情)은 나도 몰라 하노라.


(주) 1)어져; 아! 2)그릴 줄을; 그리워할 줄을.


*황진이(黃眞伊);1502 ?(연산군 8)-1540?(중종 35). 조선의 시인. 명기. 기생 명은 명월(明月). 황진사의 서녀(庶女)로 어머니 밑에서 사서삼경을 읽었고, 시(詩), 서(書), 음률(音律)에 모두 능하였으며, 출중한 용모로 더욱 유명했음. 서경덕. 박연폭포와 함께 송도삼절(松都三絶)로 부렸음.


53. 엊그제 버힌 솔이-김인후


엊그제 버힌 솔이 落落長松 아니런가.

적은 덧 두던들 棟樑材 되리러니

이 후에 명당(明堂)이 기울면 어느 남기 받히리.


(주) 1)덧; 짧은 시일이나 시간. 2)동량재; 기둥이나 들보로 쓸만한 재목, 즉 나라 일을 맡길 인재. 3)명당; 임금이 신하들의 朝見을 받는 正殿. 4)남기; 나무가.


*이 시조는 1547(명종 2)정미옥사에 억울하게 죽은 임형수를 애석하게 여겨 지은 노래임. 임형수는 문과에 급제하여 벼슬이 부제학에 이른, 장래가 촉망되는 인재로서 44세에 죽음을 당했음.


*김인후(金麟厚); 1510(중종 5)-1560(명종 15). 조선의 문신. 유학자. 호는 하서(河西), 본관은 울산. 김안국의 제자. 별시 문과에 급제, 부수찬 때 부모 봉양을 위해 옥과 현령으로 나갔음. 을사사화 후에는 병을 이유로 고향 장성에 돌아가 성리학 연구에 전심했음. 천문, 지리, 의학, 산수, 율력에도 정통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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