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감

한국인의 애송시조(조선 전기5)

68. 내 마음 베어내어-정 철


내 마음 베어내어 저 달을 만들고자

구만리 장천에 번드시 걸려 있어

고운 임 계실 곳에 가 비취어나 보리라.


(주)번드시; 뚜렷이. 드러나게.


69. 어버이 살아신 제-정 철


어버이 살아신 제 섬길 일란 다하여라.

지나간 후면 애닯다 어찌하리.

평생에 고쳐 못할 일이 이뿐인가 하노라.


(주) 1);살아신 제:살아 계실 적에. 2)일란; 일이라면.


*이 시조는 1580년(선조 13) 정철이 강원도 관찰사로 사 있을 때, 도민들의 교화를 목적으로 지은 '훈민가(訓民歌)'16수중의 '자효(子孝)'임.



70.이고 진 저 늙은이-정 철


이고 진 저 늙은이 짐 풀어 나를 주오.

나는 젊었거니 돌이라 무거울까

늙기도 설워라커든 짐을조차 지실까.


(주)1)설워라커든; 슬프다 하겠거늘. 2)짐을조차; 짐까지


*'훈민가'의 '반백자불부대(斑白者不負戴)'.머리가 희끗희끗한 늙은이에게 짐을 지거나 머리에 이게 해서는 안 된다는 뜻.


71.재 너머 성권농 집에-정 철


재 너머 성권농(成勸農) 집에 술 익단 말 어제 듣고

누운 소 발로 박차 언치 놓아 지줄 타고

아해야 네 권농 계시냐, 정좌수(鄭座首) 왔다 하여라.


(주) 1)성권농; 성혼을 가리킴. 권농은 농사를 권장하던 유사. 2)언치; 안장 밑에 까는 털 헝겊. 3)지즐 타고; 눌러 타고 4)아해; 아이의 한자음. 5)정좌수; 정철 자신. 좌수는 향소(鄕所)의 어른.


72.한 잔 먹세그려-정 철


한 잔 먹세그려, 또 한 잔 먹세그려.

꽃 꺾어 산(算) 놓고 무진무진 먹세그려. 이 몸 죽은 후면 지게 위에 거적 덮어 주리어 매여 가나, 유소보장(流蘇寶帳)에 만인이 울어 예나, 어욱새 속새 덥가나무 백양 숲에 가기곳 가면 누른 해 흰 달 가는 비 굵은 눈 소소리바람 불 제 뉘 한 잔 먹자 할꼬.

하물며 무덤 위에 잔나비 파람 불 제 뉘우친들 어찌리.


(주) 1)산 놓고; 수를 세고. 2)주리어; 졸라 3)매여; 묶어. 3)매여; 묶어. 4)유소보장; 술이 달린 비단 장막. 여기서는 화려한 상여. 5)어욱새; 억새. 6)속새; 풀이름. 7)덥가나무; 떡깔나무. 8)가기곳; 가기만. 9)잔나비; 원숭이. 파람; 휘파람. 10)어찌리; 어찌하겠는가.


*무상한 인생을 주제로 한 최초의 사설시조.


*정 철(鄭 澈); 1536(중종 31)-1593(선조 26)조선의 문신. 문인. 호는 송강(松江), 본관을 영일(迎日). 기대승. 김인후의 문인. 진사시, 별시 문과에 각각 장원, 여러 벼슬을 거쳐 좌의정에 이르렀음. 시가문학의 대가로, 시조의 윤선도와 쌍벽을 이루었음. '송강집' '송강가사'등이 있고, 시조 70여수가 전함.


73. 녹초 청강상에-서 익


녹초(綠草) 청강상(晴江上)에 굴레 벗은 말이 되어

때때로 머리 들어 북향(北向)하여 우는 뜻은

석양(夕陽)이 재 넘어가니 임자 그려 우노라.


(주)1); 녹초 청강상; 푸른 풀이 우거진 비 갠 강가. 2)굴레 벗은 말; 벼슬을 그만 두고 자유로이 된 자신을 비유한 말. 3) 북향; 왕이 계신 곳을 향함. 4)석양이 재 넘어 가니; 나이가 늙어 죽을 날이 가까우매. 5)임자; 임금을 비유.


*서 익(徐 益); 1542(중종 37)-1587(선조 20). 조선의 문신. 호는 만죽(萬竹), 본관은 부여. 별시 문과에 급제, 벼슬이 의주목사에 이르렀으나, 탄핵을 받은 율곡 이이를 변호하는 상소를 했다가 파직되었음. 시조를 잘 했음.


74. 짚방석 내지 마라-한 호


짚방석 내지 마라, 낙엽(落葉)엔들 못 앉으랴.

솔불 혀지 마라, 어제 진 달 돋아온다.

아해야, 박주 산채(薄酒山菜)일망정 없다 말고 내어라.


(주) 1) 솔불; 관솔불. 2)박주 산채; 맛이 좋지 않는 술과 산나물.


*한 호(韓 濩); 1543(중종 38)-1605(선조 38).조선의 명필. 호는 석봉(石峯), 본관은 삼화, 개성 출신. 어려서부터 어머니의 격려로 서예에 정진하여 왕희지와 안진경의 필법을 익혀서

독창적인 경지를 확립, 호쾌, 강건한 서풍을 창시했음. 진사시에 합격, 천거로 가평군수, 존숭도감 서사관을 지냈으며, 후기의 김정희와 함께 조선 서예 계의 쌍벽을 이루었음.


75. 지당에 비 뿌리-조 헌


지당(池塘)에 비 뿌리고 양류(楊柳)에 내 끼인 제

사공(沙工)은 어디 가고 빈배만 매였는고

석양(夕陽)에 짝 잃은 갈매기는 오락가락 하노매.


(주) 1)지당; 연못. 2)양류; 버드나무. 3)내; 안개. 4)끼인제; 끼었는데. 5)하노매; 하는구나. '-노매'는 감탄형 종결어미.


*조 헌(趙 憲); 1544(중종 39)-1592(선조 25). 조선의 문신. 의병장. 호는 중봉(重峯), 본관은 배천(白川).이이, 성혼의 문인. 식년 문과에 급제, 벼슬은 전라도 도사에 그쳤음. 임진왜란 때 의병을 일으켜 승병과 합세하여 청주를 수복하고 금산에서 7백 의병과 함께 모두 전사했음. 성격이 강직하여 항상 불의에 항거했으며, 이이의 문인 중 가장 뛰어난 학자의 한 사람으로 영의정에 추증되었음.


76.한산섬 달 밝은 밤에-이순신


산산(閑山)섬 달 밝은 밤에 수루(戍樓)에 혼자 앉아

큰 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하는 적에

어디서 일성호가(一聲胡?)는 남의 애를 끊나니.


(주) 1)수루; 수자리터에 세운 감시하는 망루. 2)일성호가; 한 가락의 호가소리. 호가는 호인들이 갈잎을 말아서 불던 것으로 몹시 슬픈 소리를 냄. 3)끊나니; 끊느니.


*이순신(李舜臣); 1545(인종 1)-1598(선조 31). 조선의 명장. 자는 여해(汝海), 본관은 덕수(德水). 서울 출신. 식년문과에 급제, 미관 말직만 지내다가 유성룡의 천거로 전라좌도 수군절도사에 승진했음. 임진왜란 때 삼도수군통제사로 거북선을 만들어 큰공을 세우고 전사했음. 충성심이 강하고 전략이 뛰어난 용장으로 글에도 능하여 '난중일기'와 시조 등 뛰어난 작품을 남겼다. 영의정에 추증, 시호는 충무.


77.녹양이 천만사ㄴ들-이원익


녹양(綠楊)이 천만사(千萬絲)ㄴ들 가는 춘풍 매어두며

탐화봉접(探花蜂蝶)인들 지는 꽃을 어이하리

아무리 사랑이 중한들 가는 임을 어이하리.


(주) 1)녹양;푸른 수양버들. 2)천만사; 천만 갈래로 갈라진 실같이 늘어진 모양. 3)탐화봉접; 꽃을 찾는 벌 나비.


*이원익(李元翼); 1547(명종 2)-1634(인조 12).조선의 문신. 호는 오리(梧里), 본관은 전주. 생원으로 별시 문과에 급제, 여러 내외직을 거쳐 수차 영의정을 지냈음. 임진왜란 때 공이 컸으며, 대동법을 실시케 하여 국민의 부담을 덜게 했음. 문장에 뛰어났고, 청백리에 녹선(錄選)되었음. 서민적인 인품으로서 '오리 정승' 이란 이름으로 많은 일화가 전함.


78. 대 심어 울을 삼고-김장생


대 심어 울을 삼고 솔 가꾸어 정자로다.

백운(白雲) 덮인 데 나 있는 줄 제 뉘 알리.

정반(庭畔)에 학(鶴) 배회(徘徊)하니 긔 벗인가 하노라.


(주) 1)정반에 학 배회하니; 뜰 가에 학이 나와서 왔다 갔다 하니. 2)긔; 그것이.


*김장생(金長生); 1548(명종 3)-1631(인조 9). 조선의 문신, 학자. 호는 사계(沙溪), 본관은 광산(光山). 송익필, 이이의 문인. 학행으로 천거되어 형조 참판에 이르렀음. 예학과 성리학 연구, 조선 예학의 태두로서 기호학파를 형성하여 조선 유학 계에 영남학파와 쌍벽을 이루었음.


79.청초 우거진 골에-임 제


청초(靑草) 우거진 골에 자는다, 누었는다.

홍안(紅顔)은 어디 두고 백골(白骨)만 묻혔는다.

잔(盞) 잡아 권(勸)할 이 없으니 그를 설워하노라.


(주) 1)자는다 누었는다; 자느냐 누었느냐? 2)홍안; 젊어서 혈색이 좋은 얼굴. 3)묻혔는다; 묻혔느냐?


*이 시조는 개성의 명기 황진이의 무덤을 찾아가 술상을 차려놓고 혼자 권하고 마시며 읊은 것이라 전하며, 이로 인하여 파직(罷職)을 당했다고 함.


80;북천이 맑다커늘-임 제


북천(北天)이 맑다커늘 우장(雨裝) 없이 길을 나니

산(山)에는 눈이 오고 들에는 찬비로다.

오늘은 찬비 맞았으니 얼어 잘까 하노라.


(주)찬비; 한우(寒雨). 여기서 '한우'라는 기생을 두고 한 말. 이 시조는 평양의 명기 한우를 찾아가서 부른 '한우가'인데, 이에 대해 한우가 화답한 '어이 얼어 자리......'라는 시조가 있음.


81.어이 얼어 자리-한 우


어이 얼어 자리, 무삼 일 얼어 자리.

원앙침(鴛鴦枕) 비취금(翡翠衾)을 어디 두고 얼어 자리.

오늘은 찬비 맞았으니 녹아 잘까 하노라.


(주) 1)원앙침; 원앙을 수놓은 베개로, 부부가 함께 베는 베개. 2)비취금; 비취색의 이불. 비단이불. *임제(林悌)의 '한우가(寒雨歌)'에 화답한 노래. 찬비는 한자어로 '한우'이지만, 여기서는 기생인 '한우' 자신을 말함.


*한 우(寒 雨); 조선 선조 때의 평양 명기로, 백호(白湖) 임제(林悌)가 부른 '북천이 맑다커늘...'에 화답한 시조 1수가' 청구영언에' 전함.


82.멧버들 가려 꺾어-홍 랑


멧버들 가려 꺾어 보내노라 임에손데.

자시는 창 밖에 심어두고 보소서.

밤비에 새잎 곳 나거든 날인가도 여기소서.


(주) 1)임에손데; 님에게. '손데'는 여격조사. 2) 곳; 강세 조사.


*1573년(선조 6)최경창이 북평사로 함경도 경성에 가 있을 때 친해진 홍랑이 다음 해 최경창이 서울로 돌아오게 되자, 영흥까지 배웅하고 돌아가는 길에 함관령에 이르자 저문 날 비 내리는 속에서 이 노래와 버들가지를 함께 보냈다고 함.


*홍 랑(洪 娘); 조선 선조 때 함경도 경성의 명기. 시조를 잘 했음. 1573년 삼당시인(三唐詩人)이요, 팔 문장(八文章)의 한 사람인 최경창이 북평사(北評使)로 함경도 경성에 있을 때, 그 막중(幕中)에 머물렀음. 1575년 최경창이 병들자 경성에서 7주야(晝夜)를 달려 서울에 이르렀는데, 그것이 말썽이 되어 최경창이 벼슬을 내놓게 되었다는 일화도 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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