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감

한국인의 애송시조(조선 중기)

[조선 중기의 시조]


83.철령 높은 봉에-이항복


철령(鐵嶺) 높은 봉(峰)에 쉬어 넘는 저 구름아,

고신 원루(孤臣寃淚)를 비 삼아 띄어다가

임 계신 구중 심처(九重深處)에 뿌려본들 어떠리.


(주) 1)철령; 강원도 회양군과 함경남도 안변군 사이에 있는 높은 재. 2)고신 원루; 외로운 신하의 억울한 눈물. 3)구중 심처; 아홉 겹으로 둘러싸인 깊은 곳, 즉 대궐.

*1617년(광해군 8) 인목대비에 대한 폐모론이 일어나자, 이항복이 이를 적극 반대하다가 관직이 삭탈 되고 이듬해 함경도 북청으로 귀양가는 도중에 읊은 시조로, 후에 광해군이 듣고 눈물을 흘렸다 함. 이항복은 귀양지 북청에서 죽었음.


*이항복(李恒福); 1556(명종 11)-1618(광해군 10). 조선의 문신. 호는 백사(白沙), 본관은 경주. 알성 문과에 급제, 여러 요직을 거쳐 영의정이 되었으며 임진왜란 때 많은 공을 세웠음. 오성부원군에 봉해졌으며 오성대감이라 불렀으며, 오성과 한음(이덕형의 호) 의 일화로 유명함.


84. 큰잔에 가득 부어-이덕형


큰잔에 가득 부어 취토록 먹으면서

만고(萬古) 영웅(英雄)을 손꼽아 헤어보니

아마도 유령(劉伶) 이백(李白)이 내 벗인가 하노라.


(주) 1)유령; 유영. 서진(西晉)의 사상가로 죽림칠현의 한 사람. 술을 몹시 즐겼으며 '주덕송(酒德頌)'이라는 글이 있음. 2)이백; 당나라의 대시인 이 태백. 술을 아주 좋아했음.


*이덕형(李德馨); 1561(명종 11)-1613(광해군 5). 조선의 문신. 호는 한음(漢陰), 본관은 광주(廣州). 별시 문과에 급제, 여러 요직을 거쳐 영의정에 이르렀으며, 임진왜란 때 명나라에 가서 구원병을 요청하는 등 공이 컸음. 광해군 때 영창대군의 처형과 폐모론을 반대하다가 삭직 당함. '오성과 한음'의 일화로 유명하며, 글씨에 뛰어났음.


85.반중 조홍감이-박인로


반중(盤中) 조홍(早紅) 감이 고와도 보이나다.

유자(柚子) 아니라도 품음직 하다마는

품어 가 반길 이 없으니 글로 설워하나이다.


(주) 1)반중 조홍감; 소반 위에 놓인 일찍 익은 붉은 감. 2)보이나다; '보인다'의 옛말. 3)없을 새; 없는 까닭으로. 4)글로; 그런 이유로.


*중국 삼국시대 육적(陸績)이 6세 때 원술(袁術)이 준 유자를 품속에 품어다가 어머니에게 주려고 했다는 고사가 있음. 주제는 효도.


86.동기로 세 몸 되어-박인로


동기(同氣)로 세 몸 되어 한 몸 같이 지내다가

두 아운 어디 가서 돌아올 줄 모르는고.

날마다 석양(夕陽) 문외(門外)에 한숨 겨워하노라.


(주) 1)세 몸 되어;3형제가 되어. 2)아운; 아우는 3)석양 문외; 저녁 무렵 대문 밖에.


*박인로(朴仁老); 1561(명종 16)-1642(인조 20). 조선의 무신. 시인. 호는 노계(蘆溪). 본관은 밀양. 임진왜란 때 별시위가 되어 왜적을 무찔렀고, 1599년(선조 32) 무과에 급제, 벼슬이 용왕위 부호군(종4품)에 이르렀음. 천재적인 상상력을 발휘하여 많은 걸작가사를 남겼으며, 송강 정철을 계승하여 가사문학을 발전시키는데 큰공을 세웠음. 태평사, 누항사, 선상탄 등 많은 가사와 시조를 남겼음.


87.사랑이 거짓말이-김상용


사랑이 거짓말이, 임 날 사랑 거짓말이.

꿈에 뵌단 말이 긔 더욱 거짓말이.

날같이 잠 아니 오면 어느 꿈에 뵈이리.


*김상용(金尙容); 1561(명종 16)-1637(인조 15). 조선의 문신. 호는 선원(仙源), 본관은 안동. 김상헌의 형. 증광 문과에 급제, 여러 내외직을 거쳐 우의정에 이르렀음.


88.임을 믿을 것가-이정구


님을 믿을 것가, 못 믿을슨 임이시라.

미더운 시절(時節)도 못 믿을 줄 알았어라.

믿기야 어려워마는 아니 믿고 어이리.


(주)1)믿을 것가; 믿을 것인가. 2)못 믿을슨; 못 믿을 것은. 3)어려워마는; 어렵건마는.


*이정구(李廷龜); 1564(명종 19)-1635(인조 13). 조선의 문신. 학자. 호는 월사(月沙), 본관은 연안(延安). 윤근수의 문인. 진사로 증광 문과에 급제, 여러 벼슬을 거쳐 좌의정에 이르렀음. 한문학의 대가로 글씨에도 뛰어났으며, 신흠, 장유, 이식과 함께 조선 중기의 4대문장가로 일컬어짐.


89.한식 비 온 밤에-신 흠


한식 비 온 밤에 봄빛이 다 퍼졌다.

무정한 화류도 때를 알아 피었거든

어떻다 우리의 임은 가고 아니 오는고.


(주)1)화류; 꽃과 버들. 2)피었거든; 피었는데. 피었거늘. 3)어떻다; 어째서. 어찌하여.


90. 술이 몇 가지요-신 흠


술이 몇 가지요, 청주와 탁주로다.

다 먹고 취(醉)할선정 청탁(淸濁)이 관계하랴.

달 밝고 풍청(風淸)한 밤이어니 아니 깬들 어떠리.


(주) 1)취할선정; 취할망정. 2)풍청한; 바람이 맑은


*신 흠(申 欽); 1566(명종 21)-1628(인조 6). 조선의 학자. 문신. 호는 상촌(象村). 본관은 평산(平山). 진사시로 별시 문과에 급제, 벼슬이 영의정에 이르렀음. 정주학자로 문명이 높았고, 장유, 이식과 함께 조선 중기 한문학 대가로 일컬어졌으며, 글씨를 잘 썼음.


91.풍파에 놀란 사고-장 만


풍파(風波)에 놀란 사공 배 팔아 말을 사니

구절(九折) 양장(羊腸)이 물도곤 어려왜라.

이 후란 배도 말도 말고 밭 갈기만 하리라.


(주)1)구절 양장; 굽이굽이 틀어진 양의 창자처럼 험준한 산길. 2)물도곤; 물보다.

3)어려왜라; 어렵구나.


*장 만(張 晩); 1566(명종 21)-1629(인조 7). 조선의 문신. 호는 낙서(洛西). 본관은 인동(仁同). 생원 진사 양시에 합격하고 별시 문과에 급제, 여러 내외직을 거쳐 우찬성(종1품)에 이르렀음. 문무를 겸비하고 재략이 있었음. 영의정에 추증되었음.


92.춘산에 불이나니-김덕령


춘산(春山)에 불이나니 못다 핀 꽃 다 붙는다.

저 뫼 저 불은 끌 물이나 있거니와

이 몸에 내 없는 불이 나니 끌 물 없어 하노라.


(주)1)춘산; 봄의 산. 2)다 붙는다; 다 불이 붙는다. 3)내 없는; 연기 없는.

*이 시조는 김덕령이 병신년, 즉 1586년(선조 29) 옥중에서 억울함을 이기지 못해

지은 시조라 전한다.


*김덕령(金德齡); 1567(명종 22)-1596( 선조 29). 조선의 의병장. 자는 경수(景樹), 본관은 광주(光州). 성혼의 문인.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의병을 정돈, 여러 차례 적의 대군을 무찔러 왜적이 가장 무서워하는 의병장의 한 사람이 되었음. 1596년 반란을 일으킨 이몽학과 내통했다는 무고로 옥에 갇혀 국문을 받다가 옥사했음. 나중에 신원 되어 병조 참의에 추증되었음.


93.책 덮고 창을 여니-정 온


책 덮고 창을 여니 강호에 배 떠 있다.

왕래(往來) 백구(白鷗)는 무슨 뜻 먹었는고

앗구려, 공명(功名)도 말고 너를 쫓아 놀리라.


(주)1)왕래 백구; 가고 오는 백구. 오락가락하는 갈매기. 2)앗구려; 아서라. 감탄사.


*정 온(鄭 蘊); 1569(선조 2)-1641(인조 19)조선의 문신. 호는 동계(桐溪). 본관은 초계(草溪). 정인홍, 정구의 문인. 정인홍이 권신이 되자 절교했음. 진사로서 별시 문과에 급제, 병자호란 때 이조 참판(종2품)으로서 김상헌과 함께 적화를 주장했음. 영의정에 추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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