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감

한국인의 애송시조(조선 중기3)

107.서산에 일모하니-이명한


서산(西山)에 일모(日暮)하니 천지(天地)에 가이없다.

이화(梨花)에 월백(月白)하니 임 생각 새로워라.

두견(杜鵑)아, 너는 누를 그려 밤새도록 우나니.


(주)1)가이; 끝이. 2)누를; 누구를. 3) 우나니; 우느냐.


108.꿈에 다니는 길이-이명한


꿈에 다니는 길이 자취 곧 나량이면

임의 집 창(窓)밖이 석로(石路)라도 닳으련마는

꿈길이 자취 없으니 그를 설워하노라.


(주) 1)나량이면; 날 것 같으면. 2) 석로; 돌길.


*이명한(李明漢); 1595(선조 28)-1645(인조 23). 조선의 문신. 호는 백주(白洲), 본관은 연안. 벼슬이 예조 판서에 이르렀음. 성리학에 조예가 깊고, 시와 글씨에 뛰어났음. 병자호란 때 척화파로 심양에 잡혀갔던 의분을 노래한 6수가 전함.


109.금준에 가득 술을-정두경


금준(金樽)에 가득한 술을 슬카장 기울이고

취한 후 긴 노래에 즐거움이 그지없다.

어즈버, 석양(夕陽)이 진(盡)타 마라 달이 좇아 오노매.


(주) 1)금준; 술을 담은 좋은 단지. 2)슬카장; 싫도록. 실컷. 3)어즈버; 아!. 4) 진타; 다했다. 끝났다. 5)오노매; 오노매라. 오는구나.


*작자가 홍만종 집에서 여러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불렀다고 함.


정두경(鄭斗卿); 1597(선조 30)-1673(현종 14). 조선의 문신. 학자, 호는 동명(東溟), 본관은 온양. 이항복의 문인. 별시 문과에 장원, 벼슬이 홍문관 제학(종2품) 이르렀음. 시문과 서예에 뛰어났음. 대제학에 추증.


110.술을 취케 먹고-정태화


술을 취케 먹고 두렷이 앉았으니

억만(億萬) 시름이 가노라 하직한다.

아해야 잔 가득 부어라, 시름 전송하리라.


(주) 두렷이 앉았으니; 여럿이 둥글게 둘러앉았으니.


*정태화(鄭太和); 1602(선조 35)-1673(현종 14). 조선의 문신. 호는 양파(陽坡), 본관은 동래. 별시 문과에 급제, 여러 내외직을 거쳐 영의정에 이르렀음.


111.청춘에 곱던 양자-강백년


청춘에 곱던 양자(樣子) 임으로야 다 늙었다.

이제 임이 보면 날인 줄 알으실까.

진실로 날인 줄 알아보면 고대 죽다 설우랴.


(주) 1)양자; 모양. 모습. 2)임으로야; 임으로 말미암아. 3)늙거다; 늙었다. 4)고대; 금방.


*강백년(姜栢年); 1603(선조 36)-1681(숙종 7). 조선의 문신. 호는 설봉(雪峰), 본관은 진주. 정시 문과에 급제, 좌참찬(정2품)에 이르렀음. 영의정에 추증.



112.임이 헤오시매-송시열


임이 헤오시매 나는 전혀 믿었더니

날 사랑하던 정을 뉘에게 옮기신고

처음에 뮈시던 것이면 이대도록 설우랴.


(주) 1)헤오시매; 헤아려 주시매. 뜻을 알아주시기에. 2)뮈시던; 미워하시던. 3)이대도록; 이다지도.


*송시열(宋時烈); 1607(선조 40)-1689(숙종 15). 조선의 문신. 학자. 호는 우암(尤庵). 본관은 은진(恩津). 김장생, 김집의 문인. 생원시에 1등으로 합격, 천거로 여러 벼슬을 거쳐 좌의정에 이르렀음. 왕세자(경종)책봉을 반대하다가 제주도에 귀양, 상경도중 사사되었음. 일생을 주자학 연구에 몰두한 거유(巨儒)로 예론(禮論)에 밝았으며 뛰어난 학식으로 많은 학자를

길러냈음. 글씨는 대자를 잘 썼음. 그의 많은 저서는 <송자대전(宋子大全)>에 수록되어 있음.


113. 청강에 비 듣는 소리-효 종


청강(淸江)에 비 듣는 소리 긔 무엇이 우습관대

만산(萬山) 홍록(紅綠)이 휘두르며 웃는 고야.

두어라, 춘풍(春風)이 몇 날이리 웃을 대로 웃어라.


(주)비 듣는; 비 떨어지는. 2) 우습관대; 우습기에. 3)만산 홍록; 산에 가득한 꽃과 풀(잎). 4)휘두르며; 제멋대로.


114.청석령 지나거냐-효종


청석령(靑石嶺) 지나거냐, 초하구(草河口) 어디메오.

호풍(胡風)도 참도 찰사 궂은 비는 무슨 일고.

뉘라서 내 행색(行色) 그려다가 임 계신 데 드릴꼬.


(주)1)청석령, 초하구; 평북 의주 부근에 있는 지명. 효종이 심양(瀋陽)으로 잡혀 갈

때, 지나 간 곳. 2)지나거냐; 지났느냐. 3)호풍; 오랑캐 땅에서 부는 바람. 4)참도 찰사 ; 차기도 차구나. 5)임; 부왕인 인조.


*효 종(孝 宗);1619(광해군 11)-1659(효종 10). 조선 제 17대 왕. 봉림대군에 봉해졌을 때, 병자호란으로 형 소현세자와 함께 청나라 볼모로 잡혀가 8년 동안 있었음. 청나라에 원한을

품고 이를 설욕하고자 북벌(北伐)을 계획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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