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감

한국인의 애송시조(조선 중기4)

115.세상 사람들이-인평대군


세상 사람들이 입들만 성하여서

제 허물 전혀 잊고 남의 흉 보는고야.

남의 흉 보거라 말고 제 허물 고치과저.


(주) 1)성하여서; 살아있어서. 2)보거라 말고; 보려고 하지 말고.


*인평대군(麟坪大君); 1622(광해군 14)-1658(효종 9). 조선 효종의 아우. 병자호란의 비분을 읊은 시가 전하며, 글씨와 그림에 모두 능했음.


116.초당에 깊이 든 잠을-이화진


草堂에 깊이든 잠을 새소리에 놀라 깨니

梅花雨 갓 갠 가지에 夕陽이 거의로다.

아희야 낚대 내어라, 고기잡이 늦었다.


(주) 1)매화우; 음력4-5월에 오는 비. 2) 갓 갠; 금방 갠. 3) 거의로다; 다 기울어 가도다. 4)낚대; 낚싯대.


*이화진(李華鎭); 1626(인조 4)-1696(숙종 22). 조선의 문신. 호는 묵졸재(默拙齋), 본관은 여주. 정시 문과에 급제, 벼슬이 우부승지(정3품)에 이르렀음.


117.동창이 밝았느냐-남구만


동창(東窓)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소치는 아이는 상긔 아니 일었느냐.

재 너머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느니.


(주) 1)노고지리; 종달새. 종다리. 2) 우지진다; 우짖는다. 3) 치는; 기르는. 4)상긔; 아직. 5) 일었느냐; 일어났느냐. 6)하느니; 하느냐.


*남구만(南九萬); 1629(인조 7)-1711(숙종 37). 조선의 문신. 호는 약천(藥泉), 본관은 의령. 송준길의 문인. 사마시를 거쳐 별시 문과에 급제, 벼슬이 영의정에 이르렀음. 문사(文詞). 서화(書畵)에 뛰어났음.


118.감장새 작다 하고-박태보


감장 새 작다하고 대붕아 웃지 마라.

九萬里 長天을 너도 날고 저도 난다.

두어라, 일반 飛鳥니 네오 긔오 다르랴.


(주) 1)감장새; 굴뚝새. 빛이 검고 몸집이 작음. 2)일반 비조; 다 같은 날 새. 3)네오 긔오; 너나 그거나 .


*이 택(李 澤); 1651(효종 2)-1719(숙종 45). 조선의 무신. 벼슬이 평안도 병마절도사(종2품)에 이르렀음.


119. 흉중에 불이나니-박태보


흉중(胸中)에 불이나니 오장(五臟)이 다 타간다.

신농씨(神農氏) 꿈에 보아 불 끌 약 물어보니

충절(忠節)과 강개(慷慨)로 난 불이니 끌 약 없다 하더라.


(주) 1)신농씨; 중국 고대 제왕의 이름. 농사와 제약을 가르쳤다 함. 2)강개; 의분.


*박태보(朴泰輔); 1654(효종 5)-1689(숙종 15). 조선의 문신. 본관은 반남. 알성문과에 장원, 이조좌랑. 암행어사 등을 역임했음. 인현왕후의 폐위를 극력 반대하다가 심한 고문을 당하고 죽었음. 영의정에 추증.


120.벼슬을 저마다 하면-김창업


벼슬을 저마다 하면 농부 할 이 뉘 있으며

의원이 병 고치면 북망산이 저러하랴.

아해야 잔 가득 부어라, 내 뜻대로 하리라.


*김창업(金昌業); 1658(효종 9)-1721(경종 1). 조선의 문신. 호는 노가재(老稼齋), 본관은 안동. 영의정 김수항의 4남. 영의정 김창집의 아우. 도학, 문장으로 이름을 떨쳤음. 그림에도 뛰어났음.


121.춘풍 도이화들아-김유기


춘풍(春風) 도리화(桃李花)들아, 고운 양자 자랑 말고

장송(長松) 녹죽(綠竹)을 세한(歲寒)에 보려무나

정정(亭亭)코 낙락(落落)한 절(節)을 고칠 줄이 있으랴.


(주) 1)녹죽; 푸른 대나무. 2)세한; 음력 연말 무렵의 추위. 3)정정코 낙락한 절; 정정하고 높은 절개.


*김유기(金裕器); 조선 숙종 때의 명창. 시조를 잘 했으며 김천택과 교분이 두터웠음.


122.말하면 잡류라 하고-주의식


말하면 雜類라하고 말 않으면 어리다 하네.

貧寒을 남이 웃고 富貴를 새우는데

아마도 이 하늘 아래 사롤 일이 어려왜라.


(주) 1)잡류; 잡된 무리. 2)어리다; 어리석다. 3)새우는데; 시샘하는데. 4)사롤; 사뢸. 즉

말할. 또는 살게 할. 5)어려왜라; 어렵구나.


*주의식(朱義植); 조선 숙종 때의 가인. 호는 남곡(南谷). 숙종 때 무과에 급제, 칠원 현감을 지냈음.


123.자네 집에 술 익거든-김성최


자네 집에 술 익거든 부디 날 부르시소

내 집에 꽃 피거든 나도 자네 청해 옴세.

백년(百年) 덧 시름 잊을 일을 의논(議論)코자 하노라.


(주) 1)부르시소; 부르시오. 2)백년 덧; 백년 동안.


*김성최(金盛最); 조선 숙종 때의 문신. 호는 일로당(佚老堂), 본관은 안동. 진사시에 합격, 1683년(숙종 9) 단양군수에 이어 내외직을 역임. 통정대부로 목사(정3품)에 이르렀음.


124.쥐 찬 소리개들아-구지정


쥐 찬 소리개들아, 배부르다 자랑마라.

청강(淸江) 여윈 학(鶴)이 주리다 부럴소냐.

내 몸이 한가(閑暇)하야마는 살 못 찐들 어떠리.


(주) 1)쥐찬; 쥐를 잡아 찬. 2) 소리개; 솔개. 3) 부럴소냐; 부러워할 소냐. 4)한가하야마는; 한가하고서는.


*청빈을 내세우고 부패를 풍자한 시조.


*구지정(具志禎); 조선 숙종 때의 문신. 시인. 본관은 능성(綾城). 남구만의 추천으로 임용되어 공주, 황주 등의 목사를 지냈음.


125.옥에 흙이 묻어-윤두서


옥에 흙이 묻어 길가에 버렸으니

오는 이 가는 이 다 흙만 여기도다.

두어라, 흙이라 한들 흙일 줄이 있으랴.


*윤두서(尹斗緖); 1668(현종 9)-? . 조선의 문인. 화가. 호는 공재(恭齋), 본관은 해남. 진사시에 합격, 시문에 능했고, 동식물, 인물 등을 잘 그렸음. 현재(玄齋) 심사정, 겸재(謙齋) 정선과 함께 삼재(三齋)라 불림.


126.대동강 달 밝은 밤에-윤 유


대동강(大洞江) 달 밝은 밤에 벽한사(碧漢 ) 띄워두고

연광정(練光亭) 취한 술이 부벽루(浮碧樓)에 다 깨거다.

아마도 관서 가려(關西 佳麗)는 예뿐인가 하노라.


(주) 1)벽한사; 신선이 타는 배.'벽한'은 푸른 하늘과 은하수, 곧 하늘을 뜻함. 2) 깨거다; 깨었다. 3)관서 가려; 관서 지방의 좋은 곳.


127.청류벽에 배를 매고-윤 유


청류벽(淸流壁)에 배를 매고 백은탄(白銀灘)에 그물 걸어

자 남은 고기를 눈살 같이 회쳐 놓고

아희야 잔(盞) 자로 부어라, 무진(無盡)토록 먹으리라.


(주)청류벽; 평양 을밀대 근처에 있는 긴 석벽. 2)백은탄; 평양 능라도 근처에 있는 여울. 3)자남은; 한 자가 넘는. 4)눈살같이; 흰 살같이. 5)자로; 자주.


*윤 유(尹 游); 1674(현종 15)-1737(영조 13). 조선의 문신. 호는 만하(晩霞), 본관은 해평. 생원으로 정시 문과에 급제, 벼슬이 예조판서에 이르렀으며, 당대의 명필로 이름을 떨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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