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감

무제 삼수(無題三首) - 매월당(梅月堂) 김시습(金時習)

 金時習 <無題> 20篇 中 其八

- ‘마음고생이란 뜻의 形役(형역)’을 인용한 시

 

終日芒鞋信脚行 (종일망혜신각행) 온종일 짚신 신고 발길 닿는 대로 다니는데,

一山行盡一山靑 (일산행진일산청) 하나의 산을 다 걸으니 또 하나의 푸른 산.

心非有想形役 (심비유상해형역) 마음은 생각이 없는데 어찌 육신의 노예가 되며,

道本無名豈假成 (도본무명기가성) 도는 본래 이름이 없거늘 어찌 거짓으로 이루리오?

宿霧未晞山鳥語 (숙무미희산조어) 간밤의 안개 사라지지 않았는데 산새 지저귀고

春風不盡野花明 (춘풍부진야화명) 봄바람 여전히 일고 들꽃은 눈부시구나.

短笻歸去千峰靜 (단공귀거천봉정) 짧은 지팡이로 돌아오는 길 뭇 봉우리 고요한데

翠壁亂煙生晩晴 (취벽난연생만청) 푸른 절벽의 짙은 연기는 저녁 햇살에 피어오른다.

무제 삼수(無題三首) - 김시습(金時習)

 

---------- 이하 고전번역원 자료 -------------------------------------------------------

 

온종일 짚신으로 되는 대로 거니나니 / 終日芒鞋信脚行

한 산을 걸어 다하면 또 한 산이 푸르네 / 一山行盡一山靑

마음에 생각 없거니 어찌 몸에 불리우며 / 心非有想奚形役

도는 본래 이름 없거니 어찌 거짓 이뤄지랴 / 道本無名豈假成

밤 이슬은 마르지 않았는데 산새는 울고 / 宿露未晞山鳥語

봄바람이 끝이 없으매 들꽃이 아름답다 / 春風不盡野花明

짧은 지팡이로 돌아오매 봉우리마다 고요한데 / 短筇歸去千峯靜

푸른 절벽에 어지러운 놀이 저녁 볕에서 난다 / 翠壁亂煙生晩晴

 

풍악이 높고 낮아 열 두 봉인데 / 楓岳高低十二峯

봉 머리 돌부리에 마른 솔이 걸리었다 / 峯頭石角掛枯松

티끌의 어지러움에 도리어곽랑이 교묘한데 / 塵紛却是郭郞巧

세상 일은 모두 호접을 따라 비었더라 / 世事盡隨蝴蝶空

계수나무 열매가 떨어질 때에 저녁 볕이 엷은데 / 桂子落時殘照薄

버들꽃이 나는 곳에 저믄 산이 무르녹다 / 楊花飛處晩山濃

방석에 혼자 앉았으면 향 연기는 실 같은데 / 蒲團獨坐香如縷

풍교의 밤중 종소리를 사랑스리 듣는다 / 愛聽楓橋半夜鍾

 

펄렁펄렁 하나의 지팡이가 허공을 울리며 나는데 / 翩翩一錫響空飛

오월의 소나무꽃이 푸른 산에 가득하다 / 五月松花滿翠微

온종일 바리를 들고 다니매 천집의 밥인데 / 盡日鉢擎千戶飯

여러 해로 누더기 빌었거니 몇 사람의 옷이던가 / 多年衲乞幾人衣

마음은 흐르는 물과 같아 스스로 청정하고 / 心同流水自淸淨

몸은 조각 구름과 함께 시비가 없다 / 身與片雲無是非

강산을 두루 밟고 다니니 두 눈이 푸르렀는데 / 踏遍江山雙眼碧

우담발꽃[優曇花]이 피는 그때에 돌아가리 / 優曇花發及時歸

 

[주D-001]곽랑(郭郞) : 옛날 희극 배우의 이름이었는데 그 후에는 어릿광대를 곽랑이라고 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 어릿광대의 춤추는 것이 틀렸다고 포노인(鮑老人)이 웃었지만, 그 포노인을 등장시켜 춤을 추게 하니, 도리어 곽랑만도 못하였다는 시가 있으므로, 여기에는 세상을 살아가는데 그 사람이 잘못한다고 웃었지만 웃는 사람이 그런 일들 당하면 도리어 그만 못하다는 말이다.

[주D-002]호접(蝴蝶) : 장자(莊子)가 꿈에 나비[蝴蝶]가 되어서 펄펄 날아 다녀 보았는데, 그때에는 자기가 그대로 나비로만 생각하였지 장자라고 생각하지 않았었다. 꿈을 깨어서 사람이 되고 보니, 자기가 사람이라고만 생각하게 되었으나 실상은 나비가 정말인데 사람이 나비 꿈속에서 잠시 화(化)한 것인지, 그렇다면 세상은 그 나비와는 관계 없다는 말이다.

[주D-003]풍교(楓橋) : 당 나라 장계(張繼)라는 사람의 〈풍교야박(楓橋夜泊)〉이란 시에, “고소성 밖에 한산사[姑蘇城外寒山寺]에서, 밤중에 치는 종소리 나그네 배에 들려 오네[(夜半鐘聲到客船]”라는 말이 있으므로, 그것을 인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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