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감

和靖節歸園田詩 - 梅月堂詩集卷之四

梅月堂詩集卷之四


詩○園林
시 ‘원림’


歲晚。居城東瀑布之頂。靑松白石。甚愜余意。和靖節歸園田詩。 五首。

한해 느지막이 성동의 폭포 꼭대기에 살았다.

푸른 솔과 흰 돌이 매우 내 뜻에 흡족하여 정절(도연명)의 시 ‘귀원전시’에 화답하여 짓는다. 


晚居城東陲。나이 들어 성 동쪽 변두리에 거처하니

水石勝廬山。물과 돌이 여산보다 아름답구나.

卜築依寒巖。차가운 바위에 의지하여 집을 짓고

窮居逾數年。궁벽한 거처에서 몇 해를 지냈도다.


玄豹隱南山。검은 표범은 남산에 숨어 살고

神龍襲九淵。아홉 연못엔 신룡이 숨어 사는구나.

修我玄牝門1)。나를 수양하여 入靜(三昧)에 들려하니

鋤我絳宮田2)。나의 마음(絳宮) 밭에서 김을 매겠구나. 


足以保殘生。남은 생을 만족하게 보전하려는데

豈戀浮沈間。어찌 부침하는 세상을 연연하리오.

野鹿馴階除。들 사슴은 섬돌에서 놀고

山鳥鳴簷前。산새는 처마 앞에서 노래하누나.


讀罷蕊珠經3)。도교의 경전인 예주경을 독파하려는데

古篆消香煙。옛 전서체 글씨 속으로 향기와 연기 사라지누나.

尋芳東澗涯。아름다운 동녘 시냇가를 찾기도 하고

採藥南山巓。남산 고갯마루에선 약초를 캐기도 한다.


一拋利名場。명리의 세상을 한 번에 박차버리니

萬事多閑閑。만사가 모두 한가로울 뿐.

笑傲北窓下。북창 아래에서 의젓이 웃으며

自喜陶陶然。스스로 기꺼워 즐겨하도다.


白雲何逢逢。흰 구름은 어찌하여 유유히 어울리는데

紅塵常鞅鞅。세상의 티끌은 늘 몸을 싸고도는가.

緬懷沮溺耕。옅은 생각은 전원생활에 빠지지 않으려는데

時復注遐想。또 다시 부질없는 생각에 빠지는구나.


翛然細萬物。세상만사 후다닥 부질없이 흘러가니

林泉聊獨往。자연에서 애오라지 홀로 살리라.

一逕苑木深。한 길엔 동산의 나무가 빼곡하고

一逕松竹長。또 한 길엔 송죽이 길게 자라누나.


一徑曳屣行。한 길에서 신발 끌고 길을 걸으며

商歌4)我居廣。비통한 가락의 노래를 불러도 내 거처는 넓도다.

更製芰荷衣。마름 풀 연꽃으로 다시 옷을 지어

端欲老林莽。우거진 숲 속에서 올곧게 늙고자 한다.


自我遠城市。나로부터 시가지가 멀기만 하니

柴門來往稀。사립문엔 오가는 사람 드물구나.

凌晨5)陟南岳。이른 새벽에 남녘 산에 올랐다가

日晚斲苓歸。해 저물면 복령을 캐서 돌아오리니.


歸來渡溪水。시냇물을 건너 돌아오자니

溪水漸裳衣。시냇물이 내 옷을 적시는구나.

我豈嫌俗氛。내 어찌 속세를 미워할 것인가

世我徒相違。세상이 이미 나와 뜻이 다르거늘.


蕭條一蝸廬。쑥대 가지에 달팽이 한 마리 붙어살며

聊足以自娛。애오라지 만족하며 스스로 즐거워하는구나.

不見渠渠屋。커다란 도랑만한 집은 보지 못했지만

瞬目成榛墟。잠깐 사이 빼곡한 집터를 이루었구나.


昔年歌舞地。옛날에는 노래하고 춤추던 영화롭던 땅이

今爲狐兔居。지금은 여우와 토끼의 거처가 되었구나.

愛我屋一間。나를 위해 한간 집을 마련하여

危坐如枯株。마른 나무 그루처럼 정좌하여 앉았노라.


時復臥溪石。때때로 계곡에 있는 돌 위에 누우니

樾陰涼翳如。나무 그늘처럼 서늘하여 일산을 쓴 듯

不憂生事拙。근심 없이 사노라니 일도 없고

朝窘夕無餘。아침도 곤궁하고 저녁도 여유 없어라.


但愛巖竇深。부질없이 바위 굴 깊은 곳을 사랑하니

松窓蘿月6)虛。소나무 창에 담쟁이 사이 뜬 달이 허허롭구나.

狂呼問古人。미친 듯이 옛 사람을 불러보지만

古人如此無。그것 봐, 옛 사람은 여기 없잖아.


我憶賀知章。내가 당나라 시인 하지장을 생각함은

歸老鏡湖曲7)。경호곡처럼 맑게 늙어가고 싶어서라네.

雖無印綬榮。비록 인수를 차는 영화는 누리지 못하나

心閑萬事足。마음은 한가로우니 만사가 흡족하구나.

却嗟世上人。도리어 세상 사람을 탄식하노니

恰似蟻環局。흡사 개미집 같은 세상이구려.


我坐碧山屛。내가 앉으니 푸른 산은 병풍 되고

月爲淸夜燭。달은 맑은 밤의 촛불이 되누나.

彈琴和陶詩。거문고 퉁기며 도잠 시에 화답하노니

不覺東方旭。동방이 밝아 옴도 깨닫지 못했네.


昔我探春時。옛적에 내가 봄 경치를 찾을 때는

探花馳紫陌。꽃 따고자 붉은 언덕 달려 오르기도 했지만.

今我探春時。오늘의 내가 봄 경치를 찾을 때는

策杖隨所適。지팡이 짚고 자적하며 발걸음대로 따르네.


緣溪數落花。푸른 시냇물에 몇 송이 진 꽃 보고

不知日西夕。해 지고 저녁이 된 줄도 미처 몰랐어라.

幽鳥語林巒。깊은 산 숲 속에서 새는 노래하고

蒼鼠竄巖隙。명주쥐는 바위틈에 구멍을 뚫는다.


旣脫赤紱縻。이미 인끈 줄은 벗어 버렸으니

又免縣官役。벼슬살이 노역에서도 벗어났어라.

黃精供朝夕。죽대의 뿌리로 조석끼니를 때우고

綠荷代紡績。푸른 연잎으로 길쌈을 대신하노라.


平生伴山雲。평생 산 구름의 자유를 따르다 보니

願效商也益。원컨대 상인 노릇을 본받음이 유익하겠네.


1) 현빈은 <노자>에서 말하는 만물을 생성하는 근원 문이다. 하늘로 들어가는 문이며, 이곳에 이르러야만 도(깨달음)를 얻을 수 있다. 어느 종교의 어떠한 수행방식을 택하든 또는 현빈을 어떠한 용어로 표현하든, 이 문을 통하지 않고서는 깨달음(진리)을 얻을 수 없다. 다른말로 "입정(入靜,入定)에 든다", "참선(參禪)에 든다", "삼매(三昧,三昧境)에 든다"라고 말하는 것들이 바로 현빈을 두고 하는 말이며, 조식수행의 근본적인 목적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2) 단전(丹田)은  동양의학 용어로서, 뇌(腦)는 수해(髓海)로서 상단전(上丹田), 심(心)은 강궁(絳宮)으로서 중단전(中丹田), 제하(臍下 배꼽 밑) 3치(9cm쯤)의 부위를 하단전(下丹田)이라고 한다. 하단전은 장정(藏精 정을 저장함)의 부(府)이며, 중단전은 장기(藏氣)의 부이고, 상단전은 장신(藏神)의 부라고 일컫는다. 방대한 동양의학 중에서도 동의보감을 편찬한 허준 성현께서는 사람의 몸은 정(精), 기(氣), 신(神)이 주가 되는데, 신은 기에서 생기며, 기는 정에서 생기므로 정기신(精氣神) 삼자는 항상 수련해야 한다고 집약하고 정의를 내려놓은 것이다.



3) 도교(道敎)의 경문(經文).


4) 비통한 가락의 노래


5) 이른 새벽


6) 松窓蘿月 : 운치 있는 자연 경치.


7) 당나라 시인 하지장은 현종으로부터 속세를 떠난 맑은 흥취를 노래한 경호곡(경호는 절강성에 있음)을 하사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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