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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통 - 모리야 센얀의 하이꾸(俳句)

술통

내가 죽으면
술통 밑에 묻어 줘.
운이 좋으면
밑둥이 샐지도 몰라.
모리야 센얀(일본 선승, 78세)
- 잠언 시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하이꾸 시인의 방랑규칙 -----
바쇼가 썼다고 전해지는 '방랑 규칙'을 읽으면 이들 하이쿠 시인들의 삶이 어떠했나를 짐작할 수 있다. 그들의 삶은 시인의 그것을 뛰어넘었다. 그들은 스스로 선택한 고독한 삶을 살았고, 끝없이 방랑했다.

같은 여인숙에서 두 번 잠을 자지 말고, 아직 덥혀지지 않은 이불을 청하라.
몸에 칼을 지니고 다니지 말라. 살아 있는 것을 죽이지 말라. 같은 하늘 아래 있는 어떤 것, 같은 땅 위를 걷는 어떤 것도 해치지 말라.
옷과 일용품은 꼭 필요한 것 외에는 소유하지 말라.
물고기든 새 종류든 동물이든 육식을 하지 말라. 특별한 음식이나 맛에 길들여지는 것은 저급한 행동이다. '먹는 것이 단순하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말을 기억하라.
남이 청하지 않는데 스스로 시를 지어 보이지 말라. 그러나 요청을 받았을 때는 결코 거절하지 말라.
위험하거나 불편한 지역에 가더라도 여행하기를 두려워하지 말라. 꼭 필요하다면 도중에 돌아서라.
말이나 가마를 타지 말라. 자신의 지팡이를 또 하나의 다리로 삼으라.
술을 마시지 말라. 어쩔 수 없이 마시더라도 한 잔을 비우고는 중단하라. 온갖 떠들썩한 자리를 피하라.
다른 사람의 약점을 지적하고 자신의 장점을 말하지 말라. 남을 무시하고 자신을 치켜세우는 것은 가장 세속적인 것이다.
시를 제외하고는 온갖 잡다한 것에 대한 대화를 삼가라. 그런 잡담을 나눈 뒤에는 반드시 낮잠을 자서 자신을 새롭게 하라.
이성간의 하이쿠 시인과 친하지 말라. 하이쿠의 길은 집중에 있다. 항상 자신을 잘 들여다보라.
다른 사람의 것은 바늘 하나든 풀잎 하나든 취해서는 안 된다. 산과 강과 시내에게는 모두 하나의 주인이 있다. 이 점을 유의하라.
산과 강과 역사적인 장소들을 방문하라. 하지만 그 장소들에 새로운 이름을 붙여서는 안 된다.
글자 하나라도 그대를 가르친 사람에게 감사하라. 자신이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면 가르치지 말라. 자신의 완성을 이룬 다음에야 비로소 남을 가르칠 수 있다.
하룻밤 재워 주고 한 끼 밥을 준 사람에 대해선 절대 당연히 여기지 말라. 사람들에게 아첨하지도 말라. 그런짓을 하는 자는 천한 자이다. 하이쿠의 길을 걷는 자는 그 길을 걷는 사람들과 교류해야 한다.
저녁에 생각하고, 아침에 생각하라. 하루가 시작될 무렵과 끝날 무렵에는 여행을 중단하라. 다른 사람에게 수고를 끼치지 말라. 그렇게 하면 그들이 멀어진다는 것을 명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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