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감

입산시-고운 최치원

고운 최치원 선생이 지리산에 들어갈 적에 남긴 입산시이다.

僧乎莫道靑山好 저 중아 산이 좋다 말하지 말게

山好何事更出山 좋다면서 왜 다시 산을 나오나,

試看他日吾踪跡 저 뒷날 내 자취 두고 보게나

一入靑山更不還 한 번 들면 다시는 안 돌아오리


고의(古意) 깊은 생각

狐能化美女 호능화미녀 여우는 능히 미녀로 화하고

狸亦作書生 이역작서생 삵쾡이 또한 서생으로 둔갑하네

誰知異類物 수지이류물 그 누가 알랴 속 다른 동물들이

幻惑同人形 환혹동인형 사람 형상하여 속이고 홀리는 것을

變化尙非難 변화상비난 변화하기는 오히려 어렵지 않으나

操心良獨難 조심량독난 어진 마음 다지기는 참으로 어렵구나

欲辨眞與僞 욕변진여위 진실과 거짓을 가려보려 하거든

願磨心鏡看 원마심경간 원컨대 마음의 거울 닦고 보려므나


題伽倻山讀書堂 제가야산독서당 가야산독서당에 부쳐

狂噴疊石吼重巒(광분첩석후중만) : 층층 바위돌에 분출하고 겹겹 산에 포효하는 물

人語難分咫尺間(인어난분지척간) : 아주 가까운 곳의 사람의 말소리조차 구별키 어렵네.

常恐是非聲到耳(상공시비성도이) : 시비 가리는 소리 귀에 들릴까 두려워

故敎流水盡籠山(고교유수진농산) : 일부러 흐르는 물더러 온 산을 돌게 하네

물소리 저다지 장쾌하니 세상소리가 슬그머니 산머리까지 올라왔다가도 발을 붙이지 못하리라 하고 시인의 마음은 거기에 미쳐 있다. 시는 물소리를 의인화하거나 산이 물을 부려 제 몸을 둘러싸고 세상의 이욕에 가득 찬 소리를 못 들어오게 한다는 표현이 그것이다.

흐르는 물을 띠 삼아 꽉 조여 맨 산은 곧 세상에 휩쓸리지 않겠다는 시인의 다짐이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 네이버로 보내기
  • 텀블러로 보내기
  • 핀터레스트로 보내기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