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감

안민영의 매화사

안민영의 매화사


(일반인용)

매영(梅影)이 부딪친 창(窓)에 옥인금차(玉人金釵) 비겨신져

이삼(二三) 백발옹(白髮翁)은 거문고와 노래로다

이윽고 잔(盞)드러 권(勸)하랼제 달이 또한 오르더라


어리고 셩근 매화(梅花) 너를 밋지 안얏더니

눈기약(期約) 능(能)히 직켜 두셰송이 푸엿구나

촉(燭)잡고 갓가이 사랑할졔 암향부동(暗香浮動)하더라



빙자옥질(氷姿玉質)이여 눈 속에 네로구나

가만히 향기(香氣) 노아 황혼월(黃昏月)을 기약(期約)하니

아마도 아치고절(雅致高節)은 너뿐인가 하노라



눈으로 기약(期約)터니 네 과연(果然)퓌엿고나

황혼(黃昏)에 달이 오니 그림자도 성긔거다

청향(淸香)이 잔(盞)에 떳스니 취(醉)코 놀녀 허노라



달이 황혼의 돗는 달이 너와 긔약(期約) 두엇더냐

합리(閤裏)에 자든 꼿치 향긔(香氣) 노아 맛는고야

내 엇디 매월(梅月)이 벗되는 줄 몰낫던고 하노라



바람이 눈을 모라 산창(山窓)에 부딧치니

챤 기운(氣運) 새여드러 쟈는 매화(梅花)를 침노(侵擄)허니

아무리 얼우려 하인들 봄 뜻이야 아슬소냐



져 건너 나부산(羅浮山) 눈 속에 검어 웃뚝 울통불통 광대등걸아

네 무삼 힘으로 가지(柯枝)돗쳐 곳조차 져리 퓌엿난다

아모리 석은 배 반(半)만 남아슬망졍 봄즐 어이 하리오



동각(東閣)에 숨은 꽃치 척촉(躑躅)인가 두견화(杜鵑花)인가

건곤(乾坤)이 눈이여늘 졔 엇지 감히 퓌리

알괘라 백설양춘(白雪陽春)이 매화(梅花)밧게 뉘 이시리



<매화사>는 고종 때의 가객 안민영이 지은 연시조이다. 8수의 평시조로 구성되어 있다. 매화를 통해 지조가 높은 자신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노래했다. 이를<영매가>라고도 한다. 작가 안민영은 박효관의 문하에서 노래를 배웠으며, 조선조 3대 가집의 하나로 일컬어지는<가곡원류>를 박효관과 함께 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종 6년 겨울 어느 날, 그의 스승 박효관의 산방에서 놀다가, 박효관이 가꾼 매화가 피어 있는 것을 보고 이 노래를 지었다고 한다.

제1연은 매화의 그림자가 비치는 봄밤에 벗과 기녀와 함께 노는 흥취를 읊고 있다.

제2연은 어두운 밤에도 촛불을 비추며 매화를 완상하려는 매화를 향한 화자의 애착을 보이고 있는 노래이다.

제3연은 매화의 자질과 신의를 예찬하고 의인화하였다.

제4연에서는 달이 뜬 밤에 매화의 모습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으나 풍겨오는 좋은 향기를 취하도록 맡으며 놀려는 마음을 읊었다.

제5연은 밤이 되어 달이 돋자 매화가 향기를 풍기는 것을 보고 서로 벗인 줄 비로소 알았다는 감탄을 하고 있다.

제6연은 매화가 꽃을 피우지 못하도록 시샘하는 매서운 겨울바람이 불어도, 봄의 뜻을 알리는 꽃을 막지는 못할 것이라고 노래했다.

제7연은 나부산 눈 속에 있는 오래 묵에 반쯤 썩은 매화나무 등걸에 핀 매화를 보고 봄의 뜻을 알리는 매화의 모습을 예찬하고 있다.

제8연은 철쭉과 두견화가 눈으로 덮인 계절에 피지 못하나 매화만이 눈 속에서 꽃을 피우는 현상을 예찬하고 있다. (전한성)



(전문가용)

1연 초장은 이 시조의 공간적인 배경이 방안이고 계절이 매화가 피는 봄임을 알려준다. 매화 그림자가 비친 채로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고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동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중장은 화자를 포함한 머리가 센 이삼 인의 늙은 사람이 매화와 기생을 보고 흥겨워 노래하는 모습이다. 종장은 ‘달이 한’ 떠올라 봄밤의 흥취가 비길 것이 없을 정도로 고조된 상황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형상화 되었다.

2연 초장은 화자가 보는 매화나무의 작고 여리고 가지도 몇 개 없는 매화나무의 모습을 보고 꽃이 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생각을 말하고 있다. 중장은 눈이 왔는데도 불구하고 두세 송이 꽃을 피운 작은 매화나무를 보고 약속을 지킨 신의 있는 사람으로 의인화하여 감탄하고 있다. 종장은 매화에 대한 광적인 애착이 나타난다. 매화도 이에 화답하여 ‘暗香浮動하’고 있다.

3연 초장은 화자가 본 눈 속에 핀 매화가 어려운 환경 속에서 아름다운 모습으로 피어 있는 것을 보고 감탄하며 반기는 것이다. 중장은 화자가 잠들 밤까지 피어서 같이 있겠다는 약속을 암향으로 나타낸 것이 독특하다. 종장은 매화의 암향에서 아담한 풍치를 지니고 높은 절개를 가진 군자는 매화밖에 없다는 화자의 생각을 말하고 있다.

4연 초장에서 매화는 ‘눈’을 약속의 징표로 삼아 화자에게 보낸다. 일반적으로 ‘눈’을 매화를 괴롭히는 존재로 비유하는 것과는 달리 매화가 보낸 약속의 증표로 비유한 것이 독창적이고 참신하다. 중장은 달이 뜨니 흐릿하지만 매화의 모습이 보이니 아쉬움 속에서 만족하는 모습을 보인다. 종장은 술을 마시는 것이 매화의 향기를 마시는 것이라는 착상을 보이고 있다. 매화의 향기를 취하도록 즐기겠다는 운치 있는 모습을 함께 담고 있다.

5연 초장은 달과 매화가 서로 만날 약속을 하였는가 하는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중장은 초장에 품은 의문의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종장은 중의적인 표현을 사용하였다. 매화와 달이 벗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와 이와 반대로 벗이 되는 줄을 왜 모르겠는가. 다 안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6연 초장은 권력과 상관없는 곳에 은거한 화자에게까지 못된 세력들이 위세를 부리고 굴복시키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중장은 매화를 의인화하여 ‘바람’이 매화나무를 얼려 죽이려 하는 의도를 말하고 있다. 종장은 아무리 불의 세력이 화자의 굳은 절개를 꺾으려 해도 꺾이지 않는다는 화자의 의지를 말한 것이다.

7연 초장은 꽃을 피울 것 같지 않고 얼어 죽은 듯한 매화나무를 사람 부르듯이 감탄하면서 부른다. 중장은 죽어 아무런 힘이 없어 보이던 고목이 새 가지를 뻗는 것만 해도 경이적인데 거기다가 꽃마저 눈 속에서 피웠다는 것에 감탄하고 있다. 종장은 화자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절개를 굽히지 않겠다는 의지를 말하고 있다.

8연 초장은 사람의 보호를 받고 있는 봄에 피는 꽃들을 비웃고 있다. 이들은 권력에 의지에 숨어 힘든 환경을 혼자 힘으로 이기지 못하는 권신들을 의미한다. 중장은 봄이 되었어도 찬 눈에 덮여 있는 현실에서 꽃들은 감히 필 생각도 못하는 철쭉이나 진달래를 비웃는 심정이 나타나 있다. 종장은 세상이 찬 눈으로 덮혀 있어도 이를 이겨내고 봄이 왔음을 알리는 나무는 오직 매화밖에 없다는 극찬을 하고 있다.

작자 안민영 (安玟英, 1816~?)은 자가 성무(聖武)이고, 호가 주옹(周翁)이다. 서얼(庶) 출신이다. 1876년(고종13) 스승 박효관(朴孝寬)과 함께 조선 역대시가집 《가곡원류(歌曲源流)》를 편찬 간행하여 근세 시조문학을 총결산하는 데 공헌하였다. 즉흥적인 서경(敍景)을 잘 읊었는데, 《가곡원류》에 그의 시조 《영매가(詠梅歌)》 외 26수가 실려 있다. 그 밖의 저서로 《금옥총부(金玉叢部)》 《주옹만필(周翁漫筆)》 등이 있다.

참고할 논저로는 정병욱의 <시조문학사전>, 심재완의 <교본 역대시조전서>, 박을수의 <시조문학사전> 등이 있다. (전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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