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감

‘담박명지(淡泊明志)’ ‘영정치원(寧靜致遠)'

담박

공자의 아들 공리(孔鯉)는 아버지가 서 있는 뜨락을 지나다 두 번 혼난 적이 있다. 어른이 있으므로 고개를 수그리고 종종걸음으로 지나치는 것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공자는 어김없이 그를 불러 세웠다.

“시(詩)는 제대로 익혔느냐” “예(禮)는 잘 배웠느냐”는 질문. 훌륭한 사람이 되려면 두 가지를 꼭 배워 익혀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제대로 못 했습니다…”며 말끝을 흐리는 공리에게는 힘겨운 시간이었을 법하다. 부모가 정원에서 자식을 깨우친다는 뜻의 ‘정훈(庭訓)’은 예서 비롯했다.

먼저 쌓은 경험과 지식을 후대에 제대로 전하는 일은 어느 누구에게나 모두 중요하다. 많은 문인과 관료, 심지어는 황제까지도 자식에게 좋은 가르침을 전하려 정훈을 남겼다.

『삼국지(三國志)』로 잘 알려진 제갈량(諸葛亮)의 ‘계자서(誡子書)’는 그중에서도 가장 빛을 발하는 가르침이다. 54세에 달한 제갈량이 여덟 살 아들에게 내린 문장이다. 아버지라고는 하지만 나이로 따지면 사실상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주는 교훈이다. 천하를 셋으로 나눠 세력이 약한 촉한(蜀漢)의 명운을 힘겹게 이끌고 온 제갈량의 경륜이라면 그 누구도 경청할 만한 내용이겠다.

그는 담박(淡泊)과 영정(寧靜)을 강조했다. ‘담박’이란 깨끗하고 고요함을 유지해 스스로 담담함을 이루는 경지다. ‘영정’ 또한 마음에 선입견을 두지 않아 평온함을 유지하는 상태다.

제갈량은 그 글에서 “무릇 군자(君子)는 고요함으로 자신을 수양하고, 검소함으로 덕을 키운다. 담박하지 않으면 뜻을 밝힐 수 없고(非淡泊無以明志), 고요하지 않으면 먼 곳에 이르지 못한다(非寧靜無以致遠)…”고 말했다.

마음 상태가 담담하지 않으면 뜻을 제대로 세울 수 없다. 외부의 선입견에 휘둘려 마음을 잡지 못하면 원대한 목표 또한 이룰 수 없는 것이다. 이런 뜻을 집약해 표현한 위의 명구는 ‘담박명지(淡泊明志)’ ‘영정치원(寧靜致遠)’이라는 네 글자의 성어로 정착했다. 요즘도 사무실에 이 글귀를 걸어놓고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사람이 많다.

뿌리 깊은 나무처럼 고요해 결국은 좋은 꽃과 열매를 맺으려 힘을 쏟아야 할 우리 청소년이 쉬이 흔들린다.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둘러싼 비판이 수많은 허점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 이상한 호소력을 발휘해 도심의 촛불시위대로 나서게 한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이들의 평정심을 흔드는 사람들이 더 문제다. 배우는 젊은이에게 평담함과 고요한 마음을 가르치진 못할망정 편견과 예단을 주입해 부추기고 선동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그들이 누구인지, 또 뭘 원하는지 정말 알고 싶다.


유광종 국제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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