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감

獨坐 - 서거정

獨坐 - 서거정


獨坐無來客(독좌무래객) 찾는 손님 없이 홀로 앉아 있노니

空庭雨氣昏(공정우기혼) 빈 뜰엔 비 기운만 어둑하구나.

魚搖荷葉動(어요하엽동) 물고기가 흔드는지 연잎이 움직이고

鵲踏樹梢翻(작답수초번) 까치 내려앉았는지 나뭇가지가 흔들린다.

琴潤絃猶響(금윤현유향) 거문고 젖었어도(그쳤어도) 소리 아직 울리고

爐寒火尙存(노한화상존) 화로는 싸늘해도 불씨는 아직 남아 있네.

泥途妨出入(이도방출입) 진흙길이 출입을 방해하니

終日可關門(종일가관문) 종일토록 문을 걸어 둘 수밖에.


<감상>

이 시는 억압적인 현실 상황에서 세상에 나아가 경륜을 펼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다리며 외로이 지내는 마음을 노래한 작품이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빈 집에 우두거니 혼자 앉아 있는 시인의 모습이 그리고 있지만, 내용으로는 혼자 있어 외로울지언정 불의에 합류하지 않겠다는 선비의 기백이 보이는듯하다. 화자는 거문고 소리와 화로의 불씨를 통해 자신의 능력이 아직도 건재하나 진흙과 같은 혼탁한 인사 제도 때문에 자신의 경륜을 펼치지 못한다며 세상을 비유적으로 한탄하고 있다. 그러나 화자는 이에 대해 체념하거나 절망하지 않으며 오히려 세상에 나아갈 날을 기다리는 의연함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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