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감

한시 몇 수 - 정도전, 조위, 김정희, 이규보, 설손, 김시습, 이인로, 왕유의 시 및 채근담 구

한시 몇 수

삼봉집 제1권 - 오언고시(五言古詩)

자야의 거문고 소리를 듣고 호연의 운을 써서 보이다[聽子野琴用浩然韻示之]

맑은 바람은 높은 나무로 들어가고 / 淸風入高樹
그윽한 시내는 깊은 숲에서 우네 / 幽澗(磵과 동자)鳴深林
【안】 뒷사람의 평에 거문고 운의 묘(妙)함을 그린 것이라 하였다.
구학에 들어앉았다 의심을 했는데 / 誤疑在丘壑
거문고 곁에 있는 걸 몰랐구려 / 不知傍有琴
내가 사랑하는 저 강 자야님은 / 我愛康子野
세상에 맡기어라 뜰락 잠길락 / 與世任浮沈
이러기에 담박한 그 소리지만 / 所以淡泊聲
나그네 마음을 잘 위안해 주네 / 能慰羇旅心


오언율시(五言律詩)
영흥 객관 야좌(永興客館夜座) - 조위(曺偉)

맑은 밤에 혼자 빈 누각에 앉았노니 / 淸夜坐虛閣
가을 소리가 나무 사이에 있다 / 秋聲在(來)樹間
물이 밝으매 산 그림자 떨어지고 / 水明山影落
달이 오르매 이슬꽃이 동글다 / 月上露華漙
괴상한 새는 깊은 골에서 울고 / 怪鳥啼深壑(野)
잠긴 고기는 다른 만을 지내간다 / 潛魚過別灣
이런 때에는 세속 잡념 고요하여 / 此時塵慮靜
그윽한 그 흥취가 붓 끝에 모인다 / 幽興集毫端


완당전집 제9권 - 시(詩)
자하에게 그림을 돌리고 인하여 제하다[歸畫於紫霞 仍題]

내 아무리 그림은 모르지마는 / 我雖不知畫
이 그림 좋은 줄은 역시 알았소 / 亦知此畫好
누구보다 감상이 정한 소재는 / 蘇齌精鑑賞
오운첩과 동등한 보배라 했네 / 烏雲帖同寶
하옹에게 이걸 주어 돌아보내니 / 持贈霞翁歸
그 뜻일랑 진실로 어떻다 하리 / 其意諒密勿
탄식해 마지않소 노철의 화는 / 歎息老鐵畫
이게 제일 처음으로 동쪽에 온 것 / 東來初第一
성원이라 필치는 쇠를 녹이니 / 星原筆鎔鐵
한없이 수를 누릴 것만 같은데 / 似若壽無量
어찌하여 얼마 아닌 잠깐 사이에 / 如何須
담화가 나타났다 곧 사라졌지 / 曇花儵(빠를 숙)現亡
만리 길이 마침내 천고로 되니 / 萬里遂千古
그림을 보자 문득 눈물이 줄줄 / 撫畫涕忽泫
성원의 죽음만이 슬플 뿐이랴 / 匪傷星原死
우리들의 묵연이 옅어서이지 / 吾輩墨緣淺
[주D-001]성원 : 옹방강의 아들.
[주D-002]담화 : 범어(梵語)의 꽃이름인데 3천 년 만에 한 번 꽃이 핀다고 함.


성수시화(惺叟詩話)

이 문순(李文順 이규보(李奎報)의 시호)의 시는 부려하고 방일하다. 그 칠석우(七夕雨)란 시는 참으로 절창이다. 그 시에

얇은 적삼 삽자리로 바람 난간에 누웠다가 / 輕衫小簞臥風欞(격자창 영)
꾀꼬리 울음 소리 두세 번에 꿈을 깼네 / 夢覺(斷)啼鸎(鶯꾀꼬리 앵)三兩聲
짙은 잎에 가린 꽃은 봄 뒤까지 남아 있고 / 密葉翳(일산 예)花春後在
엷은 구름 헤친 햇살 빗속에 밝도다 / 薄雲漏日雨中明
라고 하였는데, 이것은 읽기만 해도 시원해진다.

동문선 제10권 - 오언율시(五言律詩)

소몽(宵夢) - 설손(偰遜)

용사는 오히려 격투를 하고 / 龍蛇猶格鬪
호표는 아직도 날뛰네 / 豺虎尙縱橫
풍진이 그치는 것을 보지 못하는데 / 不見風塵息
어찌 한가히 강호로 갈까 / 胡爲江漢行
몸 있음이 참으로 큰 짐이어서 / 有身眞大累
여생을 붙일 땅이 없네 / 無地托餘生
적막한 밤중 꿈 / 寂寞中宵夢
처량하게 나라를 떠나는 마음이네 / 凄涼去國情

梅月堂詩集卷之九 - 詩○遊關西錄

晚意

萬壑千峯外。孤雲獨鳥還。
此年居是寺。來歲向何山。
風息松窓靜。香銷(녹일 소)禪室閑。
此生五已斷。棲迹水雲間。


博義洞還來 -淸甫 許源
澤國新春興 悠然載小舟
林花迎棹發 山影倒江流
掠水看浮鴨 隔溪聞叱牛
斜陽更奇絶 遠客故遲留
못가에 새봄이 흥겨워 여유로이 작은 배에 올랐더라.
숲속에선 꽃들이 배를 맞아 피어나고 산 그림자는 강물에 거꾸로 드리웠네.
물에서는 헤엄치는 오리가 보이고 시내건너에선 소모는 소리 들려온다.
석양이 더욱 아름다워 먼 길 가는 나그네 잠시 머물렀더라.


송적 팔경도(宋迪八景圖) - 이인로(李仁老)

8. 어촌 낙조(漁村落照)
수양버들 기슭에 반만 숨은 초가집들 / 草屋半依垂柳岸
나무다리 건너면 흰 마름 우거졌네 / 板橋橫斷白蘋汀
강산의 아름다운 해 기울 때 더욱 느끼노니 / 日斜愈覺江山勝
일만 붉은 이랑 물결 위에 두어 점이 푸르구나 / 萬頃紅浮數點靑 - 金京訓
[주C-001]송적 팔경도(宋迪八景圖) : 송(宋) 나라 화가(畵家) 송적(宋迪)이 소상팔경도(瀟湘八景圖)를 그렸는데, 작자가 그림에다 시를 쓴 것이다.


山居秋暝(산거추명) - 王維(왕유)
산장의 가을 저녁 - 왕유

空山新雨後 (공산신우후) 하니 낙엽진 가을 산에 비가 그치니
天氣晩來秋 (천기만래추) 라 가을 저녁 대기가 더욱 맑구나
明月松間照 (명월송간조) ......(중략)

春山夜月(춘산야월) 달밤의 꽃동산 唐 于良史(우량사)

春山多勝事(춘산다승사) 봄 동산 즐거운 일도 많아,
賞玩夜忘歸(상완야망귀) 밤들이 노니다가 돌아가길 잊었다.
掬水月在手(국수월재수) 두 손으로 물 뜨니 손안에 달이 들고,
弄花香滿衣(농화향만의) 꽃 속에 어우르니 옷자락에는 꽃향기로 가득하다.
興來無遠近(흥내무원근) 흥에 겨워 먼 곳 가까운 곳 가릴 나위 없었거니,
欲去惜芳菲(욕거석방비) 떠나려 하니 향기로운 꽃과 헤어지기 아쉬워라.
南望鐘鳴處(남망종명처) 남쪽 저만치 종소리 울려오는 곳 바라보니,
樓臺深翠微(누대심취미) 종루는 파르스름한 산기운 속에 잠긴 듯이 보인다.


登潤州慈和寺上房 (등윤주자화사상방) 윤주 자화사 절간에 올라 - 최치원
登臨暫隔路岐塵 (등임잠격노기진) 절에 올라보니, 잠시 속세 티끌 벗어났다
吟想興亡恨益新 (음상흥망한익신) 흥망을 읊어 생각하니 한이 더욱 새로워라
畵角聲中朝暮浪 (화각성중조모랑) 피리소리에 아침저녁 물결 일고
古山影裏古今人 (고산영이고금인) 오래된 산 그림자 속엔 고금의 많은 사람
霜催玉樹花無主 (상최옥수화무주) 서리 내린 나무에 임자 없는 꽃이라
風暖金陵草自春 (풍난금릉초자춘) 바람 따뜻한 금릉 지방 풀은 절로 봄이다
賴有謝家餘境在 (뇌유사가여경재) 마침 거부 사씨 집안 땅이 남아있어
長敎詩客爽精神 (장교시객상정신) 길이 시인으로 하여금 정신을 맑게 하는구나.


채근담 009.

夜深人靜,獨坐觀心,始覺妄窮而眞獨露,每於此中,得大機趣.
旣覺眞現而妄難逃,又於此中,得大慚忸
밤이 깊어 사람들이 잠들어 고요할 때
홀로 앉아 자기의 마음을 들여다보면,
비로소 허망한 생각이 흩어지고 참된 마음이 나타나는 것을 깨닫게 되고,
언제나 이런 가운데서 큰 진리를 얻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미 참된 마음이 나타났음을 느끼면서도
허망한 생각에서 벗어나기 어려움을 깨닫게 된다면,
또한 이 가운데서 참된 부끄러움을 느껴 얻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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