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감

讀山海經 - 도연명

     讀山海經                         

孟夏草木長하여  繞屋樹扶疎 

衆鳥欣有托하고  吾亦愛吾廬

旣耕亦已種하니  時還讀我書

窮巷隔深轍하니  頗回故人車

欣然酌春酒하고  摘我園中蔬

微雨從東來하고  好風與之俱

汎覽周王傳하고  流觀山海圖

俛仰終宇宙하니  不樂復何如 

 

   산해경을 읽으며  

 

한 여름에 풀과 나무들은 자라고 집 주위의 나무는 가지와 잎이 무성하다.

뭇 새들은 깃들 곳 있음을 즐거워하고 나도 내 오두막을 사랑하네.

이미 밭 갈고 씨도 뿌렸으니 때때로 다시 내 책을 읽노라.

동네가 궁벽해서 한길에서 머니 가끔 친구의 수레도 그냥 돌아가네.

기쁘게 봄에 담근 술을 마시고 텃밭의 채소를 캐서 안주를 하네.

부슬비는 동쪽에서부터 오고 서늘한 바람이 비와 함께 오네.

주왕전을 훑어보고 산해도를 두루 살펴보노라.

잠깐 우러르고 내리보는 사이에 우주를 다 보니 즐겁지 않고 어이리.

 

감상 ; 그가 44살에 지은 시로 13수 중 첫 수다. 이 해에 유유(劉裕)가 진(晉)나라를 무너뜨리고 송(宋)나라 왕에 올랐다. 전원에 은둔한 그는 여름 날 초목이 무성하게 자라는 것을 즐기고, 한 잔 술로 시름을 달래며, 조용히 책을 읽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생활에서 위안을 찾는다. 물론 이 제목의 열한 번째 시에는 '크고 교활한 도적이 멋대로 위세와 포악을 휘둘러 (巨猾肆威暴)'라는 직접적으로 현실을 비판한 구절이 있지만, 이 시에서는 전원생활의 만족감으로 가득하다.

 처음 두 연에서 여름날 초목의 무성함과 거기에 깃든 새들의 행복을 말하고, 자신도 그 새들처럼 오두막에 깃들어 사는 삶을 사랑한다고 했다.  셋째와 넷째 연에서 자신의 생활을 소개하는데, 몸소 밭 갈고 씨를 뿌려 농사지으며 틈틈히 책을 읽기도 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동네가 워낙 외진 곳이라 찾아오는 친구들 마저 집을 못 찾아 되돌아 갈 정도라고 했다. 다섯째와 여섯째 연에서 자신의 일상을 자세히 보여주면서, 한 잔 술에 텃밭에서 캐온 채소로 안주를 삼는 전원생활의 소박함과, 여름날 부슬비와 서늘한 바람을 즐기는 자연 속에 동화된 삶을 드러낸다. 끝의 두 연에서  때때로 독서하여 선비로서의 삶을 버리지 않았음을 확인한다. 주왕전은 주(周)나라 목왕(穆王)의 전기로 <목천자전(穆天子傳)>을 말하고,  산해도는 산해경을 그림으로 그린 지도다. 옛 왕의 전기와 중국 전역을 그린 그림을 보면서 시공을 통틀어 흝어보는 즐거움을 누린다는 것이다. 이 시에서 전원에 은둔했으나 농부가 된 것은 아니며, 자연을 즐겼으나 새나 짐승이 되지 않은, 선비로서의 꿋꿋한 자세를 지녔던 도연명의 모습을 새삼 느끼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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