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감

無恙(무양) 僧俗이 함께 취해

無恙(무양)  僧俗이 함께 취해

李志賤 -이조 선조-

 

物外知誰是  세상을 떠났다 뉘 다 옳으며,

人間問誰非  인간에 머무른다 뉘 다 그르리?

姑先催進酒  아무튼 우선 어서 술을 내오라.

然後合言詩  취한 후에 함께 詩로 말하세.

綠水應無恙  綠水는 응당 탈 없을 테고

靑山定不違  청산이야 으레 어김없으니,

疏簾宜早捲  성긴 발(疏簾)일랑 일찍 걷어라.

雲細月如眉  비단 구름달이 눈썹 같으니.

 

  중이다 俗이다를 떠나 우리 함께 즐겨 보세나!

  僧俗이 함께 어우러진 마음과 마음의 만남이다. 俗이라지만 佛家에 출가하지 않았다 뿐, 名利를 떠나 山水雲月의 대자연을 즐김에 있어서야 서로 다를 바가 없으니, 더구나 술자리를 같이 할 수 있는 이 豪僧과 隱士와의 한 마당 對酌 風情이야! 실로 근사하다.

  술과 시()는 불가분의 관계인지도 모른다. 먼저 술을 한잔하고 시를 논하자는 것이다. 푸른 물과 산은 방해될 것이 없다고 한다. ‘무양(無恙)’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몸에 탈이 없다」로 되어있는데 이 시()에서는 「방해 될 것이 없다, 해로울 것이 없다」로 해석을 해 보았다. 전하는 말에 의하면 양()은 벌레 이름으로 이 벌레가 사람 뱃속에 들어가 사람 마음을 파먹으므로 고대 사람들은 많이 그 해를 입었다고 한다. 그래서 고인들은 남의 건강을 물을 때에 「무양(無恙)하십니까?」라고 인사를 했다고 한다. () 나라의 유명한 우국시인(憂國詩人) 굴원(屈原)의 제자로서 스승과 마찬가지로 고명(高名)한 송옥(宋玉)이 지은 애절(哀切)을 극한 장편 서정시 ‘구변(九辯)’의 마지막 구절에도 이 무양(無恙)이란 말이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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