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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보의 여름과 관련한 시 두 편

오가는 행인 더위에 지쳤는데
시원한 물을 길가에서 만났네
조그만 샘물 온 나라를 적시니
두 번 절하고야 맛볼 수 있네

南北行人暍
寒漿當路傍
勺泉能潤國
再拜迺堪嘗

- 이규보(李圭報 1168~1241)

  <시원한 샘물[寒泉]>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한국문집총간 2집)

 

해설

  고려시대 대문장가인 이규보가 길을 가다 지은
  두 편의 시 중 한 편입니다.

  작은 샘물은,
  우뚝 솟은 산봉우리처럼 벅찬 감동을 주지도 않고,
  도도히 흐르는 강물처럼 가슴을 일렁이게 하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흔히들 무심코 지나치곤 합니다.

  그러나 더운 여름 지친 행인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거창한 그 무엇이 아닌 바로 시원한 물 한 잔일 것입니다.

  요즘은 큰물에 비유될 만큼 많은 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 많은 물들이 어떻게 사용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무심히 흘려보내기만 하지는 않는지?

  목마르고 지쳐 쓰러진 사람들에게 한 잔씩 나누어 줄 수 있다면,
  우리 주변에 갈증을 느끼는 사람이 그만큼 줄어들 수 있을 텐데요.
  나는 누구의 샘물이 될 수 있을까, 옆을 한 번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혹은,
  이규보가 지은 나머지 한 편처럼 길가의 나무가 되는 것도 좋겠지요.

  큰 나무[大樹]

  더운 날씨에 쉬기 좋고      好是炎天憩
  소낙비 피하기도 좋아라    宜於急雨遮
  시원한 그늘 양산만 하니   淸陰一傘許
  주는 혜택이 또한 많구나   爲貺亦云多

 

글쓴이
이정원(한국고전번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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