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화교실

난과 시의 만남

 蘭과 詩의 만남

                          塗丁 權相浩 編


幽蘭이 在谷니 自然이 듣디 됴해

白雲이 在山니 自然이 보디 됴해

이 듕에 彼美一人을 더욱 닛디 못얘

  退溪 李滉(1501-70)

  듣디;듣디. 됴해;좋아. 彼美一人;임금. 못얘;못하여라.


玉盆에 심은 蘭草 일간일화 긔이다.

香風 건듯 이는 곳에 十里草木 無顔色을

두어라 동심지인이니 년 리라

  李洙康 ‘歌曲源流’

  일간일화;春蘭은 한 줄기에 한 송이의 꽃이 핀다. 同心知人;마음에 맞는 사람. 采采百年;백 년을 길이 盛多하게

 

芝蘭을 갓고랴  마 호믜를 두러 메고

田園을 도라보니 반이나마 荊棘이다.

아야 이 기음 몯다 여  져믈까 노라.

  介菴 姜翼(1523-1567) ‘介菴集’

  芝蘭;영지와 난초. 갓고랴;가꾸려 하고. 기음;김.


芝蘭은 슝거도 繁榮치 못고

荊棘은 버혀도 快去치 못뇌

眞實로 어려온 일이 이 두 거시로다.

  晩覺齋 申甲俊 ‘城西幽稿’?

  슝거도;심어도. 버혀도;베어도. 형극에 대비하여 난 기르기의 어려움을 말하고 있다. 쑥과 잡초와 대비하여 표현하기도 한다.


‘靑丘永言’, ‘樂府’, ‘시조집(평주본)’의 작자 미상의 난 시조 3수로 내용과 주제의 유사성을 알 수 있다.


나도 이럴망졍 玉階에 蘭草로다.

돌에도 감겨 보고 게도 감겨 보왔세라.

閣氏님  허리에 감겨 볼가 하노라.

  옥계에 춘초로다;훌륭한 집 뜰에 핀 난초. 여기서는 문벌이 좋은 귀공자를 가리킨다. 돌;武臣. ㄱ;나무, 곧 文臣. 각시님;임금.


나도 이럴망정 玉階蘭草ㅣ러니

秋霜에 病이 드러 落葉에 뭇쳐셰라

어졔 東風을 만나 다시 筍나 보려노..

  玉階春草;청담한 군자. 秋霜;政變. 病;削奪官職. 落葉;草野. 뭇쳐셰라;묻혔어라. 어졔;어느 때. 東風;임금의 부르심. 筍;宦路에의 登程


악갑다 저 蘭草야 잡풀 속에 석겻고나.

석기기는 석겻다만 本色조차 변할소냐

兒孩야 잡풀 베이다가 蘭草빌가.


  고종 때의 歌客인 周翁 安珉英(1876-?)의 ‘歌曲源流’에 자작시조 26수가 실려 있다. 그리고 그가 70세(1885)에 편찬한 個人時調集 ‘金玉叢部’에 난초시가 나오는데 대부분이 石坡蘭에 驚歎하는 내용이다. 石坡(1820-1898)는 英祖의 玄孫이자, 高宗의 私親이다. 그리고 秋史는 英祖의 外玄孫이자, 石坡와는 內外 8寸으로 石坡보다 27歲가 많다. 그래서 石坡는 자신의 난초 그림에 대하여 자주 秋史에게 諮問을 구하곤 했으며, 秋史는 石坡 蘭花帖에 대한 題記 2편을 적어 주기도 했다. 또 秋史는 그의 庶子 상우(1817-?)에게 보낸 便紙에서도 石坡의 蘭에 대한 의견을 적고 있다.


石坡大老 造化蘭과 秋史筆 紫霞詩는 詩書畵 三絶이요,

蘇山竹 石蓮梅는 梅與竹 兩節이라.

其中에 本밧기 어려올 슨 石坡蘭인가 노라.

  造化蘭;신비로운 난초. 蘇山;宋詳來(1773-?). 石蓮;李公愚.


玉露에 눌린 과 淸風에 나는 닙흘

老石에 造化筆에 깁 바탕에 옴겨신져.

美哉라 寫蘭이 豈有香가마는 暗然 襲人ㅎ더라.

  老石;石坡. 깁;緋緞.


이슬에 눌린 과 발암예 부친 입피

春齋(춘재) 玉階上의 香氣 솟는 蕙蘭이라.

밤중만 月明 庭畔의 너만 사랑ㅎ노라.

  春齋;齋室名. 庭畔;호숫가?


나는 돌 그대는 蘭, 자네와 나 사이에

골짜기가 너무 깊어 만날 수는 없지만

그대의 蘭 향기 비바람이 전해주네.

  秋史가 石坡에게 보낸 시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몇 편의 蘭詩는 실물로서의 蘭이 아니라 象徵的인 이미지만을 觀念的으로 표현한 것들이다.


빼어난 가는 잎새 굳은 듯 보드랍고,

자줏빛 굵은 대공 하얀 꽃이 벌고,

이슬은 구슬이 되어 마디마디 달렸다./


본디 그 마음은 깨끗함을 즐겨 하여,

淨한 모래 틈에 뿌리를 서려 두고,

微塵도 가까이 않고 雨露 받아 사느니라.

  (嘉藍 李秉岐-난초. 출전:<가람 시조집>(1939))


차가운 난잎은 차라리 먹빛이요

벙긋웃는 난화은 완연한 봄빛이라.

새벽녘 돌부리에선 엷은 안개 스친다.(권상호-난초)


한 손에 冊을 들고 조오다 선뜻 깨니,

드는 볕 비껴 가고 서늘바람 일어 오고,

蘭草는 두어 봉오리 바야흐로 벌어라./


<보람>

高潔하고 淸楚한 氣品을 지닌 蘭과

같이 삶은

선비의 최고 보람이다.


<蘭香의 소리>

고요한 대지

닭울음 들리고

동창은 밝았다.

개울물 소리에 억새풀 소리

산 넘어 흘러오는 薰風에 그윽한 향기

이 곳은 武陵桃源./

목마른 아침에 이슬을 머금고

동녘 햇살에 생기를 얻는다./

淸雅心, 자연 순응의 謙虛心

無過慾, 忍耐를 배우며

錢香보다 僞香보다

眞香이 좋더라.


<素空>님께

그 무슨 향기이기 이리도 멀리 들려옵니까?

임께도 그 내음 젖어, 주시는 잔에도 함빡 젖어......

蘭草와 더불어 조촐히 닦으신 정한 자리에

진정 속되어 난 키우기 아예 부끄럽습니다.

<福建省>이 고향이라는 蘭草를 여덟 해나 가꾸시기에

정녕 임께서도 蘭草와 여덟 해를 늙으셨군요.

성근 잎 사이로 꽃도 저리 맑아야만 하는 것이옵니까?

蘭草처럼 곱게 늙으시는 임이 퍽은 부러웁습니다.

  신석정. 1956. 제3시집<빙하>. 전주로 이사하여 가람과 함께 대학 강의.

  素空;鄭웅관의 집 建蘭을 보고 쓴 글.


<x>

蘭으로 말하면 그 花態가 高雅할 뿐 아니라,

잎이 淸楚하고 馨香(형향)이 幽遠하여,

氣品이 優雅함과 韻致의 富함이

草花中에 뛰어나므로

예로부터 君子의 德이 있다고 일컬어진다.

      xxx拙毫


<蘭草>

난초는/얌전하게 뽑아 올림 듯 갸름한 잎새가 어여쁘다.

난초는/건들어지게 처진 청수한 잎새가 더 어여쁘다. 

난초는/바위틈에서 자랐는지 그윽한 돌냄새가 난다.

난초는/산에서 살던 놈이라 아모래도 산 냄새가 난다.

난초는/<倪雲林(예운림)>보다도 고결한 성품을 지니었다.

난초는/<陶淵明>보다도 청담한 풍모를 갖추었다.

그러기에/사철 난초를 보고 살고 싶다.

그러기에/사철 난초와 같이 살고 싶다.

  신석정. 전북 부안. ‘朝鮮文學’(1937. 2.)과 ‘촛불’(1939)에


<x>

날치떼들아 너희가

아무리 악물고 바다를 갈라도

파도는 멍들지 않고

몇개의 평온은

그래도 살아서

실눈을 뜨고

저승보다 깊은

육자배기 가락에

風蘭은 개화하고 있었다.


<터득의 書> 이성보

마흔도 꽉찬 마흔

惑함도 지금은 없다.

부대끼는 바람 안고

날을 새워 사는 목숨/

蘭과 돌 깊은 迷妄 속

어슴프레 열리는 門/

歲月의 잔등에 업혀

허구헌 날 자맥질을

허물도 사르고 나면

흙으로 돌아가는가/

버리고 얻은 비결을

오늘에사 알 것 같다.


<素心>

맵싸한 새벽 안개

솔숲 타고 산을 오른다./

불오른 해토의 기운

남루를 깁고 가면/

비워 둔 가슴 언저리

흰 꽃자리 날아들고.../

장마 뒤 시작된 입덧

그것은 또 하나의 절망/

머리채 감싸 쥐고

헤아린 날과 달이/

꽃 하나 피우려 소진한

산은 몸져 누웠다.


<난을 말함>

秀麗한 姿態

淸雅한 색깔

綠色의 寶石

四季의 푸르름

千里의 蘭香

이러한 멋을 즐길 수 있는 그런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


<x>

잎 가운데 녹 벗은 중투?

색화?

녹잎에 흰줄로 죽죽 그어진 호?

녹을 머리에 뒤집어 쓴 중압?

잎 끝에 빗금 먹은 산반?

맑고 투명한 서 한 뿌리?

작아서 앙징인 투구 입은 짤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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