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화교실

퇴계와 매화

 

퇴 계 시 에  대 하 여

1.퇴계가 읊은 시는 중국의 최고 시인 두보보다 그 양이 많은데(제목을 아는 것만 3560수, 퇴계문집에 전하는 시는 2000수가 넘음), 제 1회 퇴계학 국제 학술상을 받은 퇴계시연구의 권위자인 대만의 왕소(王甦) 교수는 <퇴계시학>에서 퇴계 시의 연원을 도연명, 두보, 소동파,주자에 대어 도연명의 감정과 주자의 사상을 지녔으며, 두보의 격율․체제와 소식(소동파)의 문장을 바탕에 깔고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퇴계의 경우는 일반 시인들과 달리 성리 탐구의 학문정신 때문에 사물을 만나 우러나오는 흥의 표현이 시이고, 그래서 지극한 정취와 오묘한 이치가 시에 담겨 있으며, 표현은 담백하나 맛이 깊고 심오한 이치가 드러나 있다고 하였다.

또한 왕소 교수는 송나라 시인이 즐겨 쓰던 비안입군(비안입군)의 변격을 퇴계는 15세 때 지은 석해<石蟹:가제>라는 시에서 이미 쓰고 있다고 감탄하였다.

2.퇴계의 시를 해독할 때는 생애 전반을 개관하고 있어야 하며, 그 시에 표현된 상황이 생애의 어떤 과정에 처해 있는지를 잘 파악해야 한다. 선생의 시는 생활과 사상 전개과정의 기록이기 때문에 전후 생활과 전후의 시에 대해서 충분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

선생은 또한 집을 개조할 때마다 와사(보선당), 양진암(계장), 한서암(정습당, 퇴계초옥,계사), 계상서당(계당,초당,계와), 도산서당(산당,정사,산사,도사)으로 칭하고, 시․서․기․서․발 등에 뚜렷이 구별해서 기록하였다. 또 아호도 영지산인(33세), 지산(40대초), 퇴계․퇴옹(46세), 도수․도산병수․퇴계노인(60세 이후) 도산기인 등으로 바꾸거나 첨가해서 썼다. 교육 또한 와사․경저(서울의 집)․양진암․소수서원․한서암․계상서당․도산서당으로 바꾸면서 이루어졌다. 따라서 이러한 선생의 주거와 생활의 변화가 시에 반영되어 있으며 사상전개과정과 연결되어 있다. 그러므로 시를 해석하는데 있어 이와 같은 연계적인 흐름과 선생의 의도를 충분히 파악해야 할 것이다.


3.퇴계는 특히 매화를 사랑하여 많은 시를 남겼다. 퇴계의 매화시는 75제 107수에 달하며 그 중에 61제 91수가 그의 <매화시첩>에 수록되어 있다. 매화를 꺽어 책상 위에 꽂아 두고 바라보기도 하고, 뜰의 매화를 바라보며 매화와 서로 묻고 화답하는 시를 여러 차례 읊고 있다. 달이 밝으면 매화를 바라보며 시를 짓기도 하고 매화가 겨울 추위에 손상되었음을 개탄하는 시를 읊어 제자에게 보내기도 하였다. 서울에서 고향으로 돌아갈 때 매화분을 가져가지 못하여 그리워하다가 제자가 매화분을 보내주자 그 회상을 시로 읊기도 하였다.

그의 매화시는 서호 고산에 은거하였던 송대의 은사 임포(林浦)가 보여주는 매화와 일체화된 삶을 본받고자 하고, 표현에서는 소동파와 주자의 매화시에서 영향을 받으면서도 자신의 독자적 세계를 지닌다고 한다.

 

        白 梅 盆 (백매분) 앞에서


화분에 심은 백매화(白梅花)가 올해도 제철이 되니 어김 없이 꽃을 피웠다.

헤어졌던 이산가족을 만난 것 같기도하여 반갑고 옛 죽마고우(竹馬古友)를

대하는 것 같기도하여 보고 또 봐도 정겹기만하다.


매란국죽(梅蘭菊竹)이라하여 사군자(四君子) 중에서도 매화를 으뜸으로 꼽

는 것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군자의 고고한 기풍이 서려 있기 때문이다.무

릇 무슨 꽃이든 간에 꽃에 대해서만은 애지(愛之)니 증지(憎之)니할 수는 없

는 것이지만 도연명(陶淵明)은 국화를 사랑하여 "동쪽 울타리에 국화꽃 따들

고, 유연히 남산을 바라보노라--採菊東籬下, 悠然見南山"는 명시(名詩)를 남

겼다. 그런가하면 애련설(愛蓮說)을 쓴 주돈이는 연꽃을 꽃 중의 군자라하여

가장 사랑 한다고 하였다.또 꽃을 사람에 견주어 말하기를 모란은 부귀인(富

貴人), 연꽃을 군자, 국화를 은사(隱士), 매화를 한사(寒士)라고도 부른다.


시조시인 가람(嘉藍) 이병기는 난초를 편애(偏愛)한다고 하면서도 고목된 들

매화를 수년 기르다 얼려 죽이고 쓴 [매화(梅花])라는 시조(詩調)에서


    외로 더져 두어 미미히 숨을 지고

    따듯한 봄날 돌아오기 기다리고

    음음한 눈얼음 속에 잠을 자든 그 매화


    손에 이아치고 바람으로 시달리다

    곧고 급한 성ㅅ결 그 애를 못 석이고

    맺었든 봉우리 하나 피도 못한 그매화


    닥어 오는 치위 천지를 다 얼려도

    찾어 드는 볕은 방으로 하나 차다

    어느 뉘(世) 다시 보오리 자최 잃은 그매화


梅花가 피고 보슬 보슬 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내 어릴적 우리집 사랑방 벽에

붙었던 [梅窓細雨 觀周易-매창세우 관주역]이란 글귀가 떠 오르곤 한다. 서당

에서 글공부 하던 가형께서 타지에서 온 과객(過客) 처사(處士)로 부터 받은

글씨였는데 그후 벽 도배를 몇번이나 했기때문에 벽장(壁藏)되고 말았다.지금

도 나는 이 시구(詩句)가 누구의 글인지는 잘 모르고 있지만 어느새 애송구가

되고 말았다


이 글귀는 퍽 풍류스럽기도 하지만 면학(勉學)을 채찍질 하는 학도(學徒)의

좌우명(左右銘)이기도 하다. 공자가 주역을 읽음에 가죽으로 엮은 책의 끈이

세 번이나 끊어지도록 많이 읽었다는 위편삼절(韋編三絶)의 고사(故事)가 있

기 때문이다.


매화 그림에 자주 쓰이는 화제(畵題)로는 芳信先傳(방신선전), 早傳春信(조

전춘신),君子之交(군자지교)등 많지만 매화꽃 만이 가지는 욱욱(郁郁)한 향기

는 단연코 다른 꽃의 향기와는 다른  暗香浮動(암향부동)을  함축미 있게 잘 

표현한     


        疎影橫斜水淸淺(소영횡사수청천)

        暗香浮動月黃昏(암향부동월황혼)

의 매화시를 가장 좋아한다.


" 梅花 옜둥걸에 봄節이 돌아오니 옛 피던 가지에 피엄즉 하다마는

春雪이 亂紛紛하니 필둥 말둥 하여라 "


  난분분한 봄눈을 걱정하든 옛 사람들의 안정된 정서가 부럽기만한 I M F의

한파 시절이지만 매화는 피었다. 그 욱욱(郁郁)한 암향(暗香)을 부동(浮動)시

키면서-----.


오늘은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있었다. 나의 여한실(餘閑室) 소창하(小窓下)

에 둔 백매분(白梅盆) 너머로 봄비 소리를 들으며 故 아산선생(亞山先生)이 강

론한 주역강의(周易講義)를 공부해 볼가 한다.


        戊寅雨水節 善住山房 梅窓下 如耘  崔 在 鎔

목차


     제1장 매화의기원과 연혁

     제2장 매화의 식물학적 특성과 품종

     제3장 매화의 상징과 미의 특성

     제4장 생활속의 매화

     제5장 문학에 나타난 매화

     제6장 그림.문양등에 나타난 매화

     제7장 중국 매화의 연혁과 문화

     제8장 매실의 약효



ꡔ매화ꡕ 28000원

--------------------------------------------------------------------------출판사 서평

선인들이 예찬한 매화

"풍설(風雪) 갖은 차운 골짜기에 봄은 오는가. 매화, 네가 아니 핀들 오는 춘절(春節)이 오지 않으랴 마는 "(신석초, <매화송>)

매화는 이른 봄 얼어붙은 땅속에 뿌리를 뻗고 눈 속에서도 홀로 꽃을 피워 맑은 향기를 퍼뜨린다. 눈보라에 속기(俗氣)를 다 떨쳐버리고 고고하게 피어나는 그 모습에는 순수와 결백의 얼이 비친다. 마음속에 모든 것을 비우고 고귀하고 맑은 영혼으로 피어나는 무욕의 그 모습에는 어딘지 모르게 함부로 넘볼 수 없는 세속을 초월한 신비와 바닥 모를 깊이를 지니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선인들은 수많은 꽃 중에서도 특히 가까이하고 사랑했던 꽃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꽃이 인간에게 윤리적인 교훈을 일깨워주는 상징성을 지니고 또 소박하면서도 운치가 있는 꽃을 더욱 사랑했다. 그러한 특성을 십분 지닌 꽃이 바로 매화였다.


꽃의 우두머리 매화

매화의 특성은 절조와 충절, 군자 등의 상징성을 지녔는데, 이것은 우리 조상들이 특히 본받고자 했던 덕목들이었다. 그리고 매화의 청정미와 그윽한 향기는 선인들의 취향에 너무도 어울리는 것이었다. 즉 매화에게는 우리 민족이 좋아할 수밖에 없었던''한국적인 것''의 본질이 축약(縮約)되어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우리 조상들은 어느 꽃 못지않게 매화를 사랑했다. 그리하여 매화를 꽃의 우두머리(花魁)의 지위에 올려놓았고 화품(花品)에 따른 아홉 단계의 꽃의 품계(品階)에서 단연 1위의 반열에 배정했다. 그리고 이 매화를 대상으로 많은 문화를 쌓아올렸던 것이다.


매화의 모든 것을 집대성

이 책은 모두 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제1장에서는 매화의 기원과 연혁을 살펴보고 제2장에서는 매화의 식물학적 특성과 품종을, 제3장에서는 매화의 상징과 미의 특성과 제4장 생활 속의 매화를 통해 우리 조상들이 매화를 특히 사랑했던 이유, 즉 한국인의 매화에 대한 미의식을 고찰한다. 제5장 문학에 나타난 매화, 제6장 그림?문양 등에 나타난 매화에서는 원산지인 중국에서보다 우리나라에 와서 선비들의 사랑을 받은 매화의 모습을 살펴본다. 그리고 제7장 중국의 매화의 연혁과 문화 제8장 매실의 약효에서는 우리 매화문화에 많은 영향을 미쳤던 중국의 매화문화와 최근에 많은 사람들로부터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매실의 효용에 대하여 언급했다.


우리 꽃문화의 달인 이상희

경북 성주에서 출생했으며 고려대학교 법학과 및 경북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진주시장, 산림청장, 대구직할시장, 경상북도지사, 내무부장관, 건설부장관, 한국수자원공사사장, 한국토지공사사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지방세 개론』『지방재정론』『파신의 눈물』『꽃으로 보는 한국문화 1?2?3』『우리 꽃문화 답사기』등이 있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 네이버로 보내기
  • 텀블러로 보내기
  • 핀터레스트로 보내기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