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물시

계절-여름

여름

⇒ 날씨 계절 더위

 

【어록】

[1]푸른 하늘의 저 검은 새들의 떼는 누구를 위해서인가? 눈 어둡고 귀 먹은 듯한 여름이 차차 스며들고 명매기 부르는 소리와 신문 장수의 외치는 소리에 더욱 깨끗한 의미를 띠고 있다. A.카뮈/비망록 備忘錄》

 

[2]여름이 성급히 지나가는 것은 친구와 헤어지는 느낌을 준다. V.M.위고/하프의 음향(音響)을 다해서》

 

[3]아 여름아, 너는 무슨 힘이 있기에 우리를 고생시키면서도 너를 좋아하게 만드는가. (1965.6.27. 뉴욕 타임스 紙에서) R.베이커》

 

[4]아무리 뭐라 해도 여름엔 파리가 있게 마련이다. R.W.에머슨/수상록 隨想錄》

 

[5]여름은 하나의 꽃다발, 시들 줄 모르는 영원한 꽃다발이다. 왜냐 하면 그것은 언제나 자기 상징의 청춘을 취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아주 새롭고 아주 신선한 봉헌물이다. G.바슐라르/유년시절(幼年時節)을 향한 몽상(夢想)

 

[6]여름은 답사의 계절이다. 국내를 두루 여행하거나 어떤 한 지방을 찾아갈 수도 있고, 외국을 다녀오거나 자연에 대해서 좀더 배울 수도 있다. 만일 집을 떠날 수 없는 형편이면 새로운 기술이나 예술 내지는 새로운 지식의 세계로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G.하이어트/재능(才能)을 가진 자와 천재(天才)

 

[7]여름은 날고 싶고 뛰고 싶은 시즌입니다. 봄이 여성의 계절이라면 여름은 남성의 계절이라 하겠지요. 그리고 봄을 웃음의 때라고 하면 여름은 힘의 때입니다. 《노자영 盧子泳/여름날 편지(便紙)

 

[8]녹엽(綠葉)과 녹엽 사이에 일어나는 가느다란 파동! 비단같이 매끈하고 부드러운 음향의 촉수! 아, 녹음의 서늘한 촉각은 녹슨 내 마음의 창문을 두드린다. 청록의 영원한 젊음! 녹향청훈(綠香靑薰)의 부드러운 촉수, 여름은 젊어지라는 시즌! 아, 생의 한 시각인들 무색하게 지낼 것인가. 《노자영 盧子泳/산가일기 山家日記》

 

[9]여름이야말로 우리 생명의 큰 에너지의 원천인 것이다. 많은 에너지를 공급받는 계절! 그것이 여름인 것이다. 《조병화 趙炳華/여름》

 

[10]마치도 여름은 모든 사람이 연사(演士)인 양 떠드는 기분이고, 가을은 남의 말을 들을 줄 아는 이들의 품격 있는 방청석과 같다. 《김남조 金南祚/생명(生命)에의 시원(始源)에서》

 

[11]여름은 비밀을 간직하기 어려운 계절이다. 수줍은 소녀들도 여름의 더위 앞에서는 흉한 우두 자국을 감출 수 없다. 고독을 취미로 삼고 있는 우울한 철학도도 복중의 무더위 속에서는 밀실의 어둠을 버려야 한다. 육체도 사색도 모두 개방시켜야만 하는 것이 여름의 생리다. 《이어령 李御寧/() 한 잔의 사상(思想)

 

[12]여름은 개방적이다. 닫혀진 창이란 없다. 모든 것이 밖으로 열려진 여름 풍경은 그만큼 외향적이고 양성적이다. ……여름의 숲은 푸른 생명의 색조를 드러낸다. 그리고 그 숲 속에는 벌레들의 음향으로 가득 차 있다. 은폐가 없고 침묵이 없는 여름의 자연은 나체처럼 싱싱하다. 《이어령 李御寧/() 한 잔의 사상(思想)

 

【시·묘사】

 

[13]여름의 방대한 짐이 실리어 있다.

항구에서 태양이란 배가 채비를 하고 있다.

네 뒤에서 갈매기가 미끄러지며 울음을 울면

여름의 방대한 짐이 실리어 있다. I.바흐만/방대(尨大)한 짐》

 

[14]여름이 끝나는 날

마음 그 곳에도 기치는 떨어진다.

화염(火焰)은 어디로 실려 가고

분류(奔流)도 유희(遊戱)도 사라졌다. G./여름이 끝나는 날》

 

[15]겨울이면 어두워서 일어나

누런 등불에 옷을 입는데

여름은 아주 달라

밝아서부터 자지 않으면 안 된다

……

 

얘 이건 너무 지독하지 않니? 하늘은 저렇게 푸르게 개어

조금 더 조금 더 놀고 싶은데

낮부터 자지 않으면 아니 되다니! 《R.L.스티븐슨/여름 잠자리》

 

[16]풍요(豊饒)한 여름. R.윌버/애가(哀歌)의 계절(季節)에》

 

[17]여름이 마치 정복자처럼 전국에 엄습해 왔다. 날이면 날마다 더할 수 없이 쾌청한 날씨가 계속되었고, 하늘은 오만할 정도로 푸르렀으며, 그것은 박차(拍車)나 다름없이 신경을 자극해 주었다. 유원지의 수목은 일제히 격렬하고 원시적인 녹색으로 짙어 가고, 집집마다 태양빛을 받아 눈이 아플 정도로 하얗게 반사하고 있었다. W.S./인간(人間)의 굴레》

 

[18]사람들은 모두 더위에 괴로워하는데

나는 여름 해가 긴 것을 좋아하노라.

人皆苦炎熱

我愛夏日長 《소식 蘇軾》

 

[19]백우선(白羽扇)을 부치기도 귀찮다

숲속에 들어가 벌거숭이가 되자

()을 벗어 석벽에 걸고

머리에 솔바람이나 쐬자.

懶搖白羽扇

裸體靑林中

脫巾掛石壁

露頂灑松風 《이백 李白/하일산중 夏日山中》

 

[20]남풍이 건듯 불어 녹음을 헤쳐 내니

() 아는 꾀꼬리는 어디로서 오덧던고

희황(羲皇) 베개 위에 풋잠을 얼핏 깨니

공중 젖은 난간 물 위에 떠 있고야

마의(麻衣)를 니미 차고 갈건을 기우 쓰고

구부락 비기락 보는 것이 고기로다

하룻밤 비 기운에 홍백련이 섞어 피니

바람기 없어서 만산이 향기로다. 《정철 鄭澈/성산별곡 星山別曲》

 

[21]긴 날을 훈풍 불고

석류꽃 붉은 것을

잔돌을 문밖에다 행여나 던질세라

꾀꼬리 녹음 속에서 잠이 깰까 하노라.

日長窓外有薰風

安石榴花個個紅

莫何門前投瓦石

黃鳥只在綠陰中 《삼의당 김씨 三宜堂 金氏/첫여름》

 

[22]강호(江湖)에 여름이 드니 초당(草堂)에 일이 없다

유신(有信)한 강파(江波)는 보내느니 바람이로다

이 몸이 서늘하옴도 역군은(亦君恩)이샷다. 《맹사성 孟思誠》

 

[23]잔화(殘花) 다 진 후에 녹음(綠陰)이 깊어 간다

백일(白日) 고촌(孤村)에 낮닭의 소리로다

아이야 계면조 불러라 긴 졸음 깨우자. 《신계영 辛啓榮/선석유고 仙石遺稿》

 

[24]삿갓에 도롱이 입고 세우중(細雨中)에 호미 메고

산전(山田)을 흩매다가 녹음(綠陰)에 누웠으니

목동(牧童)이 우양(牛羊)을 몰아다가 잠든 나를 깨와다. 《황희 黃喜》

 

[25]삼곡(三曲)은 어디메오 취병(翠屛)에 잎 퍼졌다

녹수(綠樹)에 산조(山鳥)는 하상기음(下上其音)하는 적에

반송(盤松)이 바람을 받으니 여름 경()이 없어라. 《이이 李珥》

 

[26]마름 잎에 바람 나니 봉창(就窓)이 서늘코야

여름 바람 정()할소냐 가는 대로 배시켜라

아이야 북포남강(北浦南江)이 어디 아니 좋을러니. 《윤선도 尹善道/어부사시사 漁父四時詞》

 

[27]지루한 여름날에 불같이 타는 더위

땀은 축축 찌는 듯 등골이 다 젖었을 때

시원한 바람 불고 소나기 쏟아져

어느덧 온 벼랑에 폭포수 드리웠네.

이 어찌 상쾌치 않을소냐.

支離長夏困朱炎

杖杖蕉衫背汗沾

庚落風來山雨急

一時巖壑掛水簾

不亦快哉 《정약용 丁若鏞/불역쾌재행 不亦快哉行》

 

[28]비가 개인 날

맑은 하늘이 못 속에 나려와서

여름 아침을 이루었으니

녹음(綠陰)이 종이가 되어

금붕어가 시()를 쓴다. 《김광섭 金珖燮/비 갠 여름 아침》

 

[29]집은 좁고 낮아 바람 한 점 아니 오고

달고 다는 돌담 그대로 우리노니

오늘도 기나긴 해를 어이하여 보내리

옷을 풀어치고 일어서 거닐다가

등을 드러내고 오똑이 앉아도 보니

흐리고 터분한 머리 무겁기만 하여라 《이병기 李秉岐/가람 문선(文選)

 

[30]화면(畵面)에 문지른 짙푸른 색깔에 묻혀 깔먹는 산가(山家). 바닷속의 숨가쁜 더위가 오수에 조을고 있다. 따가운 볕발은 반사하는 태양의 거울.

나뭇가지에 걸린 바람의 손은 나뭇잎을 흔들었다. 흔들리는 푸름에서 깨어난 매미가 지지지잉 울었다. 어디선가 수잠을 깬 암매미도 맴 매에앰 하품을 하고 있었다.

――익어 가는 충만의 시간은 낮잠과 같은 것이었다. 《박남수 朴南秀/오수 午睡》

 

[31]여름은

뽕나무 잎의 윤기로

빨려들어가

젖가슴 오디 송이로

익힐 것을 익히고

식물성의 조직 체계를

감도는 한잔 포도주 퍼지듯 《유경환 劉庚煥/속니 웃음》

 

[32]절기로 보아서는 여름도 중간이라 하나, 아직 봄의 때를 온전히 벗지 못한 첫여름, 모래 바닥을 기던 잉어 새끼들도 때 만났다고 물낮 위에 팔닥팔닥 나부끼고 있다. 《김동인 金東仁/원두표 元斗杓》

 

[33]삼복 한더위! 담묵(淡墨)을 풀어 놓은 듯한 회색 구름이 한 점 두 점 시뻘건 해를 가리고 지나간다. 해는 성난 듯이 회색 구름을 흘겨보았다. 또다시 회색 구름이 뭉게뭉게 빈정거리며, 성난 해를 놀리고 달아났다. 한 떼, 또 한 떼 양털 같은 회색 구름은 끊일 새 없이 태양을 지근거리고 달아났다. 해는 화가 하늘 끝까지 뻗쳤다. 안간힘을――끙――하고 최고의 열을 내어 구름을 물리치려 한다. 그러나 구름은 어느결에 바다같이 하늘에 가득 찼다. 태양의 강한 빛은 점점 쇠()해지기 시작한다. 해를 비웃는 회색 구름의 웃음 소리가 하늘에 함함하다. 훗훗한 습기를 머금은 바람이 쏴아 하고 뜰에 가득 찬 녹음을 뒤흔들었다. 새빨간 석류꽃이 한 점 두 점 우수수 땅 위에 떨어진다. 《박종화 朴鍾和/소묘우소소 素描雨蕭蕭》

 

[34]물줄기같이 퍼붓는 햇볕, 푸른 하늘을 수놓는 금빛 구름, 부드러운 바람, 무성한 나뭇잎, 타는 듯이 붉은 꽃, 맑은 물 속에는 은어, 피라미, 붕어, 송사리, 누치들이 떼를 지어 다니고, 거리마다 수박, 호박, 참외, 이들이 짐짐이 나부릿뜨려져 있고……. 《김동리 金東里/황토기 黃土記》

 

[35]전화기를 놓고 대청으로 나오며 뜰 쪽을 내다보니, 녹음이 어우러진 나뭇가지 사이사이로 슬진 이무기처럼 햇빛이 번쩍거리고, 짙은 나무 그늘 밑에는 개가 혀를 빼고 누워 있다. 나는 책상 앞으로 오다가 이왕이면 하고, 또 목간통으로 가서 냉수를 한 통 끼얹었다. 《김동리 金東里》

 

[36]시외(市外)다운 첫여름 풍경이 그 곳에 전개되고 있었다. 빛나는 녹음, 충분히 수분을 빨아올려 싱싱한 나무들, 다채로운 여름 꽃, 어디서인지 이름 모를 새 소리만이 활기에 찬 공기 속에서 비조(悲調)를 띠고 들려 오는 것이다.《장덕조 張德祚/누가 죄인(罪人)이냐》

 

[37]그러기에 산사람들에게는 봄보다도 여름이 더욱 친근하였다. 하루하루 산은 나뭇잎으로 무거워 가고, 각색 새들의 노랫소리에 산사람의 마음은 흔들려 간다. 《정비석 鄭飛石/성황당 城隍堂》

 

[38]벌써 여름도 한창이어서 뜰에는 나뭇잎이 무성하였다. 습기 머금은 바람에 불려 어디선가 꽃 향기가 훈훈하게 풍겨 왔다. 까닭 없이 서글퍼서 분별 없이 울고 싶어지는 여름의 황혼이었다. 《정비석 鄭飛石/장미의 계절(季節)

 

[39]나는 여름을 좋아한다. 여름 중에서도 태양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한낮을 더 좋아한다. 그 한낮을 맞게 되면 빈 구석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도 없는, 그래서 만월 그대로의 충족감으로 나의 가슴은 잠자는 바다가 되어 있다. 아무의 갈채가 없어도 나는 수많은 갈채 속에 둘러싸여 있음을 안다. 나는 더위의 승자가 되어 태양을 등뒤에 두고 혼자서 좋아하고 혼자서 우쭐거리고 있다. 이글거리는 태양이라는 상대와, 참으로 힘에 겨운 그 상대와 겨루어서 쓰러지지도 않고 녹음 사이로 숨어 버리지도 않은 채 끝내는 맞서서 이겨 낸 꼭 그러한 기분인 나와 함께 한여름의 한낮을 지금 앉아 있는 것이다. 《손소희 孫素熙/더 진한 열기(熱氣)를》

 

【격언·속담】

[40]보리누름에 선늙은이 얼어 죽는다. (*더워야 할 계절에 도리어 춥게 느껴지는 때가 있음을 두고 하는 말) 《한국 韓國》

 

[41]여름 살은 풋살. (*여름철 더운 날씨에는 옷을 꼭꼭 입지 않고 마구 살갗을 드러내놓는다 하여 이르는 말) 《한국 韓國》

 

[42]한 송이 꽃으로 여름이 될 수는 없다. 《영국 英國》

 

[43]여름은 언제나 물에 잠긴 채 모습이 사라진다. 《인도 印度》

 

【어휘·명칭】

[어휘] 녹음방초(綠陰芳草):우거진 나무 그늘과 꽃다운 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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