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물시

계절-겨울

겨울

⇒ 계절 추위 얼음 눈

 

【어록】

 

[1]섣달 그믐도 가까운 겨울밤이 깊어 가고 있다. 지금쯤 어느 단칸방에서는 어떤 아내가 불이 꺼지려는 질화로에다 연방 삼발이를 다시 놓아 가면서, 오지뚝배기에 된장 찌개를 보글보글 끓여 놓고, 지나가는 발소리마다 귀를 나발통처럼 열어 놓고, 남편을 기다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런 따뜻한 정이 있어, 우리의 얼어붙은 마음을 훈훈히 녹여 주는 한겨울은 춥지 않다. 《노천명 盧天命/겨울 밤》

 

[2]나는 겨울을 사랑한다. 겨울의 모진 바람 속에 태고의 음향을 찾아 듣기를 나는 좋아하는 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어라 해도 겨울이 겨울다운 서정시는 백설, 이것이 정숙히 읊조리는 것이니, 겨울이 익어 가면 최초의 강설에 의해서, 멀고 먼 동경의 나라는 비로소 도회에까지 고요히 들어오는 것인데, 눈이 와서 도회가 잠시 문명의 구각(舊殼)을 벗고 현란한 백의(白衣)로 갈아입을 때……. 《김진섭金晋燮/백설부 白雪賦》

 

[3]계절 중에서 내 생리에 가장 알맞은 시절이 겨울이다. 체질적으로 소양(小陽)인데다 심열(心熱)이 승()하고 다혈질이다. 매양 만나는 이들이 술을 했느냐고 묻도록 얼굴에 핏기가 많고, 침착, 냉정하지 못해 일쑤 흥분을 잘 한다. 아무리 추운 날씨라도 김 나는 뜨거운 것보다는 찬 음식을 좋아한다. 남국에서보다는 눈 내리는 북국에 살고 싶다. 그러면서도 유달리 추위를 탄다. 《김소운 金素雲/외투 外套》

 

[4]온갖 생물을 시들리고, 움츠려뜨리기 마련인 것으로만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서글프고 가혹한 추동(秋冬)이라는 계절이, 실상은 온갖 생물의 생명들이 다시 움트고 소생함에는 없지 못할, 반드시 치러야만 되는 과정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유치환 柳致環/나는 고독하지 않다》

 

[5]겨울은 회상과 우울과 고독의 계절이다. 그것은 지나간 화려했던 계절을 돌이켜보고 해[]가 지나가는 허탈감 속에서 차가운 밤바람 소리에 가슴 죄는 계절이며, 집 떠난 방랑자가 방랑의 고독을 다시 한 번 사무치게 느껴 보는 계절이다. 《곽복록 郭福祿/겨울과 문학(文學)

 

[6]겨울은 사람을 더 깊이 품어 준다. 더 끌어당기지 않으면 사람도 계절도 더욱 참을 수가 없어서. 《김남조 金南祚/그 먼 길의 길벗》

 

[7]겨울은 감기의 기침 같은 것이고, 파충류의 동면처럼 눈꺼풀을 닫는 땅 속의 잠 같은 것이고, 가을과 봄의 책장 사이에 끼여 있는 무의미한 백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겨울은 「나는 것」이 아니라 「부딪쳐야 하는 것」, 그리고 그것은 절망 속에 희망을 잉태한 거대한 역설의 구근인 것입니다. 《이어령 李御寧/떠도는 자()의 우편번호》

 

[8]텅 빈 채소밭에 재처럼 식어 버린 햇볕이 떨어지게 되면, 고목 나무의 앙상한 가지에 까치 집만이 덩그렇게 남게 되면, 문득 내쉬는 입김이 안개처럼 하얗게 떴다 사라지면, 마을 아낙네들의 입이 수다스러워지면, 털옷이 껄끄럽지 않으면, 바람 소리가 나면, 팽이가 돌면, 썰매의 녹이 벗어지면……아, 우리들의 추운 겨울이 다가오는 것이다. 기침 소리를 내면서 겨울은 그렇게 오는 것이다. 《이어령 李御寧/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9]바깥 세상이 폐쇄되면 내부의 세계가 넓어진다. 겨울은 내면(內面)의 계절이다. 《이어령 李御寧/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시·묘사】

 

[10]헐벗은 숲에는 나뭇잎 하나 없고

땅 위엔 꽃 한 송이 없네.

물방아 돌아가는 소리뿐

대기 속엔 아무런 움직임도 없구나. P.B.셸리/겨울》

 

[11]깊은 숲 속에서 새들은 죽어 버리고

반투명의 얼음장 속에서

고기들은 뻣뻣해져 누워 있을 때, 그것이 겨울이지.

겨울은 따스한 호수물의 진흙마저

벽돌처럼 딱딱한,

금이 간 흙덩이로 만들어 버리고;

아이들 속에서 안락한 사람들은

큰 난로 옆으로 모이나

아직도 겨울을 느끼는 때;

이 때가 겨울이지.

, 그러나 가련한 건

집 없는 늙은 거지! 《P.B.셸리/겨울》

 

[12]이 우리들의 겨울날에

죽음의 무쇠 혀는 지절댄다. 이 불타는 대지 위

모든 생물을 두려워 떨게 하면서

녹음의 계절은 묻혀 버렸다.

밝은 시간들도 이제는 사라졌다.

눈 위로 우리들의 핏빛 태양이

그의 희미한 그림자를 끌고 있을 뿐

이윽고 봄이

죽음의 무쇠 파수병을 뚫고

그 백만의 칼날을 한 번에 번득이리라. G.H.루이스/우리들의 겨울날에》

 

[13]밭은 창백하고 차갑게 빛난다.

하늘은 고독하고 터무니없다.

들까마귀는 늪 위에서 빙빙 돌고

사냥꾼은 숲에서 내려온다.

음산한 나무 봉우리엔 침묵이 깃들였다.

불빛이 오두막집에서 새어 나온다.

이따금 멀리에서 썰매 소리 울리고

서서히 회색의 달이 떠올라 온다.

사슴 한 마리 언덕에서 사르르 피 흘리고

까마귀는 더러운 시궁창에서 절벅거린다.

갈대는 누렇게 헐벗은 몸 오들오들 떤다.

무서리 「연기」 텅 빈 숲 속에서의 한 발작이여. G.트라클/겨울에》

 

[14]공상가는 해마다 있는 대로의 눈과 진눈깨비와 서리를 다 내려 달라고 하늘에 빈다. 그에게는 캐나다의 겨울, 러시아의 겨울이 필요하다. 그래서 그의 집은 한층 더 따스하고 포근하고 그리고 또 아늑해질 것이다. C.P.보들레르/인공(人工)의 천국(天國)

 

[15]서리에 마른 큰 나무 숲 뒤의 네모진 뜰 안에 외로이 서 있는 농가들은 마치 흰 슈미즈를 입고 잠이 든 것 같았다. 집 안에서는 사람도 짐승도 나오지를 않았다. 오직 이 오두막집의 굴뚝들만이 얼음 같은 하늘 위로 꼿꼿이 올라가는 가느다란 한 가닥 연기로써 그 속에 생명이 들어 있음을 알려 줄 뿐이었다. 벌판, , 전나무 울타리 모두가 추위에 얼어 죽은 듯싶었다. 때때로 나무에서 삐걱 소리가 났다. 그것은 마치 그 가지들이 껍질 속에서 꺾이는 것과도 같았다. 또 가끔 커다란 가지 하나가 물러나오면서 떨어져 녀려오기도 하였다. 그 굉장한 추위에 수액(樹液)이 얼어붙어 섬유를 끊어 놓기 때문이었다. G.모파상/여자(女子)의 일생(一生)

 

[16]공산에 쌓인 잎을 삭풍이 거둬 불어

떼구름 거느리고 눈조차 몰아 오니

천공(天公;하느님)이 호사로워 옥으로 꽃을 지어

만수천림(萬樹千林)을 꾸며곰 내셔이고

앞 여울 가리 얼어(그늘이 되어 얼어) 독목교(獨木橋) 비꼈는데

막대 멘 늙은 중이 어느 절로 갔단 말고. 《정철 鄭澈/성산별곡 星山別曲》

 

[17]매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

……

서릿발 칼날진 그 위에 서다.

……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이육사李陸史/절정 絶頂》

 

[18]이윽고 겨울이 오면 초록은 실색한다.

그러나 그것은 남루(襤褸)를 갈기갈기

찢은 것과 다름없는 추악한 색채로

변하는 것이다. 《이상 李箱/권태 倦怠》

 

[19]찬 바람 불고 눈보라 쳐

꽁꽁 얼음 얼어붙은 땅 밑은

새 봄 장만하는 만물의 희망의 세계

겨울도 좋이――씩씩하고 기운찬 위엄. 《이광수李光洙/사철》

 

[20]내일의 새론 희망 안은 그대로

혹독스런 겨울을 속으로 울고

세상은 고요하고 바람만 부네.

채찍 끝에 목숨이 죽는다 말게

새봄일 제 그 목숨 돋아나나니. 《김억 金億/겨울》

 

[21]손바닥으로 더듬으니 차돌처럼 싸―늘하고

입을 대고 후―그 불어 보나 김도 어리지 않아

귀를 비벼 엿들어 봐도 감감한 얼음장의 살결……

밤마다 흉한 꿈을 던져 주는 「사탄」의 손길아

대낮의 등잔에도 옛이야기만 켜 놓고 가는 검은 밤아

……밤은 바다 밑처럼 깊기만 하여 그 밑에

죄와 벌의 나사못은 비비―꼬이고

아득한 희망은 납덩이마냥 가라앉는다 ……

봄을 탐하는 눈초리 별꼬리보다도 날카로운 「아포롱」을 부르는 소리 샘물처럼 넘칠 때

흰 여우가 바윗그늘에 와서 새벽을 울고

얼음장 밑에 아련한 파이프 오르간이 들리면

얼음이 꺼지어 가라앉은 그 밑에서

용은 솟아난단다 《윤곤강 尹崑崗/빙하 氷河》

 

[22]겨울의 숲으로 오니

그렇게 요조턴 빛깔도

설레이던 몸짓들도

깡그리 거두어 간 기술사의 모자

앙상한 공허만이

먼 한천(寒天) 끝까지 잇닿아 있어

차라리

마음 고독한 자여 거닐기에 좋아라. 《유치환 柳致環/뜨거운 노래는 땅에 묻는다》

[23]밤에도 겨울 밤은 더구나 쓸쓸하다.

종묘(宗廟) 숲이 울더니 바람도 잠을 자고

창경원 두루미 소리나 들릴 법하여라.

벗고 주린 몸들 추위를 어이하리. 《이병기李秉岐/가람 문선(文選)

 

[24]전등이 떤다.

밤 바람이 물결처럼 설레고

회색 하늘이

호흡 없는 침묵에 잠기다. 《모윤숙毛允淑/겨울 밤》

 

[25]하얗게 눈이 덮이었고

전신주가 잉잉 울어

……

빨리

봄이 오면

죄를 짓고 《윤동주尹東柱/또 태초(太初)의 아침》

 

[26]겨울

차운 기류에 씻기어

유리알처럼 투명해진 풍경

조그마한 입김에도 흐린

차운 거울 속 풍경

낙엽수림에

흰 눈이 쌓여

냉혈 동물의 체온 같은

난만한 꽃들 《김윤성金潤成/겨울》

 

[27]서울의 겨울 밤은 깊었다. 달도 별도 없는 음침한 하늘 밑에서 갈갈이 찢어진 거리에는 전신줄에 목을 매어다는 밤바람의 비명이 들릴 뿐. 더구나 북촌 일대는 기와집, 초가집 할 것 없이 새하얀 눈에 덮여 땅바닥에 납작이 얼어붙은 듯하였다. 《심훈沈熏/영원(永遠)의 미소(微笑)

 

[28]떨어지다 남은 노르께한 은행잎이 입동 싸늘한 바람에 소리 없이 뚝 떨어졌다. 《박종화朴鍾和/금삼(錦衫)의 피》

 

[29]막상 말을 하라면 겨울의 아름다움이란 벌써 쓸쓸한 것을 딛고 넘어선 외로움의 세계요, 슬픈지 기쁜지조차 분간을 할 수 없는 고독과 침묵에 뼈가 시린 재미라고나 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최순우崔淳雨/겨울 안개 속의 서울》

【격언·속담】

 

[30]가을에 무 꽁지가 길면 그 겨울이 춥다. (*가을 무를 뽑아서 꽁지가 길면 그 겨울은 춥다 하여 이르는 말) 《한국 韓國》

 

[31]겨울 바람이 봄바람 보고 춥다 한다. (*못된 자가 저보다 나은 이를 도리어 트집 잡고 나무란다는 말) 《한국 韓國》

 

[32]겨울이 지나지 않고 봄이 오랴. (*세상 일에는 일정한 순서가 있는 법이다) 《한국 韓國》

 

[33]겨울 하루를 지낸 자는 불구대천지원수와 함께 지낸 것과 같다. 《프랑스 혁명(革命)

 

[34]겨울의 태양과 도락자의 애정은 늦게 와서 금시 사라진다. 《프랑스 혁명(革命)

 

[35]겨울이 따뜻하고 여름이 서늘한 해는 나쁜 일이 많다. 《프랑스 혁명(革命)

 

[36]겨울은 여름이 이익을 준 것보다도 더 많은 해를 끼친다. 《프랑스 혁명(革命)

 

[37]겨울이 우리에게 묻는 날이 있으리라, 여름에 무엇을 했느냐고. 《체코슬로바키아》

 

【어휘·명칭】

[어휘] (1)동빙가절(冬氷可折):물은 부드러우나 얼음이 되면 쉽게 꺾임. 사람의 성질도 때에 따라 자주 변함을 비유/文子. (2)동선하로(冬扇夏爐):겨울 부채와 여름 화로. 시기에 맞지 않는 무익, 무용의 사물을 비유. *作無益之能 納無補之說 猶如以夏進爐 以冬奏扇 亦徒耳/論衡. (3)궁동(窮冬):12, 즉 한겨울/杜甫. (4)동천(冬天):겨울 하늘. *冬天陰氣多/晉書. (5)엄동설한(嚴冬雪寒) (6)융동설한(隆冬雪寒)

새해

⇒ 세월 시작

 

【어록】

[1]새해는 전 세계의 유아 상속인처럼 환영과 선물과 환락으로 기다려졌다. C.디킨스/크리스마스 캐럴》

[2]새해는 묵은 욕망들을 소생시키고, 고독하고 사려 깊은 영혼이 물러가는 해. 《오마르 하이얌/루바이야트》

[3]해가 바뀜을 단순하게, 「한 해가 왔구나.」 하고만 말 것이 아니외다. 갈 것이 가고 올 것이 온 줄로만 알고 말 것이 아니외다. 이 동안에 어리던 이가 자라고, 젊던 이가 늙고, ()하던 것이 쇠()하고, ()하던 것이 망()하는 것이외다. 운회(運會)란 것도 이것의 모임이요, ()이란 것도 이것의 모임이외다. 《최남선崔南善/굽은 다리 곁으로서》

[4]새해 새날이 밝았다. 숨막히는 괴로움과 피어린 수난으로 일관된 묵은 해는 물러가고 산 넘어서 바다 건너서 희망처럼 떠오르는 아침해는 1953년의 모든 지평(地平)에 웃음을 뿌리며 있고, 사람들은 일제히 새해 아침의 층계 위에 섰다. 새해라는 어휘가 언제부터 이다지도 인간 생활에 권위를 갖추고 일반화해졌는지 도무지 나에겐 수수께끼인 것만 같다. ……축복받으려는 새해는 그 모든 지나간 연대의 물구비 속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무수한 행복과 발전과 기쁨과 기적을 약속해 주는 듯하다. 그러기에 우리들은 새해 벽두에 있어서 한 번은 무한한 미래를 위한 생활의 설계도를 그려 보는 것이다. 《오상순吳相淳/연두사 年頭辭》

[5]나는 새해가 올 때마다 기도드린다.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게 해 달라고……. 어떤 엄청난 일, 무시무시하도록 나를 압도시키는 일, 매혹하는 일, 한 마디로 「기적」이 일어날 것을 나는 기대하고 있다. 모험 끝에는 허망이, 여행 끝에는 피곤만이 기다리고 있는 줄을 잘 알면서도……. 아름다운 꿈을 꿀 수 있는 특권이야말로 언제나 새해가 우리에게 주는 아마 유일의 선물이 아닐까. 《전혜린田惠麟/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시·묘사】

[6]어머니 일찍 일어나시면 저를 일찍 깨워 주세요 일찍이요

내일은 모든 즐거운 새해 중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 될 거예요

모든 즐거운 새해 중에서 가장 흥겹고

가장 유쾌한 날이 될 거예요. A.테니슨/5월의 여왕(女王)

 

[7]프로스트 씨는 말했다

새해는 세계에 주는 선물

값이 들지 않는 화려한 레이스 커튼이라고…… 《C.G.릴랜드/프로스트 묘사(描寫)

 

[8]들어라, 닭은 울고 저 멀리 빛나는 별은

낮이 머지않음을 알고 있다.

보라 저기 밤의 장막을 헤치고

낮은 서산을 금빛으로 물들인다.

낮과 함께 늙은 야누스도 나타나

오는 해를 엿본다……야누스의 뒤돌아보는 얼굴은 혐오를 나타내고

지난날의 재앙에는 상을 찌푸린다 하더라도

이쪽을 바라보는 얼굴은 맑고

새로 탄생한 해를 보고 미소 짓는다.

새해 아침에 우리에게 미소 짓고

태어나자 곧 서상(瑞祥)을 알려 주는

이 새해의 운수를…… 《C./새해》

 

[9]오늘이 바로 정월 초하루라면, 새해지 묵은 해가 아니로구려. 아침내 바람은 눈을 보내고, 낮엔 비가 하늘을 잇대었구려. 요사로운 기운은 영대에서 바라보고, 옛 늙은인 재앙 상서 전해 주네. 여러 재상 섭리에 부지런하니, 우리들은 즐겁게 취해나 보세.

今日是原日

新年非舊年

崇朝風送雪

向午雨連天

氣蒲靈臺望

災祥古老傳

莫公勤燮理

端合醉陶然 《정도전 鄭道傳/삼봉집 三峯集》

 

[10]묵은 해 보내올 제 시름 한데 전송(餞送)하세

흰권무 콩인절미 자채술국 안주(按酒)에 경신(庚申)을 새우렬 제

이윽고 자미승(屎米僧) 돌아가니 새해런가 하노라. 《이정신 李廷藎》

 

[11]아바 아이들아 새해 온다 즐겨 말라

헌사한 세월이 소년(少年) 앗아 가느니라

우리도 새해 즐겨하다가 이 백발(白髮)이 되었노라. 《신계영辛啓榮/선석유고 仙石遺稿》

 

[12]해는 저물 적마다 그가 저지른 모든 일을 잊음의 큰 바다로 흘러 보내지만

우리는 새해를 오직 보람으로 다시 맞이한다

멀리 4281

흰 뫼에 흰 눈이 쌓인 그대로

겨레는 한결같이 늘고 커지도다

일어나고 없어지고 온갖 살림은

구태여 캐내어 따질 것 없이 《김영랑金永郞/겨레의 새해》

 

[13]해가 솟는다. 사람들이 가리켜 새해라 하는 아침해가 솟는다. 금선, 은선을 화살같이 쏘면서 바뀐 해 첫날의 새해가 솟는다. 누리에 덮인 어둠을 서쪽으로 밀어치면서 새로운 생명의 새해는 솟는다. 오오, 새해다! 새아침이다! 우리의 새 아침이다. 어둠 속에 갇힌 모든 것을 구해 내어 새로운 광명 속에 소생케 하는 것이 아침해이니, 계림강산에 찬연히 비쳐 오는 신년 제일의 광명을 맞이할 때 누구라 젊은 가슴의 뛰놂을 막을 수 있으랴! 새해의 기쁨은 오직 아침 햇살과 같이 씩씩한 용기를 가진 사람뿐만의 것이니, 만근 천근의 무게 밑에서도 오히려 절망의 줄을 넘어서려는 사람만이, 만 가지 천만 가지의 설움 속에서도 오히려 앞을 향하여 내닫는 사람뿐만이 새 생활을 차지할 수 있는 까닭이다. 《방정환 方定煥/없는 이의 행복》

【격언·속담】

 

[14]새해 못 할 제사 있으랴. (*어떤 일을 잘못해 놓고 다음부터는 잘하겠다고 하는 사람을 보고 핀잔 주는 말) 《한국 韓國》

 

【어휘·명칭】

[어휘] (1)송구영신(送舊迎新):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다는 말. (2)근하신년(謹賀新年):삼가 새해를 축하한다는 뜻으로, 새해의 복을 비는 인사의 말.

[이칭] (1)신년(新年) (2)신세(新歲) (3)원단(元旦) (4)개년(改年) (5)개춘(改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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