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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각(篆刻)의 이해
1. 전각(篆刻)이란
전각은 동양 특히 중국 문화권의 독특한 순수예술이다. 전각은 한자의 전서체(篆書體)를 새겨 조각하는 것, 즉 인장(印章 )을 조각하는 것이다. 전서체를 쓰는 것은 옛날부터 내려오는 전통적인 흐름이다. 여기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전서의 자형 (字形),획 등이 갖는 조형성이 돌이라는 작은 공간에서 가장 아름다운 효과를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각(篆刻)을 한다해서 반드시 전서체만을 써야 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서체(書體)를 쓰기도 한다. 그렇지만 가령 예서(隸書)나 해서(楷書)를 새겨 조각 한다 해도 '예각(隸刻)','해각(楷刻)'이라고 하지 않는다. 그대로 전각(篆刻)이라고 한다.
전각은 반드시 돌에만 새기는 것은 아니며 금,은,동,옥,상아,나무,대나무 뿌리 등도 재료로 사용한다.
전각은 서(書),화(畵) 등의 작품을 완성했을 때 찍는다. 대개 서화의 한 구석 공간쯤에 한다. 거기엔 간단하게는 작품을 완 성한 시기와 서명을 하기도 하고, 상세하게는 시구, 그 작품을 만든 장소, 작품을 만든 이유 등을 써 넣기도 한다. 이렇게 쓴 후 전각한 인장을 찍는다. 이러한 과정을 '落成款識(낙성관지)' 또는 줄여서 '落款(낙관)한다'고 한다. 결국 낙관을 했다는 것은 작품을 완성했다는 의미가 된다.
또한 그 외에도 좋은 작품을 감상했다는 증거로 감상자가 자신의 낙관을 작품 위에 남기기도 하며, 누구누구가 이 작품을 수장하고 있었다는 수장자의 낙관을 남기기도 한다.
그러나 작품의 마무리 역할보다도 전각한 인은 그 자체가 하나의 예술작품이다. 돌이라는 사각의 혹은 원형의 작고 한정된 공간에 칼로 글씨를 써나감으로써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전각작품의 측면에는 새긴 사람의 낙관을 하고 있는데 이것을 側款(측관),또는 方刻(방각)이라고 한다.
2. 역사
(1) 중국(中國)
인장은 중국의 하(夏),은(殷<商>),주(周)시대부터 존재했다고 한다. 신분의 지위를 나타내는 권위의 상징으로 쓰였고, 믿음의 표시로서도 쓰였다. 공적인 용도인 관인(官印)과 일반 개인의 사인(私印)이 있었다. 진대(秦代)때부터는 인장제도가 엄격하게 확립되었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낙관용 전각의 시조는 중국 명대(明代)의 문팽(文彭)이라고 알려져 있다. 물론 이전에 이미 도장이 사용되었지만 장에 새긴 사람의 기록이 없기 때문에 도장에 새긴 사람의 기록을 남긴 문팽을 시조로 보고 있다.
문팽은 전각에 관한 학술적인 논거를 처음으로 확립하였고, 전각을 하나의 예술적 기호 및 필수품으로 등장시키는데 크게 이바지했다.
(2) 한국(韓國)
우리나라의 단군신화에 천부인(天符印)의 기록이 남아있으나 구체적으로는 어떤 형식의 어떤 모습인가는 알 수 없다.
고려시대까지는 중국의 인장제도를 거의 답습하고 있었고,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는 인장 전각을 예술의 영역으로 인식하게 되었지만, 예술을 천기(賤技)로 여기는 사회풍조때문에 실제로 작가에 대한 기록은 남아있지 않다. 그러나 근세에 이르러서 독자 적인 전각예술가(篆刻藝術家)들이 많이 나왔다.
3. 전각에 있어서의 장법(章法)에 대하여
장법이란 서(書)와 화(畵)뿐만 아니라 전각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것이다. 이것은 전체로 보았을 때 훌륭하게 이루는 것을 말한다. 즉 흐름이 자연스럽고 전체적으로 연결에 일관성이 있으면서 조화를 이루는 공간구성을 의미한다. 전각에 있어서는 방형(方形 )안에 글자를 적당히 배치하는 것을 말한다. 즉 대개의 도장은 네모로 되어 있는데, 둥글게 되어 있는 문자를 그 네모의 틀 속에 잘 맞도록 조정, 배치하는 것이다.
전각에 있어서도 서예와 마찬가지로 다음에서 말하는 것들을 유의하며 전개하는 것이 좋다.
(1) 주문(朱文)과 백문(白文)
주문(朱文) : 인에서 글씨가 도드라지게 새겨진 것이다. 즉 양각한 것이므로 도장을 찍으면 인주가 글씨에 묻어 글씨가 붉게 나오는 것을 말한다.
백문(白文) : 글씨를 판 것, 즉 음각한 것이므로 도장을 찍으면 글씨가 하얗게 나오는 것이다.
대개의 경우 백문은 굵은 선(實)인 것이 좋고 주문은 가는 선(虛)인 것이 좋다.
(2) 임고(臨古) : 고인(古人)의 모각(模刻)
순수, 소박한 작풍(作風)의 것, 변화가 있는 작풍의 것을 선택함이 좋다. 그러나 옛사람의 작품에 너무 사로잡히면 안 된다.
(3) 소밀(疏密) : 필획(筆劃)의 다소(多少)와 공간(空間)
‘필획이 적은 곳에서는 말이라도 달릴 수가 있으나 필획이 많아서 복잡한 곳에서는 바늘을 꽂을 틈도 없다.’는 등석여(鄧石如-중국 청대의 서예가)의 말처럼 필획과 공간성과의 짜임새를 생각해야한다.
(4) 경중(輕重) : 굵은 선과 가는 선에 대한 것
대체로 문자가 굵을 때에는 무겁고 가늘 때에는 가볍다. 따라서 필획이 많을 때에는 획을 가늘게, 적을 때에는 굵게 한다. (3)과 연결되는 것이다.
(5)증손(增損) : 필획의 증감
필획이 많을 때에는 획의 수를 줄여서 간단하게 하고 필획이 너무 적을 때에는 획의 수를 늘여서 복잡하게 한다. 그러나 '문자의 의미를 알지 못하게 된다든지 전서(篆書)의 모습이 아니게 된다든지' 하는 상태로 벗어나면 곤란하다.
(6) 굴신(屈伸) : 필획을 굽히는 것과 뻗는 것
울퉁불퉁하고 안정되지 않은 글자를 굴신으로 조정한다. 그러나 문장에는 굽힐 수는 있으나 뻗을 수 없는 것이 있고 반대 로 뻗을 수는 있으나 굽힐 수 없는 것이 있으므로 문자의 조립과 그 의미에 관해 충분히 연구해야 한다.
(7) 나양(那讓) : 필획의 장소를 변화시키는 것
문자를 쓰는데 있어서 항상 공간이 남아 문자의 자형(字形) 그대로는 그 공간을 메울 방법이 없을 때 필획이 쓰여지는 장소를 이동시키는 것이다.
즉, 한 문자의 필획이 대단히 많이 있고 또한 한쪽으로 너무나 치우치고 있는 경우, 그러한 부분은 문자의 좌우 또는 상하로 그 필획이 쓰여지는 장소를 이동시켜 한쪽이 음이 되고 한쪽은 양이 되게 하여 잘 조화시키는 것이다.
이것은 필획의 구성에 관한 것이다.
(8) 승응(承應) :공간의 호응
사자인(四字印)에서 네 자 모두 글자에 공간이 없을 경우 그 중에서 한 글자를 공간이 있게 하고, 네 자 모두 공간이 있을 경 우 그 중 한 글자를 공간이 없게 한다.
(9) 교졸(巧拙) : 교묘(巧妙)함과 소박(素朴)함
교묘하여도 섬세한 아름다움이 너무 지나쳐서는 안 되고 소박이라고 하여도 너무 평범하면 재미가 없다. 여기서 교묘함이라 는 것은 글자가 원래는 평범한 형이라고 해도 그 필획의 구성방법을 변화시켜서 변화풍부한 형으로 하는 것이다.
(10) 의기(宜忌) : 획(굵기, 길이 등)과 공간에 있어서 좋은 것, 피할 것에 관한 것
① 좋은 것
필획이 많은 경우: 느긋한 형으로 정연하게 쓴다.
필획이 적은 경우: 안정된 형으로 쓴다.
단필(單筆)은 아주 힘차고 움직임이 느리게 하여 쓰고, 복필(複筆)은 힘차게 흐르는 느낌으로 쓴다.
② 피할 것
변화가 많은 형의 문자는 다시 변형시켜서는 안 된다.
필획의 처음은 창의 끝처럼 되어서는 안 되고, 필획의 끝은 제비 꼬리처럼 되어서는 안 된다.
(11) 변화(變化) : 동일 문자의 변화에 관한 것
전서와 마찬가지로 인(印)에도 변화가 있는 것이 좋다. 한 문자에는 한 문자로서의 변화가 있고 한 인(印)에서는 인(印)으 로서의 변화를 주는 것이 좋다.
(12) 반착(盤錯)
문자의 형이 세로로 길고 필획이 많은 경우 네모난 모양에 넣고자 할 때 문자의 어느 일부분을 골라서 다른 장소로 옮김으로써 세로로 긴 모습인 것을 정방형에 가까운 사각형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13) 이합(離合) : 필획의 집중과 분산에 관한 것
필획이 많은 것은 떼어서 느긋하게 하고, 필획이 적은 것은 집중시킨다.
(14) 계선(界線)
인(印)의 면에 경계선을 긋는 것에 관한 것이다. 가령 공간을 세로선을 하나 그어 길게 두 면을 만든다거나, 사자인
(四字印 )의 경우나 엇갈리게 4면을 구획하는 것 등이다. 반드시 칼을 쓸때 자른듯이 그어야 한다.
(15) 변연(邊緣) : 가장자리에 관한 것이다.
변연의 경우는 일방면(一方面)을 좁게 잡고 나머지 삼방면(三方面)을 넓게 비우는 경우와 삼방면을 좁게 잡고 나머지 일방 면을 넓게 비우는 경우가 있는데 하변의 방면은 안정감을 위하여 넓게 비워 두어야 한다.
도법(刀法)
붓에도 중봉(中峯)과 측봉(側峯)이 있는 것처럼 칼에도 중봉과 측봉이 있다. 즉 칼 쓰는 법에 따라 효과가 달라진다.
도법에는 칼을 잡는 집도(執刀)와 칼을 움직여나가는 운도(運刀)가 있다.
집도에는 손가락만으로 잡는 '쌍구법'이 있고, 한꺼번에 손으로 도간(刀)을 잡는 '악관법(握管法)'이 있다. 쌍구법은 세밀 하고 까다로운 작업을 할 때 사용되고 악관법은 선이 굵고 큰 도장을 새길 때 주로 사용된다.
운도할 때(새길 때)는 붓으로 글씨를 쓰듯 앞으로 당겨야 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요령에 의해 오른쪽에서 왼 쪽 방향으로 밀어 붙여도 당기는 것과 똑같은 효과를 거둘 수가 있다.
우리는 이러한 것을 중심으로 해서 익히고 분석해가며 스스로 터득하도록 해야 한다. 물론 여기에는 서예의 학습, 특히 전서를 익히는 것이 중요한 전제조건이 된다. 그리고 돌을 다루면서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좋은 돌에 좋은 글씨로 좋은 각을 하기 위해서는 각자의 부단한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전각은 서화에 있어서 완성을 고하는 마무리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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