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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책갈피] 원시인도 도장을 팠다는데 … 왜 ? [중앙일보]

[BOOK책갈피] 원시인도 도장을 팠다는데 … 왜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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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 벽화에서 민화까지
-그림으로 읽는 커뮤니케이션사

랜슬롯 호그벤 지음, 김지운 옮김
커뮤니케이션북스
370쪽, 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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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최초의 도장(圖章)은 무엇일까''별자리에는 왜 하필 사자.황소.염소 등의 동물만 등장할까''알파벳의 기원은?'

영국계 언어.유전학자인 지은이는 선사시대의 동굴벽화부터 현대의 만화영화까지 인류 역사와 흐름을 같이 해 온 각종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소개한다. 인류가 글을 쓸 줄 아는, 그림을 그릴 줄 아는 유일한 동물이라는 점을 논의의 실마리로 해서다.

이를 바탕으로 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발달해 온 덕분에 인류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정착.농경 혁명 ▶문자.인쇄 혁명 ▶프랑스 대혁명 ▶산업 혁명 등도 가능했다고 주장한다. 책 속에선 그동안 인류가 개발해 온 달력.알파벳.숫자.인쇄술.광고.연재만화.영화.TV 등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등장한다. 현대 사회에선 너무나 당연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들이지만 그 유래와 역사에는 인류가 생존을 위해 이를 개발할 수밖에 없었던 절박함이 묻어난다.

자신의 소유임을 증명하기 위해 개발된 고대의 인(印)과 문장(紋章)들, 계절의 예측을 위해 그리기 시작한 별자리, 성경을 찍어내기 위해 발달한 유럽의 인쇄술 등이 그 예다.

저자는 이를 풀어내기 위해 인류학.고고학.경제학.정치학 지식을 총동원했다. 커뮤니케이션을 소재로 한 책답게 독자와 소통을 위해 그림이나 사진.만화.도표 등을 128점이나 실었다. 그러나 일반 독자를 겨냥한 단순 교양서가 아닌 학술서에 가까워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 지은이 스스로 서문에서 "지적 수준이 높은 사람이나 낮은 사람 어느 쪽도 즐겁게 해주지 않을 내용"이며 "침대 위에서 읽을거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경고할 정도다.

다만 옮긴이가 참고용으로 만들어 책머리에 붙인 '커뮤니케이션사 연대기 개황'이 전반적인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남아프리카의 슈바르트크란스 동굴에서 발견된 기원전 100만 년 전의 난방용 화덕부터, 네안데르탈인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기원전 10만 년 무렵의 매머드 이빨 장신구, 기원전 9000년 경의 문자와 달력, 기원전 3500년 경의 상형문자, 기원전 3000년 경의 피라미드와 스톤헨지, 기원전 2000년의 천문도와 도량형, 기원전 1000년 경의 함무라비 법전과 알파벳.갑골문자 등 고대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놨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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