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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최고위과정

손으로 쓰는 제목이 베스트셀러를 만든다

* 소생도 금년에 세 권의 제목을 썼습니다. 아마 다음 달쯤 교보에 가시면 찾아보세요.
1. <토정비결> 450페이지 분량. 제호 및 표지 그림까지
2. <宮合(궁합)> 제호 및 표지 그림까지
3. <益生養術(익생양술)> - 동의보감 이후 최고의 한의학 서적이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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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쓰는 제목이 베스트셀러를 만든다

출판계에 내려 오는 불문율 가운데 “제목이 80”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제목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올해 들어 한 항목이 추가됐다. “이젠 캘리그래피”이다.

캘리그래피(calligraphy)란 ‘미(美·calli)+서법(書法·graphy)’으로 활자 이외의 서체 또는 손으로 그린 그림문자를 뜻한다. 즉 제목을 기존의 활자체가 아닌 손으로 직접 쓴 글씨로 장식해야 잘 팔린다는 얘기다. 지금까지는 주로 영화 포스터, 광고 디자인, 음반이나 과자류 포장 디자인에 주로 쓰여 왔으나 이제 책 표지에도 당당히 등장한 것이다.

실제 이달 중순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종합 100위권 가운데 16권이 캘리그래피로 표지를 장식한 책이다. 소설 분야로 국한시키면 베스트 10권 중 3권이 이 경우에 해당하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 소설 분야에서 단 한 권도 없었던 것과는 크게 대비되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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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교양 서적을 주로 출간하고 있는 ‘웅진지식하우스’의 경우 2006년 상반기 이후 출간한 60여 종의 책 가운데 표지에 캘리그래피를 사용한 비율이 무려 70%에 이른다. 외국 소설에 주력하고 있는 ‘열린책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 출판사 디자이너 김민정씨는 “작년 한 해 출간(개정판 포함)한 80여 종 중 40%가 캘리그래피를 사용했으며, 나머지 60%도 손으로 쓴 느낌이 나게 활자를 변형한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전에는 주로 한자(漢字) 제목이나 무거운 주제의 책에 캘리그래피를 사용한 반면, 요즘에는 소설이나 에세이류에 집중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이소영 열린책들 편집장은 “독자가 제목의 모양을 통해 소설 내용이나 느낌을 전달 받을 수 있게끔 캘리그래피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서점에 수북이 쌓인 ‘고만고만한’ 책들을 비집고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서, 그리고 요즘 독자들이 ‘자연스러운’ 느낌을 주는 책 디자인을 선호한다는 점도 캘리그래피 유행의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웅진지식하우스의 이영미 차장은 “박완서 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작년 5월 재출간하면서 제목을 단순 활자에서 캘리그래피로 바꾼 뒤 젊은 독자층을 많이 흡수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 책과 비슷한 시기에 출간된 ‘행복한 이기주의자’(21세기북스)는 그림이나 사진 장식 없이 캘리그래피로만 표지를 꾸며 단숨에 베스트셀러에 진입시킴으로써 캘리그래피 붐에 불을 지폈다.

현재 출판계에서 캘리그래피를 전문적으로 맡는 작가는 20명 선이다. 그 중에서도 시각 디자이너 출신의 강병인(‘미쳐야 미친다’, ‘행복한 이기주의자’), 영화 ‘복수는 나의 것’ 등 포스터에서 이름을 날린 김종건(‘봉순이 언니’ ‘질그릇 아내’), 성시경과 춘자의 음반 타이틀을 디자인 한 이상현(‘바람과 구름과 비’) 등이 특히 유명하다.

이들은 캘리그래피 하나에 100만~200만원 가량을 받으며, 최종 오케이까지 2~3주 걸리는 걸로 알려졌다. 이들 가운데 작업 양으로나 책 판매량에서 선두주자인 강병인씨는 “캘리그래피는 활자와 달리 감성이 깃들여 있어야 하기에 처음 이틀 가량은 책 내용에 감정이입을 하면서 글씨를 연구한다”고 말했다. “많게는 50여회까지 써 본 뒤에야 완성본이 나온다”고 그는 말했다.

[신용관기자 qq@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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