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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에 양도소득세라니 … [중앙일보]
문화예술이란 시간과 자원, 열정과 천재성, 여기에 후원과 지원이 삼위일체가 돼야 완성되는 것이다. 사실 오늘날 조상 덕에 먹고 산다는 거개의 나라들은 그 조상들이 문화예술을 조건 없이 후원하고 지원한 결과다. 그런데 요즘 대한민국은 미술가들을 지원하고 후원하는 전통적인 수단이 돼 온 미술품 수집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려는 시도가 있어 걱정이다.
이런 시도는 미술품을 사고팔면서 발생한 차익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속칭 ‘미술품 양도소득세법’이다.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2008년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소득세·양도소득세·상속세·증여세·법인세 등 각종 감세안을 발표하면서 서화나 골동품에 대한 양도 차익에 대해서는 거꾸로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수익 있는 곳에 세금 있기’ 때문에 미술품 양도 차익에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기재부의 의견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이는 매우 현실적인 논리이자 경제적인 측면에 경도된 생각이다. 미술품이나 골동 서화는 일반 상품이 아니다. 문화적 재화이자 정신적 산물이며 민족문화 유산이자 구체적 시대정신의 표상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양면의 가치를 지닌다. 어느 한쪽 면만을 확대 과장해 그 존재를 왜곡시키는 것은 실질적·논리적 오류다. 미술품 양도 차익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기재부의 의견에 대해 미술 동네가 시끄러운 까닭도 이런 때문이다.
미술품을 단순하게 경제적 논리로 재화의 일종으로만 본다면 미술은 이 세상에서 존재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또 미술관·박물관에 소장하고 관리해야 할 가치조차 없게 된다. 아무리 계량화하고 수치화하는 것이 과학이고 경제라고 하지만 현대물리학과 연기론이 맥을 같이하는 것처럼 인간에게는 정신적인 영역, 설명할 수 없는 불가지한 세계가 존재한다.
미술은 바로 그런 부분들을 가시화하는 독창적인 분야다. 이런 점을 간과하고 미술품을 상품처럼 분류하고 취급한다는 것은 인류의 문화와 역사를 부인하는 것과 같다. 미술 동네가 양도 차익에 대한 세금 부과를 두려워하는 까닭이다.
물론 미술품이라는 것이 일부 부유한 계층의 전유물이라는 인식과 비자금 은닉 또는 상속세 포탈의 수단이 되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시민사회로부터 미술품까지 몽땅 부도덕하게 생각되고 있다. 의사는 칼로 사람을 살리고 강도는 사람을 다치게 하는 것처럼 미술품도 그것을 대하고 접하는 사람의 문제지 미술품의 문제는 아니다. 강도를 없애자고 세상의 모든 칼을 없앨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미술품 소장이 어떤 이들에게 상속이나 재산 은닉의 수단이 될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소장가들은 문화 발전에 기여하는 사람이다. 골동이나 서화, 미술품을 수집하는 경우 문화 발전과 보호에 스스로 사재를 털어 나선 이들이다. 국가가 할 일을 개인이 대신하는 셈이다.
여기에 대해 보상은 못해 줄망정 세금을 부과한다? 참으로 염치없는 일이다. 기재부는 미국과 일본·영국·프랑스의 예를 들어 세금 부과의 타당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들의 징세율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소장가들을 투기 세력으로 몰아가는 용어는 쓰지 않으며, 미술품의 기본적인 상징성을 훼손하지 않고 징세 제도를 만드는 세심함을 갖추었다.
기재부가 미술품 소장을 투기로 몰고 미술품을 세금 포탈의 방편인 것처럼 몰아가면서 이를 관철하려는 태도는 옳지 못하다. 문화예술에 대한 예산과 기본 인프라는 천분의 일, 만분의 일도 되지 못하는 처지에 세금만 같이 부과한다는 것은 유치원생과 대학생을 경주시키는 것과 같다.
시민사회가 십수 년 동안 요구해 온 서울 소격동 기무사 부지에의 국립미술관 설치는 애써 외면하면서 국가가 미술품에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배짱이 부럽기까지 하다. 미술품의 상징성을 훼손하는 그 노력과 정력을 90% 이상 탈세가 이뤄지고 있다는 상속세·증여세 징세율을 올리는 데 쓸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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