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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혹은 서예란 과연 무엇인가. 이 해묵은 질문은 이상하게도 매번 새롭다. 언제까지나 그 질문에 대한 명쾌한 결론을 내리지 못할 것만 같은 막연한 예감 때문일 것이다. 그 저의 내릴 수 없음이 나로 하여금 끊임없이 이 작품에서 저 작품으로 여행하게 만드는 에너지 중의 하나다. 브레히트는 베를린을 일컬어 ‘살기도 힘들지만 떠나기도 힘든 곳’이라고 했다. 내게 예술은 또한 그런 존재이다.
소석 구지회 : 지적이고 해맑은 마음이 묻어나는 청징한 그림
학산 곽정우 : 낯익은 복고주의 속에 등장한 충만한 개성
신산 김성덕 : 침체된 안이함 속에 떠오른 희망
우송헌 김영삼 : 새로운 형식에의 도전과 생동하는 자연미
일정 김주익 : 감상자를 감염시키는 치열한 작업
박여 김진희 : 고뇌 끝에 보이지 않게 만발한 그 어떤 힘
풍천 김홍길 : 끝없는 자문과 반성, 의미에 대한 부단한 탐구
지원 박양준 : 리드미컬한 터치의 필획이 주는 표상의 세계
해민 박영도 : 영민하고 탁월한 젊은 작가의 낯선 새로움
일사 석용진 : 상식과 상실에 저항하는 가열한 예술정신
효산 손창락 : 필선의 탄력과 공간운영의 여유
삼여 송용근 : 고전을 통한 서예의 원초적 순결성 회복
가람 신동엽 : 본원적이고 집요한 문제의식과 조형적 힘
아성 신명숙 : 고유한 리듬이 갖는 감성적 사유의 길
산하 윤종득 : 격렬한 광기가 살아 숨쉬는 철필의 맛
임지당 이은혁 : 본질과 근원에 대한 집요한 탐닉
수중 이종훈 : 운필의 분방함과 선비적 존재방식
송민 이주형 : 서예의 정신성과 격에 대한 관심, 그리고 단호한 의지
외현 장세훈 : 집념과 자존으로 ‘먹의 경계’에 서다
하정 전상모 : 자연스러운 운필에서 나오는 미적 쾌감
우석 조한호 : 혼돈을 넘어서는 존재의 힘
중원 지남례 : 궁체라는 양식에 대한 부단한 질문과 실험
동우 최돈상 : 구속되거나 억지가 없는 시원한 운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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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호
대만의 안무가 린 화이민.
‘동양의 신화, 민속, 미학을 현대적이고도 보편적인 레퍼토리로 완벽하게 승화시킨 춤’이라는 찬사가 아니어도 “서예가들이 글씨를 쓸 때 氣를 모으는 것은 춤추는 원리와 같아요. 우리 무용단의 댄서들은 현대무용, 발레, 동양무술, 명상 훈련을 철저하게 받고 서예공부도 합니다. 단순히 서체를 흉내내는 게 아니라 붓의 획에 담긴 정신을 표현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일간지 인터뷰 기사에 실린 안무가 린 화이민의 말은 서예를 하는 사람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제비가 비상하는 것 같고, 고양이가 기지개를 켜는 듯 하고, 푸마가 질주하는 듯한 동작
‘운문 (雲門)’은 중국 고대 문헌에 기록된 최초의 무용단 이름
지금까지 결과물로만 보여지는 서예도 창작과정이 함께 보여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서예의 과정을 아름다운 무용으로 승화시킨 이번 공연도 그런 점에서는 「영웅」과 같은 느낌을 주었다. 어쨌거나 느리고 빠른 움직임의 속도, 경쾌함과 잔잔함의 서예 기법을 춤에 접목시킨 「Cursive 行草」는 서예적 절규, 살아 움직이는 서, 입체적인 서, 취필(醉筆), 당나라 때 초서의 성인이라 불리는 장욱(張旭)의 광초, 먹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했다. “형식의 다름에도 불구하고 붓으로 칠해진 작품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집중된 에너지이다. 서예가는 붓글씨를 쓰는 동안 춤을 추는 것이다.” 안무가 린 화이민의 말
어둠과 고요
적멸궁
망망
모래바람
우박소리
댓잎의 속삭임
여백을 두고 관객의 상상력 자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