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최고위과정

서울서예비엔날레 조직위원회에 드리는 건의문

 

서울서예비엔날레 조직위원회에 드리는

건  의  문


서울서예비엔날레조직위원회(명예대회장 김영삼 전 대통령, 위원장 김태정)가 주최하고 한국서예포럼이 주관한《서울서예비엔날레》가 지난 7월 7일부터 20일까지 서울시의 일부 공․사설 전시장에서 열렸습니다. 그런데 이번 비엔날레 행사의 일환으로 서울역사박물관에서 개최된 〈조선유학자유묵특별전〉에 적지 않은 위작이 전시되었고 그 사실이 여러 언론 매체를 통해 보도됨으로 인하여 서예계와 서예학계에 큰 파문을 일으켰음은 물론 전 국민에게 실망감을 안겨주었습니다.

이에, 서예학 연구를 본연의 임무로 삼고서 그간에 한국 서예의 정체성 탐색과 함께 서예의 발전책을 연구해온 한국 서예학회(회장 조수현)는 금번 《서울서예비엔날레》에서 기획한 〈조선유학자유묵특별전〉에 전시된 위작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히면서 주최 측에 몇 가지 건의를 드리는 바입니다. 한국서예의 진정한 발전을 위하여 상생의 노력을 하자는 의미에서 드리는 건의로 여기시고 우리의 건의를 수용해 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 우리의 입장


1. 본 학회 내․외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한 결과 그간에 언론에서 ‘위작(僞作)’으로 지목한 작품들은 대부분 위작(僞作)임을 확인하였음은 물론, 그 외에도 상당수의 작품이 객관적으로 설명이 가능한 위작이며 나머지도 조선서예사의 흐름이나 필세, 서풍 등을 고려해 볼 때 의심스러운 부분들이 많은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따라서 본 학회는 금번 《서울서예비엔날레》에서 기획한 〈조선유학자유묵특별전〉은 그간에 학계에서 연구해온 한국서예사의 흐름을 상당부분 교란할 위험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몇 개의 위작에 대해 간단히 거론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도록(圖錄)《기운과 확산-2005서울서예비엔날레》) 330쪽의 맨 왼편에 수록된 글씨는 서원의 享禮에서 행패를 부린 사람을 처벌해 달라는 일종의 고발장 형태의 생활문서인데 마치 추강 남효온의 서예작품인양 “秋江 書”라는 관지가 있습니다.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②도록 317쪽에 수록된 글씨의 경우, 문장을 쓰다말고 중간에 갑자기 “明齋 尹拯 試毫”라는 관지를 써 놓았습니다. 

③도록 333쪽 위쪽에 실린 글씨는 분명히 ‘題年’이라는 이름이 쓰여 있는데 행서로 쓴 ‘題’자가 ‘彭’자와 비슷하다보니 그것을 박팽년의 글씨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④도록 303쪽 아래의 글씨는 내용을 보면 ‘어떤 노인(老夫)이 환갑을 맞은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그런데 이 글씨를 조광조의 글씨라고 했습니다. 조광조는 38세에 사사되었기 때문에 자칭 ‘노부’라고 할 리도 없고 환갑을 맞은 친구도 있을 리 없습니다.


2. 본 학회는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위작이 공립박물관에서 전시되었다는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며, 아울러 언론이 제기한 ‘위작’이라는 지적을 수용하여 시정하기보다는 오히려 “동일 작가의 중복된 작품이기 때문에 철거했다”고 하면서 15점의 작품만을 철거하고 나머지 위작들은 여전히 진품(眞品)으로 간주하려고 하는 주최 측의 태도에 대해서도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하는 바입니다.


3. 위작 전시에 대한 내막과 경위를 밝히지 않는 한 다음과 같은 심각한 결과를 야기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되어 우려를 금할 수 없습니다. 

①지금까지 여러 연구자들의 노력에 힘입어 정립되어가고 있는 한국서예사를 근본적으로 교란할 위험성이 있습니다,

②전시된 위작들이 《서울서예비엔날레》라는 외적 권위에 편승하여 고가의 미술상품으로 유통될 경우 피해자 발생은 물론 고미술 시장의 유통질서를 파괴할 수 있습니다.

③‘위작’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하여 서예작품시장 전체가 크게 위축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④서예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감이 증폭되어 서예 발전에 치명적 저해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⑤ 서예에 종사하고 있는 전 서예인들의 명예를 손상시킬 수 있습니다.


4. 위3항에서 열거한 문제점들을 가능한 한 순리적으로 해결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주최 측인 《서울서예비엔날레》조직위원회는 능동적으로 명쾌한 결단을 내리고 분명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본 학회는 《서울서예비엔날레》조직위원회에 다음과 같은 건의를 드리는 바입니다.


□ 건의 사항

1.《서울서예비엔날레》조직위원회는〈조선유학자유묵특별전〉에 적지 않은 위작이 포함되었음을 시인하고, 그러한 시인의 바탕위에서 국민에 대해 사과함으로써 서예계 전반에 팽배해 있는 불신풍조를 해소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해 주시기 바랍니다.

2.〈조선유학자유묵특별전〉이 적지 않은 위작으로 전시가 이루어지게 된 배경과 경위에 대해서 소상히 밝힘으로써 〈조선유학자유묵특별전〉에 출품된 위작들이 고미술시장에서 유통되지 않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 주시기 바랍니다.

3. 도록(圖錄)에 위작이 진작(眞作)으로 수록되어있는 한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피해도 예방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이미 발행하여 배포한 도록《기운과 확산-2005서울서예비엔날레》의 배포를 중단하고 국․내외에 배포된 도록의 회수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 주시기 바랍니다.


□ 기타

1. 본 학회는 학문적 ‘진실’을 밝히고자하는 뜻에서 이 건의문을 발표하였으므로 이 건의문의 내용이 다른 뜻으로 왜곡․유포되는 것을 원치 않으며 이 건의문으로 인하여 한국 서단에 분열과 갈등이 야기되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우리 서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모든 서예인들이 학문적 ‘진(眞)’에 대해 수긍하고 그러한 학문적 ‘진(眞)’을 바탕으로 미래를 향한 상생적 발전을 해나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2005년   7월  25일


한국서예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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