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최고위과정

박정희 글씨가 왜 YS 글씨 보다 비쌀까

박정희 글씨가 왜 YS 글씨 보다 비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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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미술품 경매시장의 단골 인기 메뉴 중 하나가 바로 역사성을 띤 인물들의 작품들이다
가장 고가에 거래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서예 작품과 백범 김구 선생의 서예 작품을 필두로 윤보선,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의 글씨 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글씨는 서울 옥션에서 본격적인 경매가 이루어지기 전에는 시중에서 500만원대에 거래가 되던 작품이 경매를 통해 최고가 경신을 거듭하더니, ‘개척과 전진’이라는 작품이 작년에 6300만원에 낙찰되어,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백범 김구 선생의 작품은 1500만원에서 2000만원에 거래가 되고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의 작품은 몇백 만원 안팎에서 거래가 되고 있다
매국노 이완용은 글씨에 뛰어났던 것으로 정평이 나 있으나, 그의 매국행위 때문에 작년 경매에서 90만원이라는 형편없는 가격에 낙찰된 적이 있다
전문화가들의 작품 중에서도, 작가의 역사적 평가에 따라 작품가격이 변하는 경우가 있다
이당 김은호가 대표적인 경우다. 이당 김은호는 당시 화가들의 최고 영예라 할 수 있는 순종의 초상화를 그린 마지막 어용화사(御用畵師)로서, 일제 강점기뿐만 아니라 해방 후에도 최고 영예를 누렸던 작가였다
이당은 일제 강점기 때, 일본의 식민지 문화 정책의 일환으로 개최된 선전(鮮展)에 출품하여 수 차례 수상한 바 있을 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친일 행위로 문화예술계의 대표적인 친일파로 여겨지고 있다.

그의 작품 또한 한국 근현대 채색화에 왜색 풍을 수용하여 유포시켰다는 비난을 받게 됐다
그러나 이당은 해방 이후에도 훈장과 각종 상을 수상하여, 작가로서의 명성과 영향력을 더욱 굳건히 하기에 이르렀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그는 대표적인 항일 영웅이라 할 수 있는 충무공 이순신, 안중근 의사의 초상화를 그리기도 했다. 한국화의 값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1980년대 말에, 이당은 미술시장에서도 최고 인기 작가였다. 특히 소장가들이 선호했던 미인도는 당시에 5000만원 가까이 거래되었다
그런데, 절대적인 것으로 여겨지던 그의 평가도 바뀌기 시작했다
작년 9월 이당의 작품 중 춘향이를 그린 작품 한 점이 출품되었다. 춘향이는 이당의 그림 중에서도 소장가들이 특히 좋아하는 소재다
추정가 2800만원에서 3500만원에 출품되었으나, 경매 결과는 이에 훨씬 못미치는 2200만원에 낙찰되었다
인플레이션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작품 가격 자체가 떨어지고 만 것이다.

작품의 값은 예술성과 비례한다. 그러나 예술성과는 관계없이 작가에 대한 역사적 평가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향후 역사성을 띠고있는 작가들의 작품들이 어떻게 변할지, 한 번 지켜 볼 일이다.

이학준
㈜서울옥션 총괄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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