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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움직이는 도시-복합공간이 대세이고 대안

문화와 공간

최근 문화도시를 만들기 위한 사업들이 많이 추진되고 있다. 과거에는 도시 문제의 해결에만 급급하여 도로 조성이나 아파트의 건설, 또는 상가시설 등의 도시 조성의 대세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환경을 고려한 문화도시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중요한 화두가 되었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라는 말이 있듯이 도시 만들기에 있어서도 이제 문화를 빼놓고는 거론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그런데 문화란 그 속성상 뚜렷이 잡히는 실체가 아니고 더욱이 그 요구조건이 매우 다양하며, 또한 표현되는 양상이 매우 다원적인 속성이 있다. 거기에 덧붙여 자금이 많이 투여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다보아야 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특정인만을 문화공간을 조성한다면 그 실체가 분명히 나타나지만, 일반인을 위한 삶의 질을 높이려는 문화적 접근은 매우 조심스러운 면이 크다. 아마도 문화의 일상화라는 관점에서 타 활동과의 관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와야 참다운 문화적 감성과 느낌을 알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러한 속성과 특징을 갖고 있는 문화를 통해 도시를 만들려고 하니 그 성과가 바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고 하겠다.
문화가 가지고 있는 속성과 함께 도시라는 공간에서는 더 이상 문화가 자리잡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있다. 특히 대도시의 경우 별도의 문화시설을 만들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대도시에서 더 이상 빈 공간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어쩌다 조금씩 나오는 공간을 가지고 문화시설을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고 일반인이 접근하기가 그리 편한 자리는 아닌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현상은 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대도시의 경우 세계적인 현상이 아닌가 한다.


복합화 통해 문화 기능 포함하는 해외사례

문화의 특성을 살리고 협소한 공간에 문화를 심기 위한 대안으로 등장한 방법이 복합문화공간의 조성이다. 복합이란 어느 한 기능만을 담는 것이 아니라 관련되는 여러 기능을 함께 담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하면 서로 다른 기능이 시너지 효과를 발생하여 전체적인 효율성은 높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물론 전용 기능이 가질 수 있는 권위성이라든가 상징성이 떨어지는 면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대도시에서는 복합화를 통해 문화의 기능을 포함시켜 개발하는 방법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이러한 문화의 복합화에 대해 본격적으로 연구하고 대안을 모색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한다.

20-10517.jpg· 독일 베를린 시의 포츠담플라자와 소니센터

과거 유럽의 중심도시로서의 번영을 꿈꾸는 베를린 시는 지금도 그러하지만 대대적인 도시개조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베를린 시가 대대적인 도시개조사업을 추진하는 데는 동·서독의 통합으로 서로의 시스템을 일치시켜야 하는 현실적인 면도 있지만, 보다 더 중요한 점은 유럽과 구 러시아를 아우른 지정학적인 위치에 있는 베를린 시를 유럽의 심장부로 만들려는 국가 정책적 구상도 밑바탕에 깔려 있다고 하겠다. 이러한 베를린 시의 도시 개조사업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업이 포츠담플라자와 소니센터의 개발이다.

이 지역은 과거 베를린 최초의 철도역이었으나 제2차 세계대전으로 동독지역에 편입되었다. 이후 동·서독의 통합으로 베를린 시는 포츠담플라자에 대한 개발계획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되었다. 특히 벤츠 사가 소유한 포츠담플라자 지역을 중심으로 새로운 유럽 문화의 거점으로 개발하고자 하는 운동이 일어나게 되었다. 여기에 세계적인 거대 기업들이 새로운 공간 확보와 기업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 경쟁적으로 투자를 물색하던 중 소니그룹은 이 지역에 유럽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렇게 하여 소니그룹은 약 1만여 평에 7개의 건물군으로 이루어진 소위 ‘소니센터’를 건설하였다. 이곳은 단순한 쇼핑이나 사무실들이 밀집한 건물들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베를린 시는 이곳을 재개발하면서 새로운 문화를 담아 복합화하여 개발할 것을 주문하였다. 그렇게 하여 이곳은 사무실·쇼핑·영화관·아파트 등 복합건물들로 이루어졌다. 특히 이곳에서 베를린 영화제가 개최되고 있으며 영화박물관도 함께 자리하고 있다. 소니센터는 건축가 헬뮤트얀이 설계한 독특한 건물 디자인으로 유명하며 야간에는 소니센터 광장에 있는 천장에 쏘는 환상적인 야간조명으로도 유명하다. 한편 벤츠 사가 소유한 2만 평의 부지에는 약 19개의 건물들로 이루어진 복합건물들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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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동경의 록본기힐스(六本木 Hil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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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에 준공한 록본기힐스는 동경의 록펠러센터라고 불린다. 그러나 뉴욕의 록펠러센터가 업무와 상업을 위한 공간인 데 비해 록본기힐스는 다양한 즐길 거리를 풍부하게 제공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테마파크라고도 얘기할 수 있다. 특히 록본기힐스의 상징 건물인 54층의 모리타워는 세계 최초로 지상에서 가장 높은 49층에서 54층까지 아트센터가 있어 세계인으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이곳 아트센터에는 미술관, 회원제 도서관, 도쿄타워 전망대보다 높은 해발 250m 이상의 전망대, 사교 클럽 등이 있으며 모두 새벽까지 문을 연다. 특히 도서관은 24시간 운영하고 있다. 이렇게 복합화하여 개발한 록본기힐스는 24시간 움직이는 도시를 추구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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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후쿠오카시의 캐널시티(Canal city)

캐널시티는 후쿠오카 시 중심에 있는 텐진 지구(天神地區)와 하카다 역 지구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은 원래 방직공장이 있었으나 이전하게 되어 재개발을 하게 되었다. 사업 주체인 후쿠오카지소주식회사는 이곳을 국제적인 복합시설을 개발하기로 목표를 세우고 세계적인 도시 디자인 회사인 존저지를 디자이너로 선정하였다. 디자이너 존저지는 도시 속에 또 하나의 도시를 만든다는 개발 콘셉트를 ‘도시의 극장’이라고 정하였다. 도시의 극장이란 시설 전체를 극장으로 보고 시설을 방문하는 고객을 극장의 연출자로서의 위치를 부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단지의 가운데에는 무대를 설치하고 80m의 운하가 흐르게 하여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도록 하였다. 또한 건물들은 환경 디자인을 중시하여 다양한 색채를 사용하여 화려하고 색감 있는 건물 디자인이 되도록 설계를 하였다. 시설은 대형 판매점·전문상가·식당가·호텔·극장·시네마콤플렉스·오피스 등을 집적한 복합시설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체 상업시설 면적의 30% 이상이 엔터테인먼트로 구성되어 있다. 캐널시티는 다채로운 오락, 놀이시설이 집적된 일본 최초의 본격적인 엔터테인먼트 시설이다.


도시 전체를 고려하는 상가 개발 이뤄져야

독일 베를린 시의 포츠담플라자, 일본 동경의 록본기힐스, 그리고 후쿠오카시의 캐널시티와 같은 대규모 개발사업들은 초기 단계에서부터 복합 개발을 추구하여 문화를 접목시켜 성공한 사례들이다. 역세권지역에 상가재개발이나 또는 오피스 등 복합개발에도 주민들에게 필요한 문화시설을 제공하기 위하여 문화를 접목한 개발사업의 사례들은 많이 있다. 우리나라도 토지의 효율성을 높이고 접근성을 쉽게 하기 위하여 문화를 매개로 한 복합개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질 필요가 있다.
대규모 재개발사업이나 오피스단지의 개발에 있어 도시 전체의 기능을 고려하고 24시간 움직이는 활동공간을 제공하며 주민들에게 삶의 질을 제고할 수 있는 문화공간 제공이야말로 문화도시를 만드는 첩경인 것이다. 현실적인 어려움과 효율성을 고려하여 문화공간에 대한 필요성에 대처하기 위해 처음 기획 단계에서부터 복합개발에 대한 고려를 신중히 해야 한다.

 
이명규 | 광주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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