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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도전! 손글씨…악필 기자, 글씨 배우러 가다 [중앙일보]

[week&] 도전! 손글씨…악필 기자, 글씨 배우러 가다 [중앙일보]
옥외광고…글자 끝 굴려주는 게 요령

초등학교 미술 시간, 불조심 포스터를 그리는 날이면 괴로웠다. 물감 묻힌 붓은 왜 그리 삐뚤거리는지. 그래서 '클릭POP'의 이명선 강사에게 POP(옥외광고판) 글씨를 배우러 갈 때도 자신이 없었다. POP 글씨는 할인마트나 상점 광고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주로 붓을 사용한다.

납작한 붓에 포스터 물감을 묻히고 가로.세로선 긋기부터 연습했다. 손을 종이에 붙이고 힘을 일정하게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다음은 'ㅇ'자 그리기 연습. "글씨를 배울 땐 'ㅇ'자가 가장 중요해요. 다른 자음보다 약간 크게, 좌우로 반반씩 두 번에 나눠 그리는 것이 좋습니다." 무엇보다 자신감이 중요하다고 했다. 아무 생각 없이 슥슥 그렸더니 어설픈 동그라미가 그려졌다.

이제 본격적인 글씨 연습이다. 우선 모음과 자음은 가까이 붙여 쓴다. 글자와 글자 사이도 바짝 붙인다. 일반 글자와 달리 자음보다 모음을 작게 쓰는 것이 좋다. 선과 선의 각도는 90도로 한다.

다음으로는 글자를 돋보이게 하는 테두리 꾸미기 연습을 했다. 먼저 글자 가장자리에 검정 사인펜으로 선을 긋는다. "귀엽게 연출하려면 각 글자 끝을 동그랗게 만드세요." 그 다음 얇은 붓으로 사인펜 선을 따라 테두리를 완성한다. 붓의 두께대로 선의 굵기를 일정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마무리는 수정액을 이용했다. 글자 안에 하얀색으로 포인트를 줬다.

최종본을 완성하는 데 걸린 시간은 90분. 3일치 강의 내용을 속성으로 배웠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완성본을 보니 제법 폼이 난다. "소질 있다"는 강사의 말에 괜스레 어깨에 힘도 들어갔다.

펜글씨…가로 .세로 획 길게 빼주니 시원

아무리 손글씨가 희귀한 시대라지만 기자라는 직업은 늘상 손에서 펜을 놓을 수 없다. 취재 내용을 매일 수첩에 메모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쓴 글씨는 종종 주인만 알아볼 수 있는 '암호'가 된다. "심한 악필은 아니에요. 전체적으로 글씨가 작고 선이 고르지 못한 것이 흠입니다." 글씨교육기관 '예쁜글씨' 이규택 대표의 평이다.

이 대표는 "글씨를 잘 쓰기 위해선 우선 가로.세로 획을 시원하게 긋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글씨 못 쓰는 사람들의 특징이 모음을 짧게 쓰는 거예요. 아래 모음을 자음의 두 배 길이로 시원하게 그어주세요. 세로 모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POP글씨와 정반대다. POP글씨에서는 오히려 모음을 짧게 쓰라고 배웠다.

자음 연습의 기본은 'ㄴ'이다. 90도 각도보다 부드럽게 펜을 굴려주는 것이 낫다. 여기에 획을 추가하면 'ㄷ.ㄹ.ㅁ.ㅂ'이 된다. 'ㅇ'은 '글씨의 얼굴'이라고 했다. 동그라미가 약간 커 보이게 펜을 굴린다.

세로 모음은 '글씨의 기둥'이다. 수직으로 반듯하게 내려긋는다. 받침이 있는 글자는 위.아래 자음을 비슷한 크기로 맞춘다.

이어 응용 학습에 들어갔다. 교육 시작 전 쓴 애국가 가사를 배운 대로 다시 썼다. 문장을 쓸 때는 글씨 위.아래 줄이 반듯하게 맞는 것이 좋다고 했다. 받침 없는 글자는 받침 있는 글자보다 더 큼직하게 쓴다. "글씨체가 손에 익지 않아 좀 어색해 보이지만, 어때요? 처음보다 훨씬 나아졌죠?" 이 대표의 말이다. 한눈에도 1시간 만에 좁쌀만 한 글씨가 시원하게 바뀌었다. 바쁜 취재 과정에서도 오늘 배운 요령이 기억나면 좋으련만.

홍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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