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최고위과정

낙서 - 최선의 사람/ 수연의 편지/ 김병윤론

낙서 - 최선의 사람

혼신 다한 작품에 숨결을 느끼듯
세상에서 귀한 이는 최선의 사람이다.

또 다시 아침이다. 지상에 있는 모든 생명들이 눈을 뜨고 귀를 연다.
길은 세상 밖으로 이어져 있고,
시작이 없는 것처럼 끝도 없을진데
우리는 지금 무엇을 보고 무엇을 생각하며 살고 있을까.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이 너무나 많다. 풀 한포기가 그렇고.
땅을 뒤집어 줘야 산소 공급이 잘 되듯이 우리 뒤집어 져야
책 밖의 진리를 구하기로
풀 한포기에 찬란한 우주의 섭리가 들어있지 않은가
땅은 거짓말을 못한다. 

인간의 길에 대한 진지한 사색이 필요 - 인간의 길의 알고자 했다.
녹녹치 않은 삶의 격랑을 겪으면서도 끝까지 놓지 않은 화두

사랑이란 말이 빛을 잃고,
지고지순이라는 수식어를 들으면 소름이 돋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지만
사랑만큼 만큼 삶에 커다란 해답을 준비하고 있는 정서도 없다고 믿는다.
사랑할 자유를 위해 끊임없이 싸웠고,
고통 받았으며,
언제나 슬픔은 남겨진 자들의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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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어려운 것에 집착하여야 합니다.  자연의 모든 것들은 어려운 것을 극복해야 자신의 고유함을 지닐 수 있습니다.  고독한 것은 어렵기 때문에 좋은 것입니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도 어렵기 때문에 좋은 것입니다.  아마도 내가 알기에 그것은 가장 어려운 일이고 다른 모든 행위는 그 준비 과정에 불과합니다. 
  젊은이들은 모든 일에 초보자이기 때문에 아직 제대로 사랑할 줄을 모릅니다.  그러나 배워야 합니다.  사랑은 초기 단계에서는 다른 사람과의 합일, 조화가 아닙니다.  사랑은 우선 홀로 성숙해지고 나서 자기 스스로를 위해서, 그리고 다른 사람을 위해 하나의 세계가 되는 것입니다.”  - 릴케의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사랑은 가장 어려운 일이고 삶의 모든 다른 행위들은 제대로 사랑하기 위한 준비과정에 불과하다는 릴케의 말에 깊이 공감합니다.  누구를 진정 사랑한다는 것은 얼마나 지난하고 숭고한 일인가요!  젊은 날의 들뜬 열정과 치기 그리고 가슴 설레이는 사랑의 고백도 분명 아름다운 사랑의 한 종류이겠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미성숙함과 조급함에 얼굴이 화끈거리기도 합니다.  지금은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하는 말에 담긴 그 엄청난 의미를 헤아려 보고 그 말을 입으로 내뱉기가 심히 주저됩니다.  ‘사랑’이라는 말은 무한한 노력과 인내 그리고 종국적으로 자기부정을 내포하고 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불한전한 사랑이라도 사랑하며 살아야겠지요.  좀 더 완전한 사랑을 위해 끊임없이 나아가야겠지요.  나를 줄이고, 비우고, 던지며 더 온전한 사랑을 위해 날마다 노력하고 기도하고 수행해야겠지요.  사랑만이 삶의 허무를 이기게 하고 이 고달픈 삶을 견디게 하고 무엇보다 참삶이 되게 하는 유일한 등불이기 때문입니다. (水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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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혁 당시 홍위병과 문혁 시기에 자라난 사람들은 도덕관념이 없어
‘도덕진공’이 되어버렸다. 문혁 이후 중국은 자주 ‘도덕진공’ 상태를 빚었고,
이 ‘도덕진공’은 중국사회에 나쁜 영향을 미쳤다. 
                                  - INT 리징펑(베이징대 정치행정학과 교수)

마오쩌둥이 때려 부수라고 하면 가서 때려 부수려는 마음이었다.
마오쩌둥을 친견한 후, 고향으로 내려가 마오쩌둥의 혁명을 실행했다.
즉 반란을 일으키고 홍위병 운동을 시작했다.
마오쩌둥이 원하는 모든 일을 다 한 것이다. 
            - INT 쉬여위(중국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 교수, 문혁 당시 홍위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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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윤 - 충격보다 감동과 매력을 주는 작품
  염천에 안녕하십니까?
  올해는 유난히도 긴 장마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기상청의 일기예보를 접하고 참으로 많은 걱정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매서운 겨울 끝의 봄이 아름답듯이, 혹서 뒤에 은근히 다가올 청량한 가을을 생각하며 오늘도 인고의 붓을 잡아 봅니다. 이번 가을은 제게는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오는 음력 9월 12일이면 세칭 회갑을 맞이하기 때문입니다. 기실 이를 빌미로 평소 갈고 닦은 흔적들을 모아 전시회를 펼쳐 보이고자 합니다. 
  그러고 보니, 인생도 계절의 순환과 마찬가지로 뜨거운 햇살을 견딘 대가로 풍성한 가을을 맞이하듯이, 뭔가 치열한 도전 끝에 맞이하는 인생 후반기이어야 의미 있는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돌이켜보면 제 딴은 부지런히 산다고 살아왔지만 늘 부족했던 지난날의 노력의 양에 아쉬움을 느끼며 지금도 청년 정신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바람이 있다면 순수한 선비정신을 바탕으로 작업해 온 제 그림들이 문인화단의 일익이 되었으면 합니다. 나아가 제 소신과 도전으로 일궈온 작품들이 미래 한국 화단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했으면 하는 것이 소망입니다.
  이러한 소망을 이루기 위한 대안이 충격보다 감동과 매력을 주는 작품 창작에 있다고 판단하여 이 실천의 성과물이 이번 전시회입니다. 감상자로 하여금 깊이 느끼게 하여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적인 작품, 그러한 감동이 지속되어 끝내 그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힘을 지닌 매력적인 작품, 이것이 제 작업의 화두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지난 30년 동안 외길을 걸을 수 있도록 도와주신 고려대학교 직장동료들과 가르침을 주신 선생님, 그리고 희로애락을 함께한 선후배들, 특히 사랑하는 우리 가족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차제에 유별난 제 가족 얘기를 좀 하겠습니다. 제가 4세 때, 6.25가 터지고 선친께서는 공직에 계시다는 이유만으로 적의 총칼에 산화하시어 편모슬하에서 자랐는데, 어머님께서는 금년에 米壽를 맞이하셨습니다. 현재는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들(우재, 우진) 그리고 어머님과 형님네 가족 모두가 미국과 호주에서 살고 있고 오로지 제 혼자만이 한국에 남아 외롭게 살아가는 형편이 되었습니다.
  이 심정은 본인이 아니면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늘 가족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잃지 않고 문인화 작업으로 대신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는 어릴 적부터 이루지 못한 소원이던 그림을 마음껏 그려보고 싶어서 7년 전에 30년간 오롯이 근무하던 고려대학교에서 명예퇴직이라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소망하던 그림만을 벗 삼아 지금까지 고독한 삶을 꾸려 나오고 있습니다.
  풍류와 멋이 담긴 선인들의 선비세계에 나를 던지자. 정신을 가다듬고 모든 잡념에서 벗어나 붓을 잡는 이 시간만은 더 없는 나만의 최상의 행복을 만끽하는 시공이다. 만일, 이 길을 택하지 않았더라면 어디에서 이 희락을 보상받을 수 있었을까.......
  그러나, 畵의 道를 찾지 못하고, 벗들과 신의의 경계를 오갈 때는 괴로움과 좌절감에 빠지기가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때마다 내가 좋아서 선택한 길이고, 앞으로도 가야할 외로운 길이니 이왕이면 즐거운 마음으로 걸어가자고 다짐해 봅니다.
  점점 어렵게 다가오는 山外山의 그림 세계지만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남은 삶의 여정에도 창의적인 상상력과 다양한 구성 실험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세계에 도전해 나가야 할 줄로 믿습니다.
  여러 모로 부족한 점이 많지만 하해같은 사랑과 아량으로 격려해 주시면 그 에너지로 더욱더 用心을 부려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丁亥 초여름, 牧硏齋에서 三川 金炳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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